12개 영화단체 '영화인진상규명위원회' 발족..'보수단체 이름도 공개해라' 촉구
[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영화감독, 프로듀서, 평론가 등 12개 영화계 단체가 다큐 '천안함 프로젝트' 상영 중단과 관련, 영화인진상규명위원회'를 발족시키고 영화관 측에 재상영을 요구하고 나섰다. 특히 영화관에 상영 중단 압력을 넣은 보수단체의 이름을 밝히고, 수사당국에 고발할 것도 영화관 측에 촉구했다.9일 영화인회의·한국영화감독조합 등 12개 영화 단체들은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랫동안 대한민국의 영화산업에 단단히 뿌리를 내리고 있는 굴지의 기업이 정체불명의 단체가 가한 초법적 공갈과 협박에 굴복해 상영을 중단해야 할 정도로 우리 영화산업계가 허약하다면, 이번 사태는 향후 영화계 전체를 위축시키는 중차대한 사건이 아닐 수 없다"며 "이번 사태는 한국영화계의 위상을 형편없이 추락시키는 국제적 망신 사례"라고 밝혔다.영화 '천안함 프로젝트'는 지난 5일 개봉해 다양성 영화부분에 1위를 하는 등 많은 관심을 받았다. 그러나 다음 날인 6일 멀티플렉스 메가박스로부터 상영 중단 통보를 받았다. 제작 및 배급을 맡고 있는 (주)아우라픽처스 관계자는 "첫 날 관객들의 반응이 좋아서 영화관 측으로부터 오히려 상영관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그러나 불과 몇 시간 만에 상영을 중단한다는 통보를 받게 됐다"고 말했다.당초 메가박스가 밝힌 입장은 "일부 단체의 강한 항의 및 시위에 대한 예고로 인해 관람객 간 현장 충돌이 예상돼 일반관객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부득이하게 배급사와의 협의 하에 상영을 취소하게 됐다"는 것이다.영화인들은 "이번 영화가 정치사회적으로 민감한 소재라는 이유로 CGV, 롯데시네마 등으로부터 외면당했을 때 메가박스에서 22개의 상영관을 내줬다는 소식에 박수를 보냈다"며 "그런데 하루 만에 이름을 밝힐 수 없다는 보수단체의 협박에 상영 중지 결정을 내린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 영화인들은 ▲메가박스 측이 협박을 한 보수단체의 이름을 밝히고 수사당국에 고발할 것 ▲수사당국은 해당 보수단체를 신속히 수사해 검찰에 송치할 것 ▲문화체육관광부는 이번 사태가 한국영화발전의 위축으로 번지지 않기 위해 '천안함 프로젝트' 재상영에 최선의 행정력을 즉각 발휘할 것 등을 요구했다.'천안함 프로젝트'는 천안함 사건에 대해 국방부가 발표한 보고서를 토대로 그곳에 명시되지 않은 의문점들을 추적해나가는 다큐 영화다. 지난 4월 제14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첫 선을 보인 이후 천안함 사고 유족들이 법원에 상영금지가처분신청을 제출했지만 지난 4일 기각됐다.'천안함 프로젝트'의 제작자 정지영 영화감독은 "메가박스가 왜 그렇게 어리석은 결정을 내렸는지 안타깝다. 이런 결정이 더 큰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는 생각을 못한 것 같은데, 바로 재상영을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영화감독조합 이준익 감독은 "이번 결정으로 영화감독들이 영화를 기획하거나 촬영할 때 눈치를 보고, 스스로 검열을 하게 됐다"며 "이 같은 자기 검열은 결국에는 대한민국의 문화콘텐츠 산업 발전의 저해요소로 작용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병록 한국영화평론가협회 대표는 "상영 중인 영화가 상영 중단이 되는 경우는 한국영화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중국에서 열린 영화제에서는 후진타오를 코믹하게 풍자하는 영화도 문제없이 상영이 됐는데, 우리는 그보다도 못한 수준에 있다. '천안함 프로젝트'를 상영 중단시킨 것은 어떤 정치적인 이유가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번 영화인진상규명위원회에 참여한 단체는 영화인회의, 한국영화감독조합, 한국영화제작가협회,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한국영화촬영감독조합, 한국독립영화협회,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여성영화인모임, 영화마케팅사협회, 한국영화평론가협회, 스크린쿼터문화연대, 한국시나리오작가조합 등이다. 조민서 기자 summer@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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