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관료주의 정책, 리라화 폭락 부추겨'<FT>

[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미국의 출구전략 시사 이후 신흥국 통화가치가 출렁이고 있다. 터키 리라화 역시 연일 사상 최저치를 경신하며 급락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터키 정부의 느슨한 통화정책이 리라화 폭락에 기여하고 있다고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터키 중앙은행은 전날 리라화 가치 하락을 잡기 위해 금리를 추가로 올리지 않겠다고 밝혔다. 에르뎀 바시츠 중앙은행 총재는 터키 금융전문가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물가가 급등하지 않는 한 리라화 하락세를 반전시키기 위해 기준금리를 인상하지 않을 것"이라며 "대신 외환보유액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터키 정부가 통화가치를 잡기보다는 금리 안정화에 신경을 쓰고 있다고 지적한다. 터키의 물가상승률이 1년여만에 최고치로 올라섰고 리라화 급락세는 멎을 줄 모르지만 터키 중앙은행은 안이한 통화정책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것이다. 터키 이즈투자은행의 부르쿠 우누바르 이코노미스트는 "터키 정부는 리라화 하락을 막을 수 없다면 이를 안고 가겠다고 생각한다"이라며 "금리안정과 성장률 제고를 위해서는 통화가치 하락은 어느 정도 불가피하다는 의견도 반영돼있다"고 말했다. FT는 그러나 터키 정부의 느슨한 통화정책은 경제적 선택이 아니라 관료적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터키 중앙은행은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시사로 인한 리라화 급락은 일시적인 현상에 불과하다고 여기고 있다. 그러나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출구전략이 코앞으로 다가와 있고 시리아 공격과 같은 국제 변수도 남아있는 만큼 리라화 가치가 추가로 폭락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물론 통화가치를 잡기 위해 무조건적인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하기는 어렵다. 지속적인 금리 상승은 성장 동력을 약화시키고 투자심리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약발이 전혀 먹히지 않고 있고 시장의 불안감이 최고조에 이른 상황에서 터키 정부가 추가적인 통화긴축을 단행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실제로 터키의 물가상승률은 9%를 육박하며 1년여만에 최고치로 올라섰다. 터키의 경상 적자는 국내총생산(GDP)의 7.5%에 달한다. 환율 방어를 위해 사용하겠다는 외환보유액은 지난 5월 이후 12% 넘게 줄어들었다. 터키의 대외채무 대비 외환보유액 비중은 50%를 밑돌아 남아프리카공화국과 함께 이머징 국가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터키 중앙은행이 금리를 유지하고 성장률을 하향조정한다는 소식에 리라화 가치는 또다시 최저치를 경신했다. 현지시간으로 5일 달러·리라 환율은 2.068리라로 마감하며 사상 최고 수준으로 올라섰다. 이런 상황에서 레제프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총리는 터키 금융시장이 요동치는 것은 은행 등 민간 금융기관의 투기세력 때문이라는 엉뚱한 음모론들을 제기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기관에 대한 강도 높은 조사 등 터키 정부가 해법으로 내놓은 금융시장 통제 정책으로 투자자들의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컨설팅회사 글로벌소스의 무랏 우서 이코노미스트는 "높은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면 실질금리는 제로 수준"이라며 "투자자들은 터키 시장에 계속 남아있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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