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저녁/물미역 하나 놓고 밥을 먹다가/입적하시기전 물미역을 찾으셨다는/법정스님 생각이 났습니다.//구해온 물미역을/두 손으로 오래 만지셨다는 입적 여드레 전날이/밀크덩 만져졌습니다.//(......)먹는다는 것,/만진다는 것,/그리워한다는 것은 늘 성스럽습니다.//가난한 저에게도/오늘 밤은/미역귀처럼 환하게 열립니다.이홍섭의 '물미역' 중에서■ 씻은 김치 쌈이나, 양배추 쌈이나, 상추쌈이나, 씁쓸한 머위쌈이나, 깔깔한 호박잎쌈이나, 깻잎쌈 콩잎쌈까지 밥을 감아 한 입에 털어넣는 쌈에 열광하는 까닭은, 어린 적빈(赤貧)의 밥상이 궁한 그대로 혀의 모태가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반찬을 따로 차려내기 어려웠던 어머니는 된장이나 고추장 따위만 밥끝에 고명처럼 얹어 시골에서는 지천인 풋것 잎사귀들로 가림하여 우걱우걱 삼키는 웰빙 레시피를 우리집 메뉴1호로 지정해놓으셨다. 그런 허튼 쌈 가운데서도, 귀족처럼 오르는 것이 물미역쌈이다. 바다냄새를 풍기는 이 흑갈색의 미끈하고 졸깃한 저작감은 다른 무엇으로 대체하기 어려운 독특한 추억이었다. 출신지부터가 다른지라 우선 귀했고, 무엇보다 그 맛은 중독성이 있어서 초고추장만 봐도 눈에 어른거리는 맛할배였다. 시인은 물미역을 앞에 놓고 법정스님이 그나마 쥐었던 세상의 것 다 놓고난 뒤 이 음식을 찾았다는 기사를 기억해낸다. 쌈을 싸려고 미역줄기를 쥐니 밀크덩, 스님의 그날의 촉감을 회복시켜준다. 밥을 먹고사는 인간이라는, 절실하고 소박한 이 공감이 그 '밀크덩' 한 줄기에 순간이동하는 벅참.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시인 isomis@<ⓒ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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