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 전쟁의 원인..저출산은 생존카드
[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최근 개봉한 영화 '엘리시움'에서는 140년 뒤의 지구를 거대한 쓰레기장과 다를 바 없게 묘사한다. 인간들은 자신들이 끊임없이 뱉어낸 쓰레기들의 틈바구니에서 질병, 전쟁, 가난으로 오염된 삶을 연명한다. 단순히 영화적인 설정이라고만 여기기에는 이 디스토피아적 미래상에 수긍이 가는 부분도 없잖다. 신간 '훼손된 세상'에서 지적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최근 급속하게 진행된 환경 파괴와 포화상태에 있는 인구, 이들이 배출해내는 엄청난 폐기물 등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미래가 무너지고 우리가 지금까지 이룬 모든 역사가 무너질 것"이라고 저자는 경고한다. 이 책은 인구 성장과 자원 소비의 상관된 역사를 짚어봤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인간이든 박테리아든 생물이라면 그 어떤 식으로든 폐기물을 배출해 낸다. 한 생물이 배출한 폐기물이 다른 생물의 먹이가 되고, 그것이 다시 폐기물이 되어 또 다른 생물의 먹이가 되는 게 일반적인 자원순환이다. 이 순환고리에 이상이 생긴 것은 최근 두 세기 동안의 일이다. 인구는 급속도로 늘어나는데, 우리가 생산하는 폐기물을 영양분으로 되돌리는 시간은 턱없이 더디기만 하다. 그래서 만들어진 것이 화석연료지만 그러나 지난 두 세기 동안 막대한 화석연료의 사용은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를 일으켜 식량부족과 자연적·사회적 재난을 초래하고 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자유대학교의 동물 생태학자 명예교수이자 생물학자인 저자 롭 헹거벨트는 인류의 최우선 과제로 '인구 감소'를 제시한다. 1950년대 25억이던 인구는 현재 70억명으로 늘었다. 과학자들이 내다보고 있는 지구의 부양 가능한 최대 예상 인구수는 90억~100억명 수준이다. 즉 이 상태로 20억~30억명만 더 늘어나면 이 행성이 수용할 수 있는 한계치에 도달한다는 뜻이다. 포화 상태에 이른 지구를 떠나 다른 행성으로 도피하는 영화 속 상황이 결코 허무맹랑한 이야기가 아니라는 소리다. 롭 헹거벨트 교수는 "지구온난화 문제와 인구증가, 도시화, 바다의 산성화 및 어획량 감소, 식량·광물 자원의 부족으로 인한 전쟁, 범세계적인 질병의 발생 등의 문제는 모두 상호 의존적인 관계를 맺고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현존하는 인구 때문에 발생한다"고 단언한다. 따라서 "무엇보다도 자원 소비와 폐기물 생산을 이끄는 원인, 바로 인구수와 그 증가 속도에 손을 대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렇다면 인구를 줄이는 것이 가능한 일일까. 우리나라를 비롯한 일부 선진국에서는 저출산이 사회문제로 부각되면서 오히려 출산을 장려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종교나 인권 등의 이유로 인위적인 인구억제 노력에 대해 반감을 가지기도 한다. 2050년경에는 인구수가 자연적으로 안정화될 것이라는 낙관적인 믿음을 가진 이들도 상당수다. 게다가 지속가능한 수준의 인구가 어느 정도인지 명확하게 제시할 수 있는 사람도 없지 않은가. 저자 역시 새로운 대안을 내놓고 있지는 못하다. 전쟁, 질병, 기근, 홍수, 대형화재 등 재난으로 한꺼번에 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는 상황은 비인도적이며 일시적일 뿐이다. 따라서 "우리에게 남은 선택지는 출산율을 낮추는 방법뿐"이라고 행거벨트 교수는 주장하는데 "의도적으로 출산율을 낮추는 방안은 잔인한 짓이지만 사망률을 높이는 것보다는 훨씬 인간적"이라는 게 그 이유다. "인류의 존속을 위해 자발적으로 인구를 줄이자"는 대안이 현실적으로 얼마나 먹혀들지는 의문이다. 다만 미래 사회에 대해 이 같이 경고한 이가 한두 명이 아니라는 사실은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1972년 로마클럽의 데니스 메도우즈와 연구진은 '성장의 한계'라는 보고서를 통해 지구의 부존자원이 한정됐음을 경고했다. 20년이 지난 1992년 이 연구진은 '한계를 넘어서'라는 보고서를 통해 다시 한 번 목소리를 높였다. 우리가 사는 세계는 실제로 붕괴할 수 있으며 이 현상은 심지어 현재 지구에 존재하는 자원이 고갈되기 전에도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훼손된 세상 / 롭 헹거벨트 지음 / 서종기 옮김 / 생각과 사람들 / 1만8000원)조민서 기자 summer@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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