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협회 '정관이라도 바꿔야 하나'

문재우 손보협회장 오늘 퇴임...대행체제에 경영공백 우려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손해보험협회는 최근 문재우 회장 임기 만료를 앞두고 후임이 정해질 때까지 임기를 연장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를 다각도로 검토했다. 협회 정관에는 '회장 사고(事故)시 부회장이 직무를 대행한다'라는 문구가 명시돼 있지만 임기가 끝난 것을 '사고'로 봐야할 지에 대한 의견이 분분했다. 협회는 '후임자가 정해지지 않으면 전임자가 직무를 계속할 수 있다'는 민법 내용을 들고 연장 여부를 일부 유관기관 등에 넌지시 의견을 구했지만 뚜렷한 결론을 내지 못했다. 그러는 사이 문 회장은 26일 임기를 채우고 퇴임했다.공공기관과 공기업 수장 인선이 좀처럼 가닥을 잡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금융권을 중심으로 '사고' 및 '유고(有故)시'와 마찬가지로 '유관기관장의 임기만료시'에도 경영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내부절차를 명확히 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각 협회 정관에는 사고시에는 부회장 등이 권한대행을 맡는다는 내용이 규정돼 있지만 임기만료에 대해서는 별도의 언급이 없다.임기가 끝난 이후 공백이 발생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고, 설사 있다고 해도 그 기간이 짧아 굳이 명시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정부 들어 공기업 및 정부유관기관장의 후임자 선정이 기약할 수 없는 상황에까지 이르자 '경영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한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이다.현재 후임이 정해지지 않은 채 대표자의 임기가 끝난 공기업과 정부유관기관은 금융권만 해도 손보협회를 비롯해 우리금융지주와 보험개발원 등이 꼽힌다.손보협회 관계자는 "후임이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전임자의 임기가 끝난 건 유례가 없다"면서 "중장기적으로 이 같은 사태를 방지하기 위한 별도의 지침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금융권에서 관심있게 지켜보는 것은 정관에 나와 있는 '사고시(時)'에 대한 정의다. 각 협회를 비롯한 공기업의 정관에는 '대표자의 대행'에 대해 '사고시'라고만 규정할 뿐 '임기만료'에 대해서는 별도로 거론돼 있지 않다.금융권 관계자는 "'사고시'는 갑작스런 돌발변수가 발생했을 경우를 가리키는 것으로, 잔여임기를 채워야 하는 후임자의 역할이 명확하다"면서 "하지만 인사의 미스매치가 벌어져 후임자 선정을 기약하기 조차 어려운 현 상황에서는 적용이 쉽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조직안정 등을 고려할 때 임기가 끝난 이후에 대해서는 별도로 규정하는 게 맞다"고 덧붙였다.물론 정관을 손보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금융당국의 의중을 파악해야 하는 만큼 유관기관이 자력으로 추진하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이와 관련해 지난달 말부터 이미 대행체제에 돌입한 보험개발원의 한 관계자는 "임기만료 역시 '사고'의 범위에 포함된다"면서 "번거롭게 고칠 필요는 없다"고 다른 견해를 내비치기도 했다.이에 대해 손보협회 관계자는 "요즘과 같은 상황이 앞으로 나타나지 말라는 법이 없다"면서 "중장기적으로 정관을 살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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