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신흥국 금융위기 조짐, 방심은 금물

[아시아경제 ]미국의 통화 양적완화 축소 개시에 대한 우려가 인도ㆍ브라질ㆍ남아프리카공화국ㆍ인도네시아ㆍ태국 등 주요 신흥국들에 외자유출 사태를 일으키고 있다. 이로 인해 이들 나라에서는 통화 가치와 주가가 급락하고 금리가 급등하고 있다.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지난 5월 말 양적완화 축소 가능성을 시사한 이래 계속돼 온 이런 추세가 최근에는 금융위기로 번질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특히 인도는 해외송금 제한 등 자본통제 조치를 잇달아 취하는데도 외자유출이 멈추지 않아 심각한 상황을 맞고 있다. 인도 루피화 가치는 최근 한 달 새 10% 이상 급락했고 10년 만기 채권 금리는 9%를 넘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이다. 인도가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할 것이라는 소문이 인도 정부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인도만이 아니다. 브라질 헤알화와 남아프리카공화국 랜드화도 최근 몇 달 새 10% 이상 급락했다. 국제금융시장에서는 그 다음으로 불안한 나라로 인도네시아ㆍ태국ㆍ터키를 꼽고 있고 러시아도 취약한 나라로 주시하고 있다. 전 세계 신흥국 중 경제규모가 큰 나라들 다수가 금융위기설의 대상이 되는 분위기다. 2008년 미국이 통화 양적완화를 시작한 이후 금리가 낮아진 선진국을 떠나 신흥국으로 몰려들던 핫머니가 이제는 방향을 바꿔 신흥국에서 빠져나가는 것이 주된 배경이다. 이런 양상은 1990년대 후반에 미국 금리인상 조치의 영향 아래 태국ㆍ인도네시아ㆍ필리핀ㆍ한국이 잇달아 외환위기에 빠졌던 때를 떠올리게 한다. 이 같은 경험이 신흥국들로부터 외자유출을 촉진하는 심리적 요인이 되는 측면도 있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국제금융시장에서 경제기초체력(펀더멘털)이 괜찮은 곳으로 평가돼 금융위기 전염이 우려되는 국가로 지목되지는 않고 있다. 3000억달러가 넘는 외환보유액, 무역수지 흑자 기조, 정부 재정의 건전성 등이 긍정적 평가의 배경이다. 그러나 주식시장의 외국인투자 비중이 30%가 넘고 가계부채 규모가 크다는 점을 고려하면 안심할 수 없다. 어제도 인도 금융불안에 영향받아 코스피가 29포인트나 떨어졌다. 긴장을 늦추지 말고 신흥국 동태를 예의 주시하면서 핫머니 유출입을 잘 감시하고 관리해야 한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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