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주의 투자자 펠츠 주주이익 제고 촉구...10명의 자식둔 욕심쟁이
[아시아경제 박희준 기자]올해 여름 월스트리트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투자자 중의 한 사람을 꼽자면 넬슨 펠츠(Nelson Peltz)가 첫 머리에 올 법하다. 그는 세계 유수의 기업에 대한 ‘백서’를 내고 주주 가치를 높이라고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넬슨 펠츠
그는 77세의 노구를 이끌고 애플 주식을 매수해 주가를 올린 칼 아이칸에 버금가는 행동주의 투자자로 명성이 자자하다. 72세인 그는 최근 미국의 얼굴 기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펩시코와 몬델레즈 인터내셔널, 그리고 듀퐁의 지분을 매수해 여성 최고경영자(CEO) 3명에게 주주가치를 올리라고 들들 볶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행동주의 투자(activist investment)는 경영의 어려움을 겪고 있거나 지배구조가 좋지 않은 기업에 투자해 일정 수준 이상의 의결권을 확보한 다음 경영전략의 변화, 구조조정, 지배구조 개선 등을 통해 주가를 높이는 투자전략이지만 아무나, 아무 때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넬슨 펠츠는 적절한 회사를 인수해 키운 다음 팔아 차익을 챙기는 것인 만큼 무조건 나쁘게만 볼 인물은 아니다. 그리고 그가 투자한 기업 하인즈를 오마하의 현인이 높게 평가해 샀다는 것도 그에 대한 생각을 달리하게 하기에 충분하다.뉴욕 출신인 펠츠는 사업 파트너 피터 메이와 1980년대 트라이앵글 인더스트리스를 포춘 100대 기업으로 키우는 경영능력을 발휘했다. 그는 1988년 이 회사를 매각하고 그 돈으로 스내플을 인수한 다음 이를 다른 음료회사와 묶어 2000년에 다시 캐드베리 슈웹스(Cadbury Schwepps)에 팔아 또 돈을 벌었다.그리고 2005년 메이와 사위 에드워드 가든과 함께 셋이 헤지펀드 ‘트라리언 펀드 매니지먼트’를 설립, 투자가로 활동해왔다. 트라이언은 미국 굴지의 케첩회사 하인즈, 영국 캔디회사 캐드베리, 금융회사 레그 메이슨, 크래프트푸즈, 패밀리 달러, 티파니앤코, 도미노피자 등에 투자했다. 2006년 하인즈의 위임장싸움에 개입해 5명의 사외이사를 진출시키고 본인을 포함해 두 명이 이사회 멤버가 됐다. 그는 웬디스의 이사이며 하인즈와 레그 메이슨의 이사회 의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특히 경영개선 방안을 담은 ‘기업백서’를 발표, 특정 기업을 공격해 이사를 바꾸고 성과를 내도록 하는 전략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펠츠는 대학 중퇴자다. 유태인인 그는 펜실베니아 와튼스쿨 학부에 입박했다가 자퇴했다. 그는 냉동식품을 뉴욕 식당에 공급하는 가족 사업체에서 트럭을 몰았다. 그는 아버지로부터 사업을 물려받아 15년 만에 매출액 250만 달러인 사업체를 1억5000만 달러로 키우는 역량을 발휘했다. 그만큼 똑똑하다는 뜻이다. 상황판단이 빠르고 결단력이 있다고 결론을 내려도 무방할 것 같은 대목이다. 펠츠가 요즘 벌이고 있는 가장 눈부신 활동은 세계 최대 스낵회사 펩시코를 들들 볶는 일일 것이다. 몬델레즈를 인수합병하고 수익성 낮은 음료사업부를 분사하라고 촉구하고 있다.그는 지난해 컴프레서(압축기)와 펌프 등 산업용 기계 제조회사인 잉거솔랜드를 압박해 보안부문을 분사하고 20억 달러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하도록 하는 등 목적을 성취했다.
아이린 로젠펠드 크래프트 푸즈 CEO
그는 이미 미국 크래프트푸즈를 압박해 몬델레즈 인터내셔널을 탄생시켰는데 이번에는 펩시코와 합치라고 다그치고 있다. 그는 2007년 크래프트푸즈의 아이린 로젠펠드 CEO에게 영국 초콜릿 업체 캐드베리와 합병하도록 요구했다. 그는 또 캐드베리에는 음료와 캔디사업부로 쪼개지도록 했다. 펠츠는 크래프트푸즈가 캔디사업부를 인수한 다음 다시 쪼개도록 했다. 하나는 북미식료품회사이고 다른 하나가 국제 스낵비즈니스다. 후자는 이름을 몬델레즈 인터내셔널로 바꿨다.당시 크래프트측은 펠츠 요구전에 이런 저런 대안을 검토중이었다고 말했지만 펠츠가 얼마나 들볶았는지 짐작할 만하다.펠츠는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펩시코 지분도 사들여 몬델레즈를 인수하고 수익성없는 음료사업부를 분사하라고 다그치고 있다. 그는 펩시코의 지분 13억 달러어치, 몬델레스의 지분 10억 달러어치를 각각 확보해 안드라 누이 펩시코 CEO와 로젠펠드 CEO에 압력을 가하고 있어 두 회사가 가만히 있기란 쉽지 않다. 몬델레즈 지분은 2.3%로 그는 최대 주주중의 한 사람이다.물론 두 회사는 최근 실적 발표에서 펠츠를 언급하지는 않았다. 펩시코는 7월24일 2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대비 2.1% 증가한 168억 달러, 순익은 35% 늘어난 20억5000만 달러라고 발표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 같은 실적은 인드라 누이 CEO가 펠츠의 압박을 막아내는 데 보탬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그러나 그렇다고 언제까지 그의 요구를 묵살하고 있을 수는 없을 것 같다. 이미 몬델레즈는 그의 앞에 무릎을 거의 꿇었다. 몬델레즈는 2·4분기 매출액은 1%미만 증가한 86억 달러에 이르렀지만 순익은 40% 하락한 6억1600만 달러라고 발표하면서 분기 주주배당을 7.7% 늘린 주당 14센트로 높이고 2016년까지 자사주 매입을 60억 달러로 48억 달러 늘리기로 했다고 발표한 것이다. 그 역시 최근 펩시코나 몬델레즈에 대해 입을 다물고 있지만 그렇다고 놀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트라이언은 14일(현지시간) 듀풍 지분을 6월 말 기준으로 580만 주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트라이언에 정통한 소식통은 트라이언이 듀퐁 주식 2100만 여주, 전체의 2.2%를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13억 달러어치에 해당한다.
엘런 쿨먼 듀퐁 CEO
트라이언측은 최근 듀퐁의 엘런 쿨먼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고위 경영진을 만나 펠츠의 구상을 전달하고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듀퐁은 쿨먼의 지도하에 기업 변신을 추구했고 덕분에 주가도 올랐다. 듀퐁은 전통의 원자재 제품 기업에서 식품과 에너지,보안 등의 글로벌 수요를 대어 마진율이 높은 기업으로 변신하고 있는 중이다. 올해 자동차 페인터 사업을 사모펀드인 카알라일에 49억 달러를 팔아치웠다. 2011년에는 식품원료와 효소 제조업체 다니스코를 334억 크로너(미화 약 59억 달러)에 인수했다.이런 일련의 구조재편의 결과 듀퐁의 주가는 쿨먼이 2009년 초 CEO가 된 이후 두 배상 올랐다. 14일 종가는 59.37 달러로 스탠더드앤푸어스(S&P) 500 종목 상승률은 물론 경쟁업체 다우케미컬,몬산토에 비해 더 좋다 .그러나 매출액은 지난해 348억 달러로 겨우 3.6% 증가했고 올해 상반기중 매출은 보합세를 보여 펠츠의 먹잇감이 된 것으로 보인다.회사를 분할 매각해 주가를 더 올리라는 것이 그의 요구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듀퐁은 7월중 페인트 안료 등을 생산하는 화학사업 매각을 검토중이라고 발표했다.이 비즈니스는 2분기중 듀퐁 매출액의 20%에 해당하는 약 17억 달러의 매출을 올린 알짜 회사다.이 비즈니스를 매각하면 듀퐁은 최근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제품 가격 또한 높아진 농업비즈니스와 식품첨가 비즈니스에 집중하는 기업으로 변신하게 된다.듀퐁은 미국의 에너지 붐으로 수혜를 입었지만 유럽의 경제침체와 일부 화학물질의 상품화로 소비재에 들어가는 듀퐁 제품 수요는 큰 타격을 받았다. 반면, 제초제와 유전자 변형 종자를 판매하는 농업화학 비즈니스는 상반기중 듀퐁 순익의 절반이상을 차지하는 성공을 거뒀다.듀퐁의 마이컬 핸레타 대변인은 WSJ에 “트라인이 가지고 있을 지도 모를 아이디어들은 우리의 주주들을 위해 더 높은 가치, 더높은 성장을 일궈낸다는 우리가 계속하는 계획의 맥락에서 평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모닝스타의 주식분석가인 제프리 스태포드는 “듀퐁은 이질적인 비즈니스의 집합체로 매력은 있으되 상이한 기업들이 몰려있다”면서 “내 추축으로는 펠츠는 일부 사업은 지금보다 몇배 비싼 가격에 거래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여성 CEO 3인을 들들볶는 펠츠의 속셈은 뭘까? 오로지 돈 때문일까? 아니면 그저 욕심을 채우려는 것일까? 그는 두번 이혼하고 패션모델과 세번째로 결혼했다. 셋째 부인에게서 8명의 자식을 두는 등 그는 모두 10명의 자식을 두고 있다. 자식욕심이 이렇게 많은 데 재물욕은 미뤄 짐작이 가능하다.그의 헤지펀드는 운용자산이 지난 해 말 기준으로 약 50억 달러에 이르고 그의 개인 자산도 12억 달러(3월 말 기준)로 추정된다. 박희준 기자 jacklondo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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