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원지간 아이칸과 애크먼 등 행동주의 투자자들 기업 들볶기 나섰다.

[아시아경제 박희준 기자]마이클 델이 자기가 세운 PC 회사 델의 주식을 사들여 비상장사로 전환시키려는 계획이 칼 아이칸이라는 기업사냥꾼이자 행동주의 투자자에 막혀 좀체 진행되지 않고 있다. 델은 델 주식을 최소 13.88달러에 인수하기로 델특별위원회와 합의했다. 델과 인수파트너 실버레이크 파트너스가 델 주식을 13.75달러에 인수하고 주당 13센트의 특별배당을 실시하는 것이다. 이에 아이칸은 주가가 낮다며 델의 비상장사 전환계획을 막기 위해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기업 사냥꾼 칼 아이칸

아이칸처럼 월스트리트에서 활동하는 행동주의 투자자들은 최근 들어 언론의 조명을 부쩍 많이 받고 있다. 행동주의 투자(activist investment)는 경영의 어려움을 겪고 있거나 지배구조가 좋지 않은 기업에 투자해 일정 수준 이상의 의결권을 확보한 다음 경영전략의 변화, 구조조정, 지배구조 개선 등을 통해 주가를 높이는 투자전략이다.

윌리엄 애크먼

미국에서 활동중인 행동주의 투자자는 비단 아이칸 뿐이 아니다. 아이칸이 불구대천의 원수로 여기는 헤지펀드 퍼싱 스퀘어(Pershing Square)의 윌리엄 애크먼을 비롯해 소니에 엔터테인먼트 분사를 촉구하는 헤지펀드 써드포인트(Third Point)의 대니얼 러브 등 10여명이 맹활약중이다. 애크먼은 건강보조제품 판매업체 허벌라이프를 놓고 칼 아이칸과 공개 논쟁을 벌여 유명해진 인물이다. 1966년 생이니 한국 나이로 47살이다. 유태인이다. 그의 핏속에는 돈을 버는 DNA 가 있다. 그의 부친인 로런스 애크먼은 뉴욕에 부동산 업체 애크먼지프 리얼 에스테이트 그룹 회장이었다. 그는 또 뛰어난 머리도 물려받았다. 1988년 하버드대학을 2등으로 졸업하고 1992년 하버드대학 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석사(MBA)를 취득했다. 그는 돈벌이에는 탁월한 재주를 보였다.1992년 졸업과 동시에 하버드 동창과 함께 투자회사 ‘고담 파트너스’를 설립해 소규모 상장사에 투자했다. 애크먼의 명성은 루카디아내셔널(Leucadia National)의 파트너가 돼 록펠러센터 매우 입찰에 나서면서 크게 높아졌다. 루타디아 인터내셔널은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의 파트너였던 조지프 스타인버그와 이언 커밍이 운용하는 회사였다. 그의 명성 덕분에 자본이 몰리자 1998년 고담 파트너스의 자산 규모는 5억 달러로 불어났다.애크먼은 2004년 헤지펀드 ‘퍼싱 스퀘어’를 설립했다.필요한 자본은 자기돈과 루카디아의 파트너로부터 조달했다. 퍼싱 스퀘어는 2005년 패스트푸드 체인 웬디스 인터내서널 주식을 상당량 매수하고 ‘팀 호튼스’ 도넛 체인을 분사하도록 압박을 가했다. 팀 호튼 분사 후 애크먼은 상당한 차익을 남기고 지분을 팔았다. 퍼싱 스퀘어가 운용중인 자산규모는 123억9000만 달러로 추정된다. 애크먼이 최근 주목을 받은 것은 허벌라이프 공매도 때문이었다. 그는 2012년 12월 허벌라이프가 ‘피라미드 사기’라는 내용의 조사보고서를 내고 5월부터 주식을 공매도했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그는 2013년 1월23일 CNBC에 출연해 칼 아이칸과 30분간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애크먼을 불구대천의 원수로 여기는 칼 아이칸은 자타가 공인하는 ‘기업사냥꾼’이자 ‘행동주의 투자자’이다. 그는 77세라는 결코 적지 않은 나이에도 ‘아이칸 엔터프라이즈’를 경영하면서 기업들을 궁지로 몰아넣어 자기가 원하는 바를 달성하는 인물이다. 기업들은 아이칸이 떴다하면 세간의 조명을 받을 것임을 본능으로 알 정도다.그는 현재 델은 물론, 허벌라이프,트랜스오션에 투자하고 있다. 마이클 델은 아이칸 때문에 계획한 델의 비상장전환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마이클 델은 지난 2월 실버레이크 파트너스를 끌어들여 델 주식을 13,65달러에 인수한다음 상장을 폐지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아이칸을 비롯한 주요 주주들은 인수 제안가격이 너무 낮다며 불만을 터뜨렸다.그 결과 7월18일이던 주주표결은 8월2일로 두 차례 연기됐다. 마이클 델은 인수조건을 맞추느라 최소 3억5000만 달러의 비용을 더 물어야 할 처지가 됐다.아이칸은 6일 허벌라이프 투자로 5억 달러를 벌었다고 말했다. 그는 허벌라이프 지분 16.46%,1696만6485주 보유하고 있다. 애크먼이 공매도한 지난해 12월18일 이후 허벌라이프 주가가 56% 이상 오르면서 돈방석에 올랐다.그가 허벌라이프에 투자한 것은 순전히 애크먼이 미워서다. 아이칸은 지난 2003년 애크먼 매각한 홀우드리얼티 지분을 사들여 수익을 거두면서 소송을 당한이후 그의 꼴도 보기 싫어한다.

헤지펀드 서드 포인트의 대니얼 러브

헤지펀드 써드포인트의 대니얼 러브(Dan Loeb)도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그는 야후의 전 최고경영자(CEO) 스콧 톰슨의 학력이 의심스럽다고 공격해 쫓아내고 구글의 ‘머리사 메이어’를 야후의 CEO 로 앉히면서 명성을 날렸다. 그는 기업의 경영진에게 공개 편지를 써서 성과가 형편없다고 비판하기로 유명한 인물이다. 그는 6월17일 7000만 주를 보유한 소니에도 엔터테인먼트 부문을 분사, 상장하면 실적을 개선시킬 것이라는 내용의 편지를 보냈다. 그는 7월29일에는 “소니의 엔터부문 이익률이 경쟁사들에 비해 뒤쳐지고 비용이 높은 가운데 좀 더 면밀한 감독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편지를 또 보냈다. 히라이 가즈오 소니 CEO는“엔터부문이 회사 전략에 꼭 필요하다”며 러브의 요청을 거절했다.

넬슨 펠츠

72살의 넬슨 펠츠도 칼 아이칸에 버금가는 행동주의투자자다. 그는 이사회와 CEO와 사이좋게 지내지 않는 ‘기업 사냥꾼’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는 2006년 미국의 아이콘 식품기업 하인즈 대리권 싸움에서 빌 존슨 CEO와 피터지게 싸웠다.펠츠는 2005년 트라리언 펀드 매니지먼트를 설립, 경영개선 방안을 담은 ‘기업백서’를 발표, 특정 기업을 공격해 이사를 바꾸고 성과를 내도록 하는 활동가 투자자로 이름이 높다. 일례로 트라이언의 피터 메이는 보석회사 티파니와 패스트푸드 체인 웬디스의 이사직을 갖고 있다. 그는 요즘 미국의 스낵회사 몬델레즈와 펩시코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 두 회사는 합병하고 수익성이 낮은 음료사업부를 분사하라는 게 그의 요구다. 그는 2007년 당시 크래프트푸즈의 아이린 로젠펠드 CEO를 압박해 영국 초콜릿 업체 캐드베리와 합병하도록 했다. 그는 캐드베리에 압력을 가해 음료와 캔디사업부로 쪼개지도록 했다. 펠츠는 크래프트푸즈 분할을 촉구해 북미식료품회사와 국제 스낵비즈니스로 나눠지도록 했다. 후자가 오늘날의 몬델레즈다.펠츠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펩시코와 몬델레즈를 합병하고 수익성없는 음료사업부를 분사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그는 펩시코의 지분 13억 달러어치, 몬델레스의 지분 10억 달러어치를 각각 확보해 로젠펠드 CEO를 들들볶고 있다.이밖에 자나 파트너스의 배리 로젠스타인,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폴 싱어,스타보드밸류의 제프 스미스,밸류액트 캐피털의 제프리 웁벤, 릴레이셔널 인베스터스의 랠프 휘트워스 등도 유명한 행동주의 투자가다.이들이 기업에 유익한 투자자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들의 활동으로 주가는 오르고 주주들은 더 많은 배당을 받는다는 점에서 주주들이 ‘싫어할 이유가 없는’ 사람들이다. 박희준 기자 jacklondon@<ⓒ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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