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 '해피엔딩' 찾아 네덜란드로

PSV 아인트호벤 복귀가 임박한 박지성 [사진=Getty Images/멀티비츠]

[아시아경제 전성호 기자]선수 생활의 마지막 황혼을 아름답게 물들이고 싶었다. 이상적인 행선지는 화려한 시작을 알린 친정팀. 박지성은 그렇게 네덜란드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박지성이 퀸즈파크 레인저스를 떠나 PSV 아인트호벤으로 임대 이적한다. 매니지먼트사인 JS파운데이션은 6일 "박지성이 에인트호벤과의 계약을 마무리했다"며 "1년 임대로 그가 원하는 방향대로 결정됐다"고 밝혔다. 같은 날 영국 '스카이스포츠' 역시 "조만간 두 클럽 사이 공식적 임대 이적 발표가 있을 예정"이라고 전했다. 2005년 7월 PSV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이적한지 8년 만의 복귀다. 지난 1년은 박지성에게 악몽 같은 시간이었다. 지난해 여름 맨유를 떠나 QPR로 이적했다. 과감한 결단의 배경에는 선수로서의 자존심이 있었다. 어느덧 서른을 훌쩍 넘긴 나이에 세계적 명문팀에서 많은 출전 시간을 보장받기가 쉽지 않았다. 벤치나 지키다 우승 경력 하나를 더하기 보단, 그라운드에 더 많은 발자국을 남기고 싶었다. 과감한 투자 속 신흥 강호를 꿈꾸던 QPR이란 팀 역시 썩 괜찮아 보였다. 결과적으론 잘못된 선택이었다. 지난 시즌 QPR은 최악의 한 해를 보내며 2부 리그로 강등됐다. 그 사이 박지성은 감독 교체와 팀 내 불화설 등 내홍을 겪으며 입지가 크게 흔들렸다. 정규리그 20경기(선발 15회) 0골. 시즌 무득점은 유럽 진출 첫해였던 2002-2003시즌 PSV시절 이후 처음이었다. QPR과의 계약은 1년이 남아 있다. 이적하지 않는다면 꿈꾸던 명예로운 은퇴와는 거리가 있었다. 결국 또 한 번 유니폼을 갈아입기로 마음먹었다. 여러 선택지 중 그가 고른 팀은 다름 아닌 옛 소속팀 PSV다.

2012년 6월 K리그 올스타전 당시 박지성(왼쪽)과 거스 히딩크 감독(오른쪽) [사진=정재훈 기자]

박지성은 2003년 1월 '은사' 거스 히딩크 감독의 부름을 받고 PSV에 입단했다. 이적 초반 적응 실패로 부진했던 탓에 한때 홈팬들의 극심한 야유에 시달렸다. 절치부심 끝에 그는 이듬해부터 주전 공격수 자리를 꿰찼을 뿐 아니라, 두 시즌 연속 두 자릿수 골을 넣으며 비난을 찬사로 바꿔 놓았다. 특히 AC밀란을 상대한 2004-05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준결승 2차전(3-1 승)에선 선제골을 넣었고, 그 덕에 맨유라는 팀에 합류할 수 있었다. 유럽 무대와 인연을 맺게 해준 고향 같은 팀이자, 인고의 시간을 거쳐 찬란한 비상에 성공했던 곳. 그런 점에서 PSV 복귀는 실추된 명예를 회복하는 '해피 엔딩'을 꿈꾸기에 이상적인 선택이라 평가받는다. 이를 위해 박지성은 금전적 이득도 포기했다. QPR 시절 받던 연봉은 약 70억 원(추정치). 반면 PSV는 내부 규정상 100만 유로(약 14억7000만원) 이상을 줄 수 없었다. 이에 QPR이 5억 원 정도를 보전해 20억 원을 받는 걸로 크게 양보했다. 많은 유명 선수가 말년에 거액을 쫓아 중동이나 중국으로 향하는 점을 생각하면 이례적인 일이다. 그 대신 재기의 기회를 약속받았다. 과거 PSV 시절 팀 동료였던 필립 코쿠 감독은 "박지성은 우리 팀에 부족한 경험을 채워줄 수 있는 선수"라며 "양 측면은 물론 중앙 미드필더로도 뛸 수 있는 다재다능한 선수"라고 기대를 감추지 않았다. 6년 만의 리그 우승 탈환을 위한 핵심 역할을 그에게 맡기겠단 생각이다. 동시에 UEFA챔피언스리그 복귀 무대도 제공할 전망이다. PSV는 현재 32강 본선행을 위한 플레이오프 진출이 유력하다. 남은 건 다시 빨간색 줄무늬 유니폼을 입고, 모두가 알던 박지성의 옛 모습을 다시 보여주는 것뿐이다.전성호 기자 spree8@<ⓒ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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