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비밀협상 착수해 올해 2월 MOU 초안 작성 등 합의 직전까지 가…연내 합의 가능성도 기대
[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벼랑 끝 특허전'을 벌이는 삼성전자와 애플이 올해초 합의 직전까지 갔으나 막판에 협상이 결렬된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현재 양측의 입장이 다시 팽팽하게 맞서는 것으로 전해졌지만 두 회사 모두 소송 효과를 누릴 만큼 누린 데다 합의 의지도 갖고 있는 만큼 2년 넘게 끌고 온 특허 분쟁을 연내 마무리할 가능성도 기대된다.21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삼성과 애플은 지난해 9월부터 협상을 시작해 올해 2월 합의 직전까지 갔으며 이 과정에서 삼성은 애플에 포괄적 크로스 라이센스(상호 특허 공유) 체결을 제안했다. 이 같은 사실은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이달초 공개한 6월4일 아이폰 미국 수입 금지 판정 관련 문건에 나와 있다.양측의 협상은 애플이 지난해 8월말 미국 배심원 평결에서 승소한 직후 9월 삼성에 협상을 제안하면서 성사됐다. 지난해 5월 최지성 삼성 미래전략실장,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 등 최고위층이 협상 테이블에 앉은 적은 있지만 미국 법원의 명령에 따른 것이지 양측의 자발적인 의사로 이뤄진 것은 아니었다. 협상은 지난해 12월과 올해 3월 사이 집중적으로 진행됐다. 애플 변호인단과 실무진은 지난해 12월과 1월 한국을 방문했으며 2월7일에는 각사 최고위층에 전달할 양해각서(MOU) 초안까지 작성하는 등 합의를 눈앞에 뒀다. 그러나 막판에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3월 협상이 결렬됐다. 삼성은 3월22일 협상 재개 의사를 타진했다. 애플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다가 6월 ITC가 아이폰 수입 금지 판정을 내린 후 협상 테이블로 복귀했지만 여전히 양측은 합의 도출에 난항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ITC가 문건에서 (애플의 주장과는 달리) 삼성의 로열티 제안이 불합리하지 않고 신의에 반하지도 않는다고 설명한 것에 비춰 볼 때 애플이 삼성이 요구하는 로열티 조건을 수용하지 않아 합의에 이르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업계 일각에서는 삼성과 애플이 이르면 연내 합의에 도달할 가능성도 점친다. 지금은 의견 차이로 맞서고 있지만 양측이 지난해부터 자발적으로 협상을 진행해 온 만큼 언제든 또 다시 적극적으로 협상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소송이 2년 넘게 진행되면서 소송 피로감, 변호사 비용 지출은 늘었지만 어느 한쪽의 우열을 점치기 힘든 안갯속 상황도 협상 타결을 기대케 한다. 미국 배심원단은 지난해 삼성에 손해배상액 지급을 명령했지만 법원은 올해초 삼성의 배상액을 감액했다. ITC는 6월 아이폰 수입 금지 판정을 내렸지만 8월에는 삼성 스마트폰 수입 금지 판정도 확실시된다.양측 모두 소송을 끌고 가봤자 더 얻을 이익도 없다. 삼성전자는 애플의 라이벌 이미지를 구축하며 2012년 글로벌 스마트폰, 휴대폰 연간 점유율 1위에 올랐다. 삼성을 제외한 대부분 제조사들이 부진에 빠지면서 애플도 스마트폰 시장 이익을 삼성과 양분하는 수확을 거뒀다.업계 관계자는 "삼성, 애플이 자발적으로 협상에 나서 합의 직전까지 갔다는 측면에서 이미 '협상의 계절'은 본격화됐다"며 "양측이 연내 극적으로 합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권해영 기자 roguehy@<ⓒ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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