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빅어젠다' 시리즈②[여일하세]여성들이 일하기 좋은 세상 만들자아이 봐주는 시부모님 눈치떨어지기 싫어하는 아이 눈치칼퇴근할 때 직장 동료들 눈치바싹바싹 타는 물고기 같은 신세
[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3살 된 아이를 키우고 있는 워킹맘 박모(35ㆍ여)씨는 요즘 직장을 그만둬야 할 지 고민이다. 그동안 아이를 돌봐줬던 친정어머니가 건강상의 이유로 더 이상 봐줄 수 없게 된 것이다. 어린이집을 수소문했지만 대기자 수가 100명이 넘고 육아도우미를 구하기에는 금전적 부담이 크다. 박씨는 "헤어지기 싫어하는 아이를 떼어놓고 출근하는 것이 매번 눈에 밟혔는데 이참에 전업주부로 돌아서야 하는 건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직장생활 11년차에 접어든 김모(39ㆍ여)씨는 또 다시 돌아온 방학시즌이 두렵다. 마땅히 봐줄 사람이 없어 출근하고 나면 9살 난 딸아이 혼자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일부러 학원을 여러 군데 보내지만 밥은 잘 챙겨먹고 있는지, 위험한 곳에 가진 않는지 하루 종일 아이 걱정에 일도 손에 잡히지 않는다. 김씨는 "초등학생 자녀를 둔 워킹맘들은 아이의 방학이 가장 두렵다"며 "친구어머니에게 부탁하거나 친정어머니께 다시 도움을 요청하는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직장과 살림에 육아까지 도맡고 있는 워킹맘의 삶은 팍팍하기 이를 데 없다. 마음 놓고 아이를 맡길 곳이 부족한 데다 회사에서는 '칼퇴', 회식자리 눈치를 보느라 전전긍긍한다. 동료보다 뒤처진다는 불안감과 아이에게 충분한 애정을 주지 못한다는 '부채의식'까지 덤으로 얹어지면 워킹맘들은 사표를 던지는 것으로 짐을 내려놓으려 한다. 우리나라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하위권에 머무르고 있는 이유가 이런 현실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나라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OECD 평균에도 크게 못 미친다. 2011년 기준 우리나라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54.9%로 OECD 평균인 61.8%와 비교해 낮은 수준이다. 육아와 가사 등의 이유로 고용시장을 대거 빠져나간 30대 여성들 탓이다.
워킹맘의 삶은 친정어머니 혹은 시어머니, 육아도우미 등 또 다른 여성의 손을 빌어야만 유지할 수 있는 구조다. 직장어린이집, 국공립어린이집은 절대적인 수가 부족하다. 지난해 말 기준 국공립 어린이집은 2203곳, 직장어린이집은 523곳으로 각각 전체(4만2527곳)의 5.1%, 1.2%에 불과했다. 직장어린이집의 경우 의무설치대상(상시근로자수 500인 이상 또는 여성근로자수가 300인 이상)임에도 어린이집을 설치하지 않는 사업장이 많았다.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육아도우미를 구하고 그들의 인건비를 감당하는 것도 만만치 않은 부담이다. 상주하는 육아도우미의 인건비는 한 달 최고 200만원까지 올랐다. 육아휴직제도를 맘 편히 쓸 수 없는 사회적인 분위기, 잦은 야근과 회식이 당연시되는 기업문화도 '직장을 그만둬야하나' 고민하게 만드는 이유다. 한참 일할 나이의 30대 여성이 고용시장을 이탈하는 현상은 국가적으로 사회적으로 큰 손실이다. 김광석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여성이든 남성이든 30대 중반은 입사 이후 5년 정도 지나 한참 일할 나이"라며 "그런 직원들이 육아와 양육문제로 일을 그만두게 되면 개인은 물론 회사 입장에서도 큰 손해"라고 말했다.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을 OECD수준(61.8%)으로 끌어올리면 1인당 국민소득은 14% 증가한다는 분석도 있다. 고용시장을 빠져나가는 여성 인력을 붙잡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전문가들은 일ㆍ가정 양립을 위한 정책이 여성이 아닌 부부를 대상으로 수립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택면 한국여성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양육정책의 포커스가 여성에게 맞춰져 있다는 것은 다시 말해 육아는 원래 여성의 역할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보육정책은 여성이 아닌 일하는 부부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광석 연구위원은 "육아휴직 시 받는 정부지원금을 늘리는 등 기업 내 문화를 바로 잡기 위한 정부 차원의 '인센티브'가 필요하다"며 "출산휴가에 이어 의무적으로 육아휴직을 사용하도록 하는 자동육아휴직제도도 고려해볼 만하다"고 강조했다.김혜민 기자 hmeeng@<ⓒ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정치경제부 김혜민 기자 hmeeng@ⓒ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