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사외이사들이 이사회에서 찬성 의견만 내놓는 '거수기'라는 비판을 받으면서도 연봉은 짱짱하게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과 한국기업지배구조원에 따르면 지난해 연봉 1위 SK하이닉스의 사외이사 평균 연봉은 1억5700만원으로 직원 평균 연봉(5759만원)의 2.7배였다. 2위 포스코의 사외이사 평균 연봉은 1억5500만원인데 지난해 이사회가 7차례 열렸으니 회당 2214만원씩 받은 셈이다. 이 밖에도 한미사이언스, 영원무역, 호텔신라, 삼성전자, SK텔레콤, 현대자동차, KB금융, 삼성물산 등 상위 10개 회사의 사외이사 평균 연봉은 8000만~1억2000만원. 지난해 경기가 좋지 않았음에도 사외이사 연봉은 전년 대비 14(한미사이언스)~240%(호텔신라) 올랐다. 기업들은 사외이사 수가 줄었거나(SK 하이닉스) 성과급이 포함된 금액(포스코)이라고 설명하지만 상근하지 않고 한 달에 한 번 정도 이사회에 참석하는 데 대한 보수로는 과다한 게 사실이다. 평균 연봉 인상률도 대부분 한 자릿수인 일반 직원들의 연봉 인상률과 비교가 안 될 만큼 높다. 사외이사 제도는 외환위기 때 대기업의 방만한 경영이 문제가 되자 경영진이나 대주주를 견제ㆍ감시하는 역할이 필요해 1998년 도입했다. 마땅히 사외이사의 독립성과 전문성이 관건이다. 하지만 현실은 정치인이나 검찰ㆍ국세청ㆍ공정거래위원회 등 힘센 기관 출신 관료 위주로 영입해 대주주의 방패막이 내지 기업의 로비스트화하고 있다. 이사회에서 반대 의견을 내는 경우는 거의 없고 대주주와 경영진의 뜻에 맞춰 찬성 의견을 내는 거수기 역할에 그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도입 15년째인 사외이사 제도를 제대로 정착시키려면 사외이사의 역할과 활동 내용을 상세히 밝히고 개별 사외이사의 보수를 투명해야 공개해야 할 것이다. 사외이사가 연봉에 합당한 일을 하는지를 주주와 회사 직원들이 판단할 수 있어야 대주주와 경영진의 정실 인사를 차단하고 능력 있는 인물을 영입할 수 있다. 미국ㆍ영국ㆍ독일 등 선진국은 사내ㆍ사외이사를 포함한 이사회 임원들의 개별 연봉을 모두 공개한다. 경영이사회를 견제할 수 있는 인물로 사외이사를 구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스웨덴처럼 소액주주가 사외이사를 추천할 수 있는 길도 열어 놓을 필요가 있다.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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