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비=생존' 강화된 규제에 사활 건 車업계

[아시아경제 임철영 기자]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들의 ‘연비경쟁’이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미국과 유럽을 비롯한 아시아 주요 국 정부가 자동차 연비 규제 기준을 당초 계획보다 앞서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발표,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다. 현대기아차는 지난 2010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통해 오는 2020년까지 ℓ당 평균 연비를 20km를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웠으나 이를 상향 조정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각국 정부의 연비 관련 규제 강화 로드맵이 자동차 메이커들의 연비개선 속도보다 더 빠르기 때문이다.16일 자동차 업계와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국가온실가스 감축 계획의 일환으로 오는 2020년부터 차량 평균 연비 기준을 20㎞/ℓ 이상으로 높이기로 했다. 환경부 등 관련부처는 이미 시행 일정과 방안을 조율하기 위해 상시 협의체를 구성했다. 정부는 우선 오는 2015년까지 자동차 연비 규제 기준을 17㎞/ℓ로 제시했다. 이 기준에 따라 온실가스를 적게 배출하는 차량에는 보조금을 지급하고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차량에는 소비자에게 부담금을 부과한다. 이른바 ‘저탄소차협력금제도’다. 동시에 규제 기준에 만족하지 못한 자동차업체는 지난 3월 시행된 에너지이용합리화법에 따라 과태료가 부과된다. 미국과 유럽도 단계적으로 자동차 이산화탄소 배출량 제한 규정을 마련해 적용할 방침이다. 미국은 오는 2025년부터 23.9㎞/ℓ 이상의 연비 기준을 충족해야만 자동차 판매를 허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고, 유럽은 2020년부터 연비 규제기준을 26.5㎞/ℓ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특히 유럽은 오는 2015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 규제 기준을 130g/km로, 2020년까지 추가로 95g/km로 낮추고 g당 95유로의 벌금을 부과키로 했다. 아시아국가 중 가장 규제 수위가 높은 일본은 2020년 20.3㎞/ℓ 기준을 마련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차량 구입시 차종별 온실가스 배출량에 따라 보조금-중립-부담금 구간으로 구분돼 차등적으로 보조금이나 부담금이 부여된다”며 “자동차업계의 글로벌 친환경기술 경쟁력을 강화하고, 하이브리드차·전기차 등 친환경차와 소형차의 소비를 유도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고 설명했다.현재 국내에서 시판중인 자동차 중 20㎞/ℓ 기준에 만족하는 모델은 단 8종에 불과하다. 2인승 경차를 주로 판매하는 스마트 포투의 모델이 20.4㎞/ℓ~30.3㎞/ℓ의 공인연비를 기록했고, 푸조 208 1.4 e-Hdi가 21.1km/ℓ의 연비를 실현했다. 하이브리드 모델인 도요타 프리우스와 혼다 CR-Z는 각각 21.0km/ℓ, 20.6km/ℓ다. 국산차 브랜드가 내놓은 시판 모델 중 2020년 기준에 만족하는 모델은 없다. 연비가 20㎞/ℓ 이상인 모델은 대부분 800cc~1500c급 디젤엔진을 장착했거나, 하이브리드 모델이라는 공통점을 가졌다. 현재로써는 배기량이 작은 디젤엔진 또는 모터와 함께 구동하는 하이브리드 모델이 가장 경쟁력 있는 모델이라는 분석이다. 차세대 친환경 차량으로 각광받고 있는 전기차와 수소연료전지차의 경우 원활한 보급을 위해 해결해야할 숙제가 많기 때문이다. 자동차업계 고위 관계자는 “자동차 배출기준 강화라는 전 세계적인 추세에 발맞추지 못해 사라지는 기업이 생길 수 있다”며 “시장의 요구에 신속하게 대응하는 기술개발 노력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 사이에 제휴가 활발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하이브리드 기술에 약한 포드가 도요타랑 손을 잡았고, GM이 푸조-시트로엥과 제휴를 맺고 친환경 모델을 개발 중이다. 올해 초에는 BMW와 도요타가 연료전지차 개발 등을 위해 기술개발 공조를 약속했다. 수소연료전치차 기술에서 가장 앞서있는 현대기아차는 파워트레인과 소재개발부문에 투자를 집중해 소형엔진, 경량화 소재를 시판 모델에 적용할 방침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강화될 연비기준에 맞추기 위해 엔진 다운사이징에 우선 집중하면서 하이브리드는 물론 전기차와 수소연료전지차의 보급에도 힘을 계획"이라고 말했다.박연재 환경부 교통환경과장은 “2020년까지 배출전망치(BAU) 대비 수송부문 온실가스 34.4% 감축 목표 중 52%를 차지하는 자동차 온실가스 감축과 연비개선 및 친환경차 보급 분야 목표 달성에 한걸음 다가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임철영 기자 cylim@<ⓒ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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