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은행, 채권 금리 상승으로 수백억달러 평가손

채권 보유 평가이익 연초 400달러서 60달러로 급감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시장 금리 상승으로 미국 은행들이 보유 채권에서 수 백억달러의 평가손실을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당장 이번주 시작될 2분기 실적 발표에서 이에 따른 영향이 반영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어닝시즌이 이번주부터 본격화되는데 은행들은 오는 12일 JP모건 체이스와 웰스파고의 실적 발표를 시작으로 다음 주까지 6대 은행을 비롯해 대부분 은행 실적 발표가 이뤄지게 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지난 5일(현지시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채권 가격 하락(금리 상승) 탓에 미국 은행들이 보유 채권으로 유지하고 있던 미실현 이익 규모가 올해 초 400억달러에서 약 60억달러로 급감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7일 보도했다. FT는 FRB의 양적완화 규모 축소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미실현 이익이 급감했다고 설명했다. 금융위기 후 은행들은 미 국채와 모기지 채권을 매입하면서 안정적인 수익을 취할 수 있었다. 중앙은행인 FRB가 양적완화를 통해 이들 채권을 매입해줬고 이에 따라 이들 채권 가격이 장기 강세 흐름을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FRB의 양적완화 축소 가능성이 대두되면서 채권 가격은 최근 급락하고 있다. 이에 따라 채권에서 평가 이익이 줄고 채권을 담보로 했던 평가했던 자산의 가치도 하락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고 이러한 여파가 이번 어닝시즌에서 반영될 것이라고 FT는 분석했다. 은행들은 채권 보유에서 발생한 미실현 이익이 줄었다고 해서 손실로 반영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자본 수준이 낮아지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금리가 3%포인트 가량 상승하면 바젤3 기준으로 기본자기자본비율이 1%포인트 감소하는 결과를 가져온다며 이를 금액으로 환산할 경우 수백억 달러에 이른다고 추산했다. JP모건과 웰스파고가 모기지 금리 하락으로 누렸던 이익 증가 효과도 더 이상 기대할 수 없게 됐다. 기존 모기지 금리가 하락하던 상황에서는 금리가 낮은 모기지로 갈아타는 리파이낸싱이 활발했지만 이제는 리파이낸싱 수요는 줄 수 밖에 없으며 이에 따라 리파이낸싱 수수료로 짭짤한 수익을 올렸던 웰스파고와 JP모건의 실적이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금리 상승으로 기업들의 채권 발행 비용이 높아져 기업들의 채권 발행도 줄고 있다는 점과 자금 조달 비용 상승은 인수합병(M&A) 활동도 위축되고 있다는 점도 은행 수익에는 악재다. 샌포드 번스타인은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의 경우 채권과 원자재 트레이딩 부문 매출이 1분기에 비해 최대 20%까지 줄 것이라고 예상했다. 시장 관계자들은 금리가 오르면서 장기적으로는 은행들이 예대 금리차를 이용한 수익을 늘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웰스파고의 존 스텀프 최고경영자(CEO)는 기준금리가 너무 낮아 예대 금리차도 낮게 유지될 수 밖에 없다며 이 때문에 은행이 이익을 늘리기 힘든 환경이라며 금리 인상을 주장해왔다. 하지만 당장은 그동안 채권 투자로 올렸던 막대한 수익이 감소하는 충격을 감당해야 할 것이라고 FT는 지적했다. 박병희 기자 nut@<ⓒ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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