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앤비전]건설업 불공정 관행에 부는 경제 민주화 바람

이종광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정부가 지난달 중순 국가정책조정회의를 거쳐 건설산업의 불공정거래 관행 개선에 대한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자료를 훑어보는 잠깐 사이에도 정부가 고심했다는 인상을 받을 만큼 신선하고 정돈된 내용이다. 제법 후한 점수를 줘도 될 듯하다.  박근혜정부는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부터 경제민주화를 핵심공약으로 내세워 왔다. 이러한 정부가 전반적인 체계를 갖춰 선보이는 첫 번째 경제민주화 대책이라는 상징성 때문인지 공을 많이 들인 것으로 보인다. 먼저 건설업체 간의 하도급계약에 대한 국가 개입을 확대했다는 점에서 정책의 관점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 불공정 하도급계약의 효력을 무효화하고 발주자가 불공정한 하도급계약 조건을 변경할 것을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저가낙찰 공사에서 발주자의 하도급대금 직불을 의무화하는 방안이 종합대책에 포함됐다.  이들 방안은 그동안 자본주의 시장경제에 맞지 않는다는 일각의 반발 때문에 유보됐던 정책 대안들이다. 정부로서는 히든카드를 꺼내 든 셈이다. 경제민주화의 수준과 속도를 두고 미묘한 정치적 전선이 형성돼 있는 시점에서 앞으로의 국정기조를 가늠하는 잣대가 될 수 있다. 불공정거래 문제를 보는 시야를 넓힌 점도 진일보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번 대책은 원ㆍ하도급업체 간의 관계뿐 아니라 발주자와 건설업체, 그리고 하도급업체와 근로자ㆍ장비업자 사이의 불공정 관행에까지 문제의식을 확장했다. 특히 발주자의 불공정 관행을 공론화한 것은 의미가 크다. 공사를 수주해야 하는 건설업체 입장에서 발주자에게 항변한다는 것이 어려운 게 현실이었다.  서민계층이 많은 건설근로자 보호를 위한 방안도 포함됐다. 임금 지급보증 등의 방안은 노임체불을 예방하는 실효적 대책이다. 원도급계약과 그로부터 파생되는 하도급계약과 고용계약에 이르는 모든 단계에서 발생하는 불공정 관행에 전면적으로 대응하는 체계를 갖추고 있는 이번 대책은 효과적인 전략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건설업계 전반의 평가는 긍정적이다. 분리발주 등 일부 요구사항이 종합대책에 포함되지 않아 아쉽다는 반응도 있다. 하지만 정부가 마련한 대책을 두고 이해를 달리하는 관련업계에서 상반되는 논평을 내기 일쑤인 종전의 사례를 감안하면 이번 대책에 대한 높은 수준의 동의는 이례적이다.  종합대책을 통해 경제민주화 정책이 관련 당사자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내용으로 구성된다면 두루두루 환영받을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한 것에도 큰 의미가 있다. 다른 사안에서도 이해대립이 선명한 단발성 정책보다는 관련 사안을 조율한 정책패키지를 내놓은 것이 좋다고 본다.  건설산업을 경제민주화 종합대책의 첫 번째 타깃으로 정한 것은 잘한 선택이다. 최근 들어 다른 곳에서도 누적된 갑을관계의 모순이 터져 나오지만 그동안 건설산업은 불공정거래 이슈의 아이콘이었다. 때문에 역설적이지만 불공정거래에 대한 규제시스템이 잘 갖추어진 분야가 건설산업이다.  건설산업 구성원들도 갑과 을의 지위를 오가며 갑을문화의 폐해를 많이 경험한 터라 공정거래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나아지고 있다. 그동안 건설당국이 좋은 대안을 발굴해도 다른 부처와의 의견조정이 이루어지지 않아 폐기되거나 정책이 표류한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이번에 국토교통부 외에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가 종합대책 마련에 함께 참여한 것은 정책 추진 동력 확보에 유리한 점이다.  국토부를 중심으로 정부가 종합대책에 담긴 방안을 효과적으로 실행한다면 건설산업에서 불공정 관행을 뿌리 뽑는 데 성공할 가능성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만약 건설산업에서 불공정 관행 척결에 성공한다면 그 성과를 경제사회 전반에 확산하는 것도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 이번 건설산업 불공정거래 관행 종합대책이 건설산업은 물론 사회경제 전반에 공정거래 문화를 확산하는 전환점이 되기를 기대한다.이종광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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