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최준용 기자]입시지옥. 우리나라 교육현실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가장 어울리는 단어일 것이다. 새 정권이 들어설 때면 교육제도는 어김없이 바뀌고 이를 따라잡지 못하는 학생들은 ‘낙오자’로 낙인찍히게 되는 기이한 구조를 갖고 있다. 학생들은 치열한 경쟁 속, 친구이기 보다는 적이 되고 이 과정에 다수는 파멸의 길을 걷게 된다. 영화 ‘명왕성’(감독 신수원)또한 꿈 많던 한 소년이 잘못된 입시제도와 경쟁을 경험하며 서서히 파국의 길로 치닫는 과정을 그려냈다.영화는 여러 아이들이 흰 토끼 한 마리를 거칠게 궁지에 몰아세우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사립 고등학교로 전학 온 준(이다윗 분)은 어려운 형편에서도 열심히 공부해서 항상 상위권을 유지하는 착실한 학생이었다. 하지만 전학 온 이후 그는 수업시간마다 위화감이 가득하고 아무리 노력해도 성적이 오르지 않자 좌절에 빠지게 되면서 특단의 조치를 취하게 된다. 우연찮게 알게 된 ‘상위 1%만의 비밀 스터디’에 들어가는 준의 모습이 그려지면서 영화의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준은 과학시간만큼은 이전 수업과 달리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과학 선생님을 도와주는 조교역할까지 자처한다. 하지만 그가 처음으로 참여한 실험은 개구리 신경을 마비시켜 어떤 자극에도 움직일 수 없는 '불구'로 만드는 실험이었고 이는 곧 준의 미래임을 암시해준다. 준은 누구보다 열심히 공부했지만 최악의 성적을 받게 되고 이는 수치심으로 이어진다. 이에 그는 비도덕적인 테스트를 거치면서 까지 상위 1%만의 비밀 스터디 그룹에 들어가 윤리의식조차 느끼지 못하는 괴물이 된다. 이 과정에서 영화는 준과 그를 개처럼 다루는 비밀 스터디 그룹 멤버들의 대조적인 집안과 재력상태를 보여주는데 이는 결국 상위 1%만을 위한 잘못된 사회임을 의미한다. 영화는 학교를 배경으로 학생들을 전면에 배치시켰기에 자칫 성장영화로 오해할 수 있으나 ‘명왕성’은 현 사회에 비판의 메시지를 전하는 사회고발적인 영화다. 특히 ‘명왕성’을 연출한 신수원 감독은 실제 교사생활을 해봤기에 교육현실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력을 바탕으로 학생들의 고민 등 학교를 사실감 있게 표현해냈다. 또한 학생들 서로 적이 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리얼하게 그려내며 그들을 탓하기 보단 이 제도를 답습하는 기성세대와 대한민국 현실에 경종을 울린다. 이처럼 영화 ‘명왕성’은 치열한 경쟁 속 비극을 맞게 된 학생들을 리얼하고 현실감 있게 그려내며 영화를 보는 관객들은 현실을 다시 한 번 생각하고 깨닫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궤도가 일정치 않은 이유로 퇴출된 ‘명왕성’은 곧 경쟁 속 결국 1% 안에 들어가지 못한 준과 입시지옥을 경험하는 학생들 아닐까. 무한경쟁 속,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는 우리 사회의 자화상을 담은 영화 ‘명왕성’은 오는 7월 11일 개봉한다. 최준용 기자 cjy@<ⓒ아시아경제 & 스투닷컴(stoo.com)이 만드는 온오프라인 연예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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