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검찰이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지시로 이뤄진 국정원 직원들의 댓글작업이 선거운동에 해당한다고 판단하면서도 이를 뒷받침할 근거가 부족한 건 아닌지 막판까지 노심초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정원의 대선 등 정치개입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관련의혹 특별수사팀(팀장 윤석열 여주지청장)은 9일 원 전 원장 등 사건 주요 관계자들의 신병처리 방침에 대한 결론을 기다리고 있다. 검찰 등에 따르면 결론은 이미 수사팀을 떠나 검찰 수뇌부의 최종결정만 남겨둔 상황으로 전해졌다. 원 전 원장은 취임 이래 ‘지시·강조 말씀’ 등을 통해 대선을 앞두고 3차장 산하 심리정보국 직원들이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비방 인터넷 댓글을 작성하게 하는 등 국정원 직원의 정치적 중립의무를 어기고 지위를 이용해 선거운동에 관여한 혐의(국가정보원법상 정치관여·직권남용, 공직선거법상 지위 이용 선거운동 등) 등을 받고 있다. 검찰은 수사 시작과 더불어 원 전 원장, 이종명 전 3차장, 민병주 전 심리정보국장 등 국정원 지휘라인을 잇따라 불러 조사하며 국정원 직원들의 조직적인 댓글작업을 둘러싼 지시·보고체계를 확인했다. 검찰은 결국 댓글의 작성 주체와 내용, 성격이 수사 결과로 직결될 것으로 보고 그간 국내 주요 인터넷 사이트 15곳을 상대로 광범위한 분석을 벌여왔다. 검찰은 문제되는 댓글 내용들이 국정원 관계자들의 해명과는 달리 ‘대북심리전의 일환’ 범주를 벗어나 국정원 직원들에게 요구되는 정치적 중립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고 있다. 관건은 공직선거법 위반까지 인정할지 여부다. 앞서 경찰은 이른바 댓글녀 김모 씨 등 국정원 직원 2명 등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면서도 공직선거법 위반은 적용하지 않았다. 검찰이 원 전 원장에 대해 적용을 검토하고 있는 공직선거법 조항은 지위를 이용한 선거운동금지다. 해당 조항은 공무원의 지위를 이용한 선거운동을 금지하며, 소속직원을 대상으로 선거운동이 이뤄진 경우 지위를 이용한 것으로 보도록 하고 있다.판례상 선거운동에 해당하려면 당선 또는 낙선을 목적으로 계획적, 반복적, 계속적으로 이뤄진 행위여야 한다. 검찰은 지난 4월 국정원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앞서 정치권이 폭로한 25차례보다 방대한 분량의 ‘지시·강조말씀’ 문건 등을 확보하며 원 전 원장이 재직 중 반복적·계속적으로 댓글작업을 지시하고 보고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정치권에선 이명박 전 대통령을 배후로 측근인 원 전 원장을 통해 조직적이고 치밀하게 입안·실행된 계획적인 ‘국정원의 국내정치개입’으로 사건을 규정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검찰은 수사가 막바지에 접어든 지난 3일 민 전 심리정보국장을 불러 보강조사에 나서기도 했다. 검찰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은 댓글 및 이를 작성한 국정원 직원들의 ‘양과 질’이다.검찰은 앞선 경찰 수사에 비춰 분석대상 인터넷사이트 및 그에 따른 댓글을 대폭 늘리고, 분석방법에 있어서도 ‘문재인, 박근혜, 새누리당, 민주통합당’ 등 4개 키워드가 아닌 연관 검색어까지 폭넓게 들여다 봤다. 이를 토대로 검찰은 문제의 소지를 안고 있는 댓글을 작성한 국정원 직원 의심 아이디를 대거 추가로 찾아내 신원 확인에 주력해 왔다. 검찰은 원 전 원장에 대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구속기소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지만 법무부는 신중론을 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막바지 내부 의견 조율 과정에서 ‘검찰-법무부’ 갈등 논란이 불거진 배경엔 증거법상 수사팀이 ‘뒷심’을 발휘하기 어려운 속사정도 녹아든 것으로 풀이된다. 원 전 원장 지시에 따른 조직적 행위로 판단하기에는 댓글 작성 의심 아이디 가운데 실제 국정원 직원의 것으로 드러난 규모가 댓글의 수에 비춰 적은데다, 국정원 직원들이 작성한 것으로 확인된 댓글의 경우에도 국가 정보기관이 생산했다고 보기엔 함량 미달인 내용이 많아 법원이 당선 또는 낙선 목적까지 인정할지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야권은 법무부장관의 수사지휘권을 의무적으로 서면 행사토록 검찰청법을 개정해 검찰 수사가 정치적 입김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편 검찰이 이날 중 결론을 내지 못하면 대선 관련 선거사범에 대한 공소시효가 오는 19일 끝남에 따라 민주통합당 등 고소·고발인들은 시효만료를 열흘 앞둔 10일 서울고법에 재정신청을 낼 전망이다. 사실상 검찰이 기소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재판 여부를 법원이 직접 판가름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재정신청이 접수되면 시효가 멎음과 함께 검찰은 법원에 의견서와 수사기록을 넘기기까지 한 달의 시간을 더 얻을 수 있다. 검찰은 이와 별도로 공소시효 이전에 수사를 끝낼 방침이다. 수사팀 관계자는 “(위에서)어떻게 결론이 나든 바로 처리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해 사실상 복수의 공소장이 이미 마련된 것으로 보인다. 재정신청이 이뤄지더라도 검찰이 고발내용인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기소하면 법원은 이유 없으므로 신청을 기각하게 된다. 정준영 기자 foxfury@<ⓒ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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