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직증축 리모델링 대상에 포함된 일산의 한 아파트 단지
[아시아경제 권용민 기자]"오히려 10년 후에 재건축하는 게 더 빠를걸요." (일산 P공인중개사무소 실장)"주민들 동의받기 거의 불가능하다고 봐야지요." (일산 E공인중개사무소 사장)아파트 리모델링 때 3개층을 더 지어올리도록 한 주택법 개정안이 발의되며 리모델링 추진 단지들의 움직임이 활발해질 것이란 기대와 달리 일산신도시 곳곳에서는 아직 실감을 못한 것처럼 냉랭한 분위기였다. 우려의 목소리도 꽤 흘러나왔다. 정부와 전문가들은 수직증축 리모델링이 허용되면 분당, 일산 등 수도권 1기 신도시가 가장 큰 혜택을 받을 것이라 예측한 것과 딴판이었다. 정부와 여당이 협의해 마련한 주택법 개정안은 지어진지 15년 이상 된 아파트들에 한해 안전진단과 보강을 거쳐 최대 3층을 더 올려 지으면서 총 주택수의 15%까지 늘릴 수 있게 한 것이 핵심이다. 추가로 지은 물량은 모두 일반분양으로 매각해 입주민들의 리모델링 부담을 크게 줄이도록 한 내용도 포함됐다. 입주한 지 19년 쯤 된 일산의 한 아파트. 젊은 학생들이 오가고 양 옆 나무가 우거진 좁은 길에는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하던 할머니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이 단지에 살고 있다는 A씨는 "수직증축 리모델링을 추진하게 되면 반대할 것"이라며 "리모델링 기간 동안 이주해야 하는 불편함을 감수하기 싫다"고 말했다. "집이 넓어지고 시설도 수리되는 것은 좋지만 오랫동안 지내왔던 집을 옮기는 것은 좀 고민을 해 봐야 한다"고 했다.리모델링 할 바에는 아예 새 아파트를 분양받겠다는 사람들도 있었다. 또 다른 입주민 B씨는 "리모델링 할 때 나오는 부담금이 부담스럽다"며 "차라리 새 아파트를 사는 게 나을 것 같다"고 밝혔다. 수직증축으로 새로 마련한 주택을 분양하지 못할 경우에는 결국 부담이 조합원들에게 돌아올 것이라는 점을 우려한 것으로 풀이된다.단지 인근 P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리모델링을 오랫동안 추진했던 단지들도 거의 진척이 없는 상태"라며 "정부에서 리모델링 활성화 대책을 내놨지만 현실적으로 리모델링이 진행되기는 힘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수직증축 리모델링 대상에 포함된 일산의 한 아파트 단지
경기도 고양시에서 수직증축 리모델링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섰던 단지는 대화동 성저삼익아파트다. 이 아파트 역시 지금은 사업 추진이 보류된 상태다. 조합 설립을 위해 추진과정에 참여해온 쌍용건설 관계자는 "주택경기 침체로 주민들이 많이 주저했는데 이번 주택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다시 시도해 볼 여지는 생길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제도가 좋아진 것만 가지고 동의가 일사천리로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주택시장 경기흐름도 주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비해 수직증축 리모델링 허용 소식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주민들도 일부 있었다. E씨는 "주택수의 15%가 늘어나고 부담금만 많이 낮아진다면 찬성한다"고 말했다. 나무 밑에서 휴식을 취하던 D씨도 "부담금만 줄어든다면 집 좋게 바꿔준다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다"며 반겼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경기침체로 분양시장이 양극화된 가운데 리모델링 수직증축에 따른 물량이 시장에 나올 경우 모두가 잘 팔릴 수는 없을 것"이라며 "분당이나 강남을 제외하곤 사업성이 얼마나 있을지 미지수다"고 평가했다.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에도 불구하고 입지에 따라 리모델링 비용 문제, 양극화 문제 등은 여전한 숙제로 남은 것으로 풀이된다.권용민 기자 festym@<ⓒ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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