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루트 악몽' 재현한 복병, 골대 불운

이동국[사진=정재훈 기자]

[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우려했던 홈 텃새와 구름 관중의 일방적 응원은 없었다. 대신 생각지 못한 복병이 발목을 잡았다. 골대 불운이 최강희호에게 '베이루트 악몽'을 다시 안기고 말았다. 최강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5일(이하 한국시간) 레바논 베이루트 카밀 샤문 스포츠시티스타디움에 열린 2014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6차전 레바논과 원정경기에서 1-1로 비겼다. 일방적인 우세에도 선제골을 허용하며 끌려 다니다 후반 추가시간 터진 김치우의 프리킥 동점골에 힘입어 간신히 무승부를 이끌어냈다. 경기를 앞둔 상황은 한국에게 유리하게 전개됐다. 레바논은 주축 선수 6명이 승부조작 혐의로 전력에서 이탈했다. 최종예선에서의 부진한 성적과 시리아와의 내전까지 겹쳐 축구에 대한 자국 팬들의 관심은 급격히 줄어들었다. 현지 언론조차 "레바논이 브라질월드컵에 나가는 건 기적과도 같은 일"이라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19개월 전 3차 예선에서 1-2 패배를 안긴 '베이루트 참사' 때와는 판이한 상황. 5만여 명이 운집했던 당시와 비교하면 경기장을 찾은 관중들의 숫자도 초라했다. 낙승에 대한 기대감과 달리 경기는 무기력한 흐름으로 전개됐다. 한국은 전반 12분 만에 선제골을 허용하며 위기에 몰렸다. 세트피스 상황에서 드러난 수비 집중력 저하가 또 한 번 재현됐다. 전열을 가다듬은 선수단은 만회골을 넣기 위해 공세를 강화했다. 그러나 거듭된 골대 불운과 결정력 부족으로 좀처럼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전반 22분 이청용이 페널티박스 왼쪽에서 날린 슈팅이 골포스트를 맞고 벗어난데 이어 후반 곽태휘와 이동국이 날린 회심의 슈팅이 모두 골대에 막혔다. 설상가상 교체 투입된 김신욱과 손흥민 역시 골키퍼 선방과 마무리 능력 부족으로 득점에 실패했다. 주도권을 잡고도 경기 내내 졸전을 펼친 이유다. 패배 위기에 몰린 한국은 후반 추가 시간, 아크정면에서 얻은 프리킥을 김치우가 극적인 동점골로 연결시키며 승점 1점을 얻는데 만족해야했다. 3승2무1패(승점 11)로 우즈베키스탄(승점 11)을 골득실에서 밀어내고 조 1위로 올라섰지만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3위 이란(승점 10)까지 순위 경쟁에 가세하면서 남은 우즈베키스탄(11일), 이란(18일)과의 2연전은 살얼음판 승부를 예고하고 있다. 김흥순 기자 sport@<ⓒ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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