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많은 생활안전지도·4대악 감축목표관리제 '강행'

정부, 30일 국민안전 종합대책 발표...'부작용 우려' 지적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정부가 생활안전지도 작성·공표, 4대악 감축목표 관리제 등을 밀어붙이고 있다. '국민 안전 강화'라는 명분에는 누구나 공감하지만 논란이 있는 정책을 강행해 향후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안전행정부는 30일 서울 보라매공원 안전체험관에서 성폭력·가정폭력·학교폭력·불량식품 등 21개 분야 안전관리 대책을 담은 '국민안전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이르면 다음 달부터 성폭력·가정폭력·학교폭력·식품안전 등 4대악에 대해 분야별 국민안전 체감지수를 조사해 6개월마다 발표할 계획이다. 지역 별로 어떤 곳에서 '4대악'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지에 대해 국민들이 알게 된다는 것이다. 지난 3월 발표한 범죄, 사고 다발 지역을 표시한 '생활안전지도' 제작 방침을 구체화한 것이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 국민안전 체감지수 발표가 범죄·사고 다발 지역을 손쉽게 파악해 범죄나 사고를 예방하는 데 큰 도움이 되겠지만, 지역별 격차가 드러나 주민 반발 및 위화감을 불러오는 등 부작용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우려된다는 지적이 나왔었다. 지자체 별로 '순위'가 매겨지고, 범죄 다발 지역의 경우 '낙인 효과'로 인해 주민들이 집값 하락 등 재산상 불이익을 당하게 된다는 반발도 만만치 않았다. 이런 우려로 인해 지난 2006년 소방방재청이 재해지도를 작성하려다 실패한 전력도 있다. 정부는 그러나 부작용을 감수한 채 4대악 등 범죄 예방 효과를 감안해 이날 종합대책에 '국민안전 체감지수' 조사 발표를 포함시켰다.안행부 관계자는 "몇가지 우려가 있지만 범죄가 많다고 확인된 지역의 경우 해당 지자체가 오히려 그 지역에 집중적으로 투자, 관리해 치안이 개선되는 새로운 효과가 나타날 수도 있지 않냐"며 "외국의 사례에서도 약간의 문제가 있었지만 시행후 나아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정부는 또 이날 종합대책에 '4대악 감축 목표 관리제'를 본격적으로 시행하겠다며 구체적인 수치를 적시했다. 우선 성폭력 범죄자에 대한 검거 활동을 강화해 검거율(현재 15.5%)을 강도·살인자 수준(9.5%)으로 높이기로 했다. 성폭력 범죄자의 검거율을 매년 10%씩 높여 목표를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전체 학생 중 학교폭력 피해를 경험하는 학생 비율은 매년 10%씩 줄이고 가정폭력 재범률은 매년 4.5%씩 감축하며 식품안전체감지수는 90%까지 높인다. 정부는 특히 안행부 장관 주재로 매달 여는 안전정책조정회의에서 목표별 달성 실적을 확인하고 1년에 한 차례는 목표 달성 여부를 발표할 계획이다. 경찰은 이를 위해 전국 16개 지방경찰청에 208명 규모로 성폭력 범죄를 전담하는 경찰수사대를 설치했다.정부는 또 전국 초등학교 4∼6학년생과 중·고교생 전체를 대상으로 벌이는 학교폭력 실태조사에서 학교폭력 피해 경험률을 작년 9.6%에서 5년후인 2017년 5.7%로 매년 평균 10%씩 감축할 계획이다.이를 위해 학교전담 경찰관을 500여명 증원해 경찰 1인당 담당학교를 20∼30개교에서 10개교로 줄인다.정부는 가정폭력 재범률을 작년 32.2%에서 2017년 25.7%로 매년 평균 4.5%씩 감축하고 불량 식품 근절을 위해 식품에 대한 안전체감지수를 작년 67%에서 2017년 90%로 높인다는 계획이다.그러나 이같은 '감축 목표 관리제'는 이런 계량적 목표를 달성했을 때 국민의 안전체감도가 높아질지는 미지수라는 점, 분야별로 목표 지표가 다 틀리기 때문에 일관성이나 대표성이 있는지 의문이라는 사실 등으로 논란을 빗고 있다. 게다가 이명박 정부 초기 대통령의 말 함다이에 경범죄 단속 건수가 10만건에서 30만건으로 늘어났듯 미검률 등 특정 비율로 정해진 수치 달성을 위해 현장에서 검거 실적 위주의 성과주의가 재연될 수 있지 않을까 우려도 나오고 있다.또 기존 살인, 강도, 성폭행, 사기 등 강력 범죄 단속에 투입되어야 할 경찰과 검찰 수사 인력, 행정력이 '4대악' 척결에 몰두하게 될 경우 자칫 치안에 공백이 생겨 기존 강력 범죄가 기승을 부릴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정부는 이와 함께 10만명당 자살사망률을 2011년 10만명당 31.7명에서 2016년 28.5명으로 10% 감축하고 전체 교통사고에서 보행자 교통사고가 차지하는 비율을 2011년 39%에서 2017년 29%로 10% 포인트 줄일 계획이다.이를 위해 보행자 교통사고가 가장 빈발하는 이면도로의 최고 속도를 현행 시속 60∼80km에서 50∼60km로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정부는 또 노인·장애인 보호구역과 생활도로구역 등 중복된 보호구역을 생활안전보호구역으로 통합해 어린이보호구역처럼 최고속도를 시속 30km로 제한하고 법규위반 시 가중처벌한다.김봉수 기자 bskim@<ⓒ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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