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블로그]안철수의 TPO정치

[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무소속 안철수 의원(서울 노원병)이 자신을 일약 전국구스타로 만든 토크 콘서트를 재개했다. 그는 지난 25일 지역구에 위치한 상원초등학교에서 주민 200여 명과 1시간 반 동안 청소년들의 진로와 교육 문제를 놓고 자유로운 토론을 벌였다. 안 의원의 토크 콘서트는 지난해 11월 이후 7개월 만이다. 그는 매달 콘서트를 열 계획이다. 해프닝도 있었다. 행사는 애초 광운전자공업고등학교에서 열릴 예정이었지만, 새누리당 이노근 의원(서울 노원갑)이 정치성을 이유로 제동을 걸어 장소가 변경된 것이다. 안 의원은 정치를 시작하면서 기성 정치와는 다른 '마케팅 기법'을 보여줬다. 소비자 마케팅에서 사용되는 TPO즉, 시간(Time)과 장소(Place)와 상황(Occasion)을 가장 잘 이용하는 정치인으로 꼽힌다. 작년 대선과정에서는 매번 주요 발표시점을 오후 3시로 잡아 '오후 3시=안철수타임'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금태섭 변호사의 '안철수 불출마 종용ㆍ협박', 대선출마 기자회견, 박원순 서울시장과의 면담, 대선후보 사퇴후 광주의 문재인 지지호소 등이 모두 오후 3시였다. 지난 22일 정책네트워크 '내일'출범 기자회견도 오후 3시였다. 장소(공간)의 정치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안 의원은 대선출마 선언을 충정로의 구세군아트홀에서 했다. 문재인 민주당 후보가 서대문 독립공원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서울 영등포 타임스퀘어에서 대규모 출정식을 연 것과 차별화한 것이다. 구세군아트홀로 정한 이유가 문화와 소통을 상징하는 공간이라는 점을 고려했다고 했지만, 실제 출마선언장은 한정된 공간에 기자와 지자들로 북새통을 이루었고 효과는 예상보다 더 컸다고 평가된다. 대선캠프도 여의도를 벗어나 서울 종로구 공평동에 '진심캠프'라는 이름으로 꾸렸다. 여의도의 기성정치와 다른 새정치를 표방한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문재인-안철수 후보 단일화의 회동과 TV토론은 백범기념관에서 가졌다. 국회에 입성해서는 공간 활용도가 더 넓어졌다. 지역구 활동은 기본. 복지위 배정을 통해 의정활동을 본격화했고 여의도 음식점에서 기자들과의 간담회, 의원동산에서의 선거캠프 자원봉사자들과 도시락모임 등 여의도정치도 시작했다. 부산과 광주를 방문하고 각종 포럼에 참여하면서 정치적 보폭도 넓히고 있다. 안 의원을 바라보는 시선은 대체로 4당 4색이다. 새누리당은 새정치의 실체를 이제는 보여줘야 한다고 채근한다. 정치세력화에 나서겠다면 새정치의 콘텐츠를 보여주고 거기에 맞는 참신한 인물들도 함께 국민에 제시해야 한다는 요구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후 이제 새 지도부가 당 재건에 나선 상황에서 안 의원의 부상이 달갑지만은 않다. 끌어안고 싶지만 들어오지 않겠다고 하고 그렇다고 범야권끼리 경쟁을 벌이다간 새누리당의 어부지리로 끝날 수 있어서다. 노회찬 전 의원의 지역구를 빼앗긴 진보정의당은 적대감마저 표출하고 있다. 통합진보당의 분위기도 이와 다르지 않다. 안 의원에 대한 경계와 견제의 목소리다. 그러나 새정치, 정치세력화, 야권 정계개편은 하나같이 국민적 관심사로서 안 의원이 직접 해답을 내놓아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이경호 기자 gungho@<ⓒ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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