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23일 일본 주식시장 폭락과 관련해 미국의 출구전략 가능성, 중국 제조업 지표 부진이 원인으로 지적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일본 내부에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일본의 통화정책을 총괄하는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 일본은행(BOJ) 총재는 최근 자국 국채 금리 급등에 대한 판단이 오락가락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그러자 일본이 과연 위기에 제대로 대응하고 있는 건지, 릫아베노믹스릮가 과연 성공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다.◆아베노믹스, 진정한 시험대 올라= 지난해 11월 이후 상승세를 보이던 일본 닛케이 225 지수가 23일 7.32% 폭락하면서 아베노믹스는 진정한 시험대에 올랐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24일 닛케이 225 지수는 반등하면서 충격을 수습하는 모습이다. 이날 오전 10시 현재 전일 대비 2.92% 오른 1만4892.81를 기록 중이다.23일 일본 주식시장 폭락의 원인은 일본 국채 금리 급등이었다. 최근 일본 국채 금리 급등에 대한 하루히코 총재의 판단은 오락가락했다.하루히코 총재는 지난 22일 “일본 국채 금리가 이렇게 많이 오를 줄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국채 금리 급등은 경기개선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주장한 BOJ 총재의 발언이 갑자기 바뀐 것이다.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상하 양원 합동 경제위원회에서 출구전략에 대해 언급하자 23일 오전 일본 국채 금리가 급등해 10년물 금리는 1년 만에 처음으로 1%까지 치솟았다.이에 BOJ는 금리를 안정시키기 위해 2조엔의 유동성을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BOJ가 22일 통화정책회의에서는 아무런 추가 대책을 내놓지 않다 23일 부랴부랴 2조엔 규모의 유동성 공급 계획을 발표한 것도 되레 시장 혼란만 부추기는 결과로 이어졌다.유동성 공급 발표 이후 일본 국채 금리는 안정을 찾았지만 주식시장은 폭락하고 말았다.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일본 주가가 폭락하자 시장전문가들이 일본의 종말이 시작된 게 아닌지 두려워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 경제 격주간지 포브스는 일본을 주가가 사상 최고치로 치솟다 급락한 애플에 비유했다.아베노믹스가 결국 실패할 것이라고 주장해 온 미즈호 증권의 우에노 야스나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23일 주가 하락을 “아베노믹스 몽상가들에 대한 경고”라고 표현했다.헤지펀드 매니저 카일 배스는 “일본 국채 보유자들이 대규모 투매에 나설 것”이라며 “이에 따른 충격을 상쇄하기 위해 BOJ가 더 큰 부양책을 펼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앞서 일본 경제가 향후 2년도 안 돼 전면 위기에 봉착할 것이라며 일본 국채 투매가 시작되면 일본이 자국 국채 금리와 엔화 환율에 대한 통제권을 상실할 것이라고 경고했다.◆참의원 선거 변수될 듯= 일본 주식시장 폭락은 7월 참의원 선거에서도 변수가 될 전망이다. 마이니치(每日)신문은 23일 닛케이 225 지수가 폭락하면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에 위기감이 고조됐다고 보도했다. 아베 내각의 높은 지지율이 주가 부양 등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에서 비롯된 것인 만큼 주가 하락이 아베 정권 지지율에 타격을 입힐 수 있다는 것이다.이를 의식한 듯 아베 내각 관료들은 이날 금융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한 발언들을 쏟아냈다. 아마리 아키라(甘利明) 경제재정담당 장관은 “최근 닛케이 지수의 상승 속도가 예상보다 빨랐다”며 “일본 경제가 꾸준히 회복되고 있는 만큼 당황할 필요가 없다”고 진화에 나섰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도 닛케이 폭락에 대해 “중국 지표 악화로부터 영향 받은 듯하다”며 “일본 경기가 회복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하지만 시장을 진정시키기 위한 내각의 발언 이면에는 참의원 선거와 성장전략 발표를 앞둔 초조함이 감춰져 있다는 게 마이니치의 분석이다. 최근 닛케이 급등이 통화정책에 의존한 불완전한 상승이었던 만큼 주가 급락이 오는 6월5일 성장전략 발표를 앞둔 자민당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박병희 기자 nut@<ⓒ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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