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신입사원 채용 문화가 바뀌고 있다. 학력, 학점, 해외연수, 외국어능력 등을 따지는 이른바 '스펙' 위주 선발에서 벗어나고 있는 것이 두드러진 특징이다. 급변하는 기업 환경에 맞춰 끼와 열정, 창의력이 있는 인재를 찾기 위한 노력의 산물이다. 채용 방식의 변화는 과시성 스펙을 쌓기 위해 불필요한 시간과 돈을 투자하고 있는 취업준비생들에게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올 상반기 대기업들의 사원 채용 방식을 조사한 결과 새롭고 다양한 시도가 활발하게 이뤄졌다고 밝혔다. 우선 서류전형-필기시험-면접이라는 도식적인 틀에서 벗어나 오디션으로 인재를 가려내는 파격적인 방식이 눈에 띈다. 면접관 앞에서 자신의 인생 경험을 털어놓는 SK그룹의 'SK바이킹 챌린지'나 서류전형 대신 5분 동안 자기소개를 하는 KT의 '올레 오디션'이 그것이다. 과감하게 스펙을 없애거나 학력과 전공의 벽을 허문 기업도 많다. 현대자동차, 포스코, CJ, 효성 등은 사진, 학점, 부모 주소, 제2외국어 능력, 전공 표시란 등을 없애거나 블라인드 면접 방식을 도입했다. 롯데는 대졸학력 제한을 폐지했다. 삼성은 인문계 전공자를 소프트웨어 직무로 특별 채용했다. 한화는 인ㆍ적성 검사를 없앴다. 지방대생, 여성, 고졸, 저소득층 등 다양한 계층을 배려한 채용 방식도 여러 곳에서 도입했다. 채용 방식의 변화는 틀에 박은 듯한 '모범생'보다는 열정과 도전의식, 창의력 있는 인재를 찾으려는 기업의 시도다. 스펙 중심의 사원 채용 시스템은 그동안 적지 않은 문제를 드러냈다. 구직자들은 자신의 능력이나 전문성을 키우기보다 취직시험에 필요한 스펙 쌓기에 열중했고 대학 교육도 그런 방향으로 맞춰졌다. 대학생이 사교육을 받는 현상까지 나타났다. 기업은 기업대로 창의성ㆍ전문성과 현장 적응력이 떨어지는 교육방식을 불만스러워했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채용 문화에 새바람이 불고는 있지만 아직은 제한적이다. 대다수 기업은 여전히 천편일률적인 스펙 중심의 공채 방식을 고수한다. 대한상공회의소는 고도 성장기에나 적합한 그 같은 공채 방식을 버리고 직무 중심의 맞춤형 수시 채용으로 전환할 때가 됐다고 지적한다. 채용 문화의 새바람이 한층 세차기를 기대한다.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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