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 2년 안에 자국 국채 투자 지속 여부 선택해야 할 것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일본 경제가 2년 안에 전면적인(full-blown) 위기에 봉착할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21일(현지시간) 파이낸셜 타임스에 따르면 헤지펀드 매니저 카일 배스는 2년 안에 일본이 채권 위기를 맞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자신이 말하는 채권 위기란 그동안 일본 국채 시장을 지탱해왔던 일본인들이 자국 국채를 계속 매수할 것인지 매도할 것인지 선택해야 할 시기가 2년 안에 닥칠 것임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 파급 효과는 단순히 일본 국채 금리가 상승하는 것을 넘어 일본이 자국 국채 금리와 엔화 환율에 대한 통제권을 상실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배스는 댈러스 소재 헤지펀드 헤이먼 캐피탈 설립자다. 배스는 일본이 명심해야 할 것을 놓친게 있다며 바로 일본에 자금이 만들어지는 시스템이라고 지적했다. 일본은 과거 국내총생산(GDP) 대비 3~6%의 경상수지 흑자를 내면서 재정적자 비율은 3% 이내로 양호한 상태를 유지했다. 이는 일본 국민들이 자국 국채를 매수하는 기본 조건이 됐다. 자국 국민들이 국채를 매수해준 덕분에 낮은 국채 금리도 유지됐고 일본 정부도 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었다. 하지만 배스는 이같은 자금 조달 시스템이 깨지는 전환기가 다가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에 원전 폭발 사고까지 겹치며 일본의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급격히 줄었다.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는 이례적으로 3개월 연속 경상수지가 적자를 기록했다. 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은 11%까지 치솟았다. 일본인들이 국채를 매수했던 기본 조건이 깨지고 있는 것이다. 인구 구조학적 변화는 위기를 부채질하고 있다. 일본의 인구는 이미 정점을 찍었고 지금은 저축하는 사람들보다 소비하는 사람들이 더 많은 상황이다. 고령화로 연금을 수령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연금을 내야 하는 젊은 세대들의 부담은 날로 커지고 있다. 배스는 이를 폰지 사기를 일으켰던 미국의 버나드 메이도프 사건에 비유했다. 폰지 사기란 새로 가입한 신규 투자자들의 투자금을 기존 투자자들에게 수익의 형태로 되돌려주는 방식의 다단계 금융사기를 뜻한다. 폰지 사기가 계속 이뤄지기 위해서는 새로운 투자자가 계속 늘 것이라는 전제가 필요하다. 신규 가입자가 사라지는 순간 기존 투자자들에게 수익을 줄 수 없기 때문에 사기 행각이 만 천하에 드러나는 것이다. 일본의 경우 연금 수령자가 늘더라도 연금을 내는 젊은 세대가 계속 등장하면 고령화를 감당할 수 있지만 일본은 현재 인구가 줄고 있기 때문에 고령화를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이 배스의 지적이다. 결론적으로 배스는 일본이 스스로 자금을 조달했던 전체 시스템은 완전히 바뀌고 있다고 지적했다. 배스는 일본인들이 특유의 애국심으로 위기시 국채 매수에 나설 가능성도 없다고 봤다. 배스는 일본 국채 위기가 닥쳤을 때 애국심에 따라 일본 국채를 매수할 것이냐는 설문 조사를 의뢰한 결과 1009명의 일본인 중 국채를 매수하겠다고 답한 비율이 8%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반면 83%는 일본 국채 투자에서 달아날 것이라고 답했다며 일본인들의 국가에 대한 사랑과 정부에 대한 사랑을 혼동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베스는 아베노믹스로 인한 엔화 약세가 일본의 경쟁력을 강화시키고 금리까지 안정시킨다면 세계 경제도 더 나은 상황을 맞이하겠지만 아베노믹스가 결국에는 더 어려운 상황을 초래할 가능성이 더 크다고 내다봤다. 박병희 기자 nut@<ⓒ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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