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두과자 팔던 천안삼거리, 美 다우케미컬이 찾아온 이유

스토리가 있는 산업단지 <4> 천안 외국인 투자지역

천안은 한국의 첫 외국인 투자지역이자 디스플레이 분야의 새 요람으로 떠오르는 산업 요충지다.

서울-경상도-전라도 잇는 고속도·철도·공항 교통요충지IMF체제속 첨단산업 유치…산단공 직원들 땀의 결실[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천안삼거리 흥~능수야 버들은...' 으로 시작하는 '천안삼거리' 노래 탓일까. 많은 사람들이 천안을 능수버들이 늘어진 호두과자의 고장으로 여긴다. 하지만 좀더 들여다보면 천안은 우리나라 첫 외국인 투자지역이 성공적으로 자리잡은 도시이자 국내외 기업이 어우러진 디스플레이의 새 요람으로 떠오르는 산업 요충지다. IMF(국제통화기금)라는 전대미문의 위기를 과감한 투자와 열정으로 이겨낸 우리 산업단지의 저력이 깃든 곳이기도 하다. ◇고려시대부터 교통의 요충지 = 천안삼거리는 그저 흥만 나는 노래가 아니라 경상도와 전라도의 분기점에 위치하는 교통 요충지였던 천안의 특성을 잘 나타낸다. 서울에서 내려오는 대로로 천안에 도착하면, 천안삼거리에서 두 갈래로 갈라져 한 쪽은 병천을 거쳐 청주로 들어가 대구, 경주로 통하며 다른 한 쪽은 공주, 논산, 전주, 여수, 목포로 이어진다. 이런 지리적 특성은 지금도 천안을 교통의 요충지로 만들어주고 있다. 경부선과 전라선, 호남선, 장항성이 천안을 지나며 도로로는 경부국도, 경부고속도로와 연결돼 있다.  교통의 요충지인 천안을 눈여겨본 것은 고려 태조 왕건이다. 그는 삼국시대 초반 군사요충지라는 의미로 '도살성'이라는 살벌한 이름으로 불렸던 천안에 처음으로 '천안(天安)'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경주 출신인 후비 중 한명에게 '천안부원부인'이라는 이름을 주고 그 자녀들이 천안에 본거지를 삼도록 하기도 했다. 그만큼 천안의 입지조건이 매력적으로 보였던 것이다.  국내 최초의 외국인 투자지역이 천안에 위치한 것도 이런 입지조건 때문이다. 특히 천안 오창의 외국인 투자지역은 도로와 철도가 통과하는 사통팔달의 도로망을 갖추고 있을 뿐 아니라 5분 거리에 청주공항이 있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보유했다. 천안을 관통하는 교통망은 앞으로도 더 늘어날 계획이다. 총 길이 129km, 왕복 4차로의 제2경부고속도로는 서울에서 용인, 천안을 지나 세종시까지 연결되는 도로로 오는 2020년 전까지 완공될 예정이다. 도내의 원활한 물류분산을 위해 건설되는 45.7km의 천안~당진간 고속도로는 이미 일부 구간을 대상으로 한 실시설계가 진행 중이다.  
◇천안, 외국인 투자지역으로 각광받다 = 천안삼거리가 '세계'를 품게 된 것은 생각보다 오래되지 않은 지난 1994년부터다. 1993년 기본계획이 승인됐고 다음 해 10월 13일 국내 최초의 외국인 투자지역으로 지정받았다. 그해 12월부터 공업단지가 생겨났고 분양에 착수했으니 채 20년이 되지 않은 셈이다. 울산, 구로공단 등 1세대 산업단지가 대부분 60년대~70년대에 조성됐음을 감안하면 젊은 산업단지에 속한다. 그래서인지 입주한 업체들은 모두 디스플레이, 반도체 등 전기전자와 석유화학 등 첨단 업종이 주를 이룬다.  공단에 입주한 기업의 국적도 다양해 현재 일본, 미국, 영국 등 15개 국가에서 투자한 41개 곳에 이르며, 근로자도 총 4800명에 달한다. 많은 외국인 투자지역들이 낮은 입주율에 고생하고 있지만 천안은 100%를 달성했으며 여전히 '러브콜'을 받고 있다. 빈 자리가 없어 임대기업들이 들어오고 싶어도 들어오지 못하는 촌극도 빚어졌다. 결국 지난해 말 지자체는 천안 성남면 대화리와 수신면 신풍리의 33만6000㎡ 규모 땅에 천안5산단 외국인투자지역을 추가 지정해 늘어나는 수요에 대응했다.  외국 기업들의 투자 규모도 연 1억달러를 넘을 만큼 천안은 인기가 좋다. 미국의 롬앤하스와 벨기에 유미코아가 지난 2008년 각각 4000만달러를 투자했고 다음해에는 영국의 에드워드 등 3개사가 1억5800만달러를, 2010년에는 미국 다우케미컬 등 2개사가 1억45000만달러를 투자했다. 지난 2011년에도 유미코아 등 2개사가 1억100만달러를 투자했다.  ◇IMF도 극복한 산업단지공단의 열정 = 지금은 이렇게 인기를 끌고 있는 천안 외국인 투자지역도 초기에는 저조한 분양률로 골머리를 썩었다. 1994년 일부 분양계약을 진행했지만 경기가 둔화되기 시작하면서 분양률이 답보상태에 놓인 것이다. 결국 정부가 나섰다. 외국인 투자를 유도하고 해외의 고도기술업종과 첨단업종을 유치하려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미분양으로 남아 있던 49만1000㎡의 땅을 762억에 매입했다. 과감한 결정이었지만 매입한 용지를 정부가 직접 분양 임대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결국 정부 대신 출범한 지 얼마 안 된 산업단지공단이 이 업무를 맡았다. 산업단지공단은 1964년 구로 산업단지의 출범과 함께 태동(당시 한국수출산업공단), 우리 산업단지의 성장과 함께 커온 기관이다. 70년대 중부ㆍ동남ㆍ서부산업단지관리공단이, 90년대 서남산업단지관리공단이 생겨났고 97년 5개 관리공단이 산업단지공단으로 통합돼 전국의 산업단지에 대한 관리와 운영을 도맡게 된다.  산업단지공단 임직원들은 그 해 10월부터 천안사무소를 개설하고 본격적인 외국인 투자기업 유치에 나섰다. 처음에는 단지 내 사무실을 구하지 못해 시내에 별도 사무실을 마련,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단지와 사무실을 오가야 했다. 외국인 투자기업들을 유치하기 위해 수요가 있으면 어디든지 달려가 단지의 장점과 공장 입주절차에 대한 설명회와 워크샵을 열었다. 그렇게 백방으로 뛰며 천안 외국인투자지역을 살리려던 산업단지공단 임직원들의 노력도 무색하게 12월 IMF라는 전대미문의 사태가 발생했다. 당시 근무했던 한 직원은 '하늘이 무너지는 느낌'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쟁쟁한 입주 기업들 = IMF로 기업 투자가 꽁꽁 얼어붙었지만 임직원들의 열정과 노력은 결국 통했다. 매해 입주기업들이 조금씩 늘었고 입소문이 나기 시작하면서 외국 투자기업들이 하나둘 둥지를 텄다. 박구용 산업단지공단 호남권본부 과장은 "천안 근교에 있는 업체들은 물론 천안 외부라도 외국인 기업이 입주할 곳을 찾고 있다는 소문을 들으면 한달음에 달려갔다"며 "입주했던 업체들 사이에서 좋은 평가를 받으면서 다른 CEO나 업계 관계자를 만날 때마다 입소문을 퍼뜨려 주기도 했다"고 말했다.  초기 773억원에 불과했던 수출액은 14년이 지난 현재 2조2874억원으로 30배 늘어났고 1100만달러였던 수출액도 7억1000만달러로 65배 증가했다. 고용인원도 472명에서 4782명으로 10배 많아졌다. 입주 기업들도 쟁쟁하다. 글로벌 에너지기업인 아세아 브라운 보베리의 한국법인인 ABB코리아, 일본 브이테크놀로지의 한국 투자법인인 디스플레이 기업 브이테크놀로지코리아, 일본의 반도체 테스트장비 분야 1위 업체인 아드반테스트의 한국법인 아드반테스트코리아 등 다양한 디스플레이ㆍ반도체 기업이 입주한 상태.  산업단지공단 직원들의 투철한 서비스 정신 덕택에 이제 천안은 외국 투자기업들에게 '입주 1순위'로 꼽힌다. 미국 에너지업체인 타코닉의 한국 투자법인인 한국타코닉에서 근무하는 유재근 과장은 "차로 1~2분 거리에 위치한 산업단지공단 직원들이 일이 생길 때마다 달려와서 편의를 봐 주고 있어 공단에 입주한 후 공장 3개를 증축하면서도 불편하다고 느낀 점이 하나도 없다"고 평가했다.이지은 기자 leezn@<ⓒ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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