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 빚이 계속 불어나 지난해 1100조원에 육박했다고 한다. 빚 갚을 여력이 떨어지는 등 가계 부채의 질도 나빠졌다. 불황의 장기화로 가계 스스로 개선해 나갈 힘이 약해진 데다 뾰족한 정책적 해법도 없으니 문제가 보통 심각한 게 아니다. 얼마 전 한 해외 투자은행이 보고서에서 '한국은 북한 리스크보다 잠복한 가계부채가 더 큰 문제'라고 진단한 대목을 떠오르게 한다. 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해 실질 가계부채(한국은행이 내놓는 가계신용에 영세사업자 등 소규모 개인기업 대출을 합친 수치)는 1098조원으로 1년 전보다 52조원이 늘어났다. 2000년대 초반 600조원에서 13년 사이에 갑절이 된 것이다. 지금은 1100조원을 넘어섰을 게 분명하다. 규모의 증가도 문제이지만 보다 심각한 것은 빚의 내용이다. 가처분 소득 대비 가계부채의 비중이 갈수록 높아지면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수준을 훌쩍 넘어섰다. 여윳돈은 없는데 빚이 과다해 원리금 상환이 힘들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은행 가계여신이나 주택담보대출의 부실채권비율은 계속 상승하는 추세다. 특히 빚은 많고 신용등급은 낮은 다중 채무자, 경기변동에 민감한 자영업자의 비중이 높은 현실은 가계부채의 구조적 취약성을 그대로 드러낸다. '깡통주택'을 뜻하는 담보가치인정비율(LTV) 80% 이상 대출만 해도 3조2000억원을 웃돈다. 집을 팔아도 대출 원리금을 모두 갚지 못하게 된 깡통주택 채무자가 4만여세대에 이른다. 정부 일각에서는 가계부채 증가율의 둔화를 놓고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고 말하지만 큰일 날 소리다. 불황의 장기화, 부동산시장의 침체는 가계 빚을 한계에 몰아넣고 있다. 국민행복기금이 닻을 올리고 금융당국이 전면적인 부채 건전성 파악에 나선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그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당장은 세밀한 채무조정과 적절한 서민대출 확대 등이 필요하다. 근본적으로는 빚에 눌린 서민의 자활 능력을 높여야 한다. 경기 회복과 일자리 창출이 전제되지 않는 한 가계부채 대책은 임시방편에 그칠 수밖에 없다. 경기 회생을 축으로 박근혜정부 5년 임기를 관통하는 중장기 가계부채 해법이 필요한 이유다.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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