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은정 기자] '창조경제' 그리고 '벤처창업'. 요즘 박근혜정부가 푹 빠져 있는 단어다. 창의성을 우리 경제의 핵심가치로 두고 과학기술과 정보통신기술 융합을 통해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게 국정과제인 창조경제란다. 창조경제를 실현할 수 있는 핵심은 바로 벤처창업이고 말이다. 결국 국정과제인 창조경제의 실현을 위한 각론이 벤처창업인 셈이다. 이렇다보니 미래창조과학부는 물론 기획재정부, 법무부, 산업통상자원부, 문화체육관광부, 기획재정부, 중소기업청, 금융위원회 등 정부 각 부처는 창조경제의 각론인 벤처창업 관련 정책을 쏟아내기 바쁘다. 흡사 벤처창업 경진대회가 열린 것 같다. 15일 관계부처가 합동으로 발표한 '벤처ㆍ창업 자금생태계 선순환 방안' 역시 경진대회 분위기 속에 탄생했다. 이 대책의 취지는 '창업→성장→회수→ 재투자'의 과정이 물 흐르듯 막힘없이 순환시키는 데 있다고 한다. 그래서 그동안 벤처생태계의 고질적 문제로 제기된 엔젤투자, 회수 및 재투자, 실패후 재도전 부분의 병목현상 등을 해소하는데 초점을 뒀단다.그런데 새롭지 않다. 바로 며칠전에 발표했던 정책같다. 성공 벤처1세대를 벤처투자의 주역으로 키우겠다는 내용만 하더라도 지난달 말 중기청에서 발표한 카카오펀드를 떠오르게 한다. 다른점을 찾는다면 이날 발표된 정책에는 벤처1세대 등이 회수한 자금을 벤처ㆍ창업 재투자에 사용할 수 있도록 세제혜택을 주기로 한 것이 추가된 것이다. 엔젤투자 활성화, 기술혁신형 M&A 활성화, 코넥스 신설 등을 통해 성장 단계별 맞춤형 투자ㆍ회수 시스템을 갖추겠다는 내용 역시 인수위원회 시절부터 나왔던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시계추를 조금 더 뒤로 돌린다면 각 부처서 경쟁적으로 벤처창업을 부르짖고 있는 지금 모습이 2000년 벤처 붐 당시와 묘하게 겹친다. 창조경제 시대에 왜 13년 전 과거가 떠오르냐고? 벤처창업에만 모든 것이 집중된 현상 자체가 새롭지 않아서다. 오죽했으며 미래부 설문조사 결과 새 정부가 제시한 창조경제에 대해 대부분이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과반수 이상은 '이전의 경제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는 반응이 나왔을까.창조경제의 각론이 창업벤처로만 쏠리는 것도 문제다. 청와대는 청와대로, 부처는 부처대로 창업벤처만이 창조경제의 유일한 실현방안이라고 여기는 것 같다. 창조경제 정답이 벤처창업이라고 미리 알려주고 준비된 방안을 내놓으라고 압박하는 모습이다 보니 아이러니하게도 더욱 창조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박근혜정부 출범 당시 중소기업계는 어느 때보다도 화창했다. 중소기업을 통해 창조경제를 실현하겠다며 희망을 실어준 덕분이었다. 하지만 지금 중소기업계에서는 이런 분위기가 느껴지지 않는다. 최근 사석에서 만난 한 중소기업인은 "창조경제의 뚜껑을 열어보니 기존 기업보다는 창업벤처인에 대한 관심이 더 큰 것 같다"며 "우리도 조금만 체계적으로 지원해준다면 창조경제를 실현할 수 있을 텐데…"며 아쉬워했다.박근혜 정부 출범 80일째인 지금, 창조경제에 대한 대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무에서 유를 만드는 창업벤처만이 창조경제의 유일한 길은 아니다. 시각을 조금만 바꾼다면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서도 살아남은 중소기업들을 통해서도 창조경제를 실현할 방안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바로 모든 국민이 행복해지는 방법이다. 이은정 기자 mybang21@<ⓒ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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