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음식 만들기도 좋지만 봉사 자체가 뿌듯”

[아시아경제 박선강]광주 서구청년회, 7년째 홀로 사는 노인들에 반찬 봉사 학생들 “봉사 인증도 챙기고 친구도 사귀는 ‘일석이조’”
“새로운 또래 친구들을 만나고 음식을 만드는 것도 즐겁지만 홀로 사는 어르신들에게 작으나마 봉사를 한다는 것이 무엇보다 뿌듯해요.”휴일인 지난 12일 오후 1시30분 광주광역시 서구 쌍촌동 ‘함께할 새누리 지역아동센터’. ‘어르신 따뜻한 밥상’ 자원봉사를 하기 위해 광주지역 고등학생, 대학생 등 15명이 한데 모였다.서로 나이도 다르고 출신학교, 다니는 학교도 제각각 달라 처음에는 어색한 분위기였다. 그러나 잠시 후 사회자의 안내로 각자 제자리에서 일어나 “안녕하세요. ○○○입니다”라고 자기소개가 시작되자 키득거리는 웃음소리와 함께 친숙한 분위기로 바뀌었다.반찬 만들기에 앞서 조 편성을 위해 광주서구청년회 손평길 사무국장이 작은 쪽지들을 공중에 던지자 서로 먼저 집으려고 손바람을 냈다.쪽지에 적힌 숫자들을 확인한 뒤 내심 함께하고 싶었던 친구·형·오빠·누나 등에게 “몇조야?”라고 묻는 소리가 이어졌다. 마음에 든 사람과 같은 조에 편성된 학생들은 세상을 얻은 듯 환호성을 치기도 했다.
이날 학생들이 만들어야 하는 반찬은 계란말이, 미역줄기 볶음, 오이무침, 돼지고기 장조림, 고추장 어묵볶음.2~3명씩으로 조를 이룬 학생들은 손을 씻은 뒤 미리 준비된 어묵, 꽈리고추, 부추, 돼지고기, 당근, 양파, 마늘, 파 등을 싱크대에 올렸다.반찬 만들기가 처음인 학생들의 얼굴에는 걱정이 가득했다. 그동안 엄마가 만들어준 음식을 먹기만 했을 뿐 직접 만드는 일은 난생처음인 까닭이었다. 이를 짐작한 듯 손 사무국장이 미리 준비해온 레시피를 건네주자 그때서야 학생들의 얼굴이 펴졌다.레시피를 받아든 학생들은 서투른 솜씨로 당근·양파 등을 썰기 시작했다. 곁에서 보기에는 오십보 백보였지만 몇몇 학생은 옆의 친구들에게 “그렇게 하면 안 된다니까. 이렇게 해야지”라고 훈수를 두기도 했다.음식을 만드는 중간 중간 맛을 보며 간을 맞추고 고개를 끄덕이는 몇몇 학생의 모습은 조리사나 다름없이 진지해 보였다. 음식이 다 만들어지자 2~3일 정도 먹을 수 있는 양으로 용기에 나눠 담았다.담고 남은 음식은 자신들의 몫이었다. 처음 만들어보는 음식이 얼마나 입에 맞을까마는 수고한 뒤에 먹는 음식은 그야말로 꿀맛인 듯 했다.음식을 먹고 설거지를 마친 뒤 반찬통을 챙겨 이웃 아파트의 홀로 사는 노인들을 찾아 나섰다. 학생들의 눈에 비친 노인들의 모습은 한없이 가여워 보였다.신평중(77) 할아버지 댁의 현관 벨을 누르자 할아버지가 함박웃음으로 문을 열어주었다. “오, 왔는가. 이거 받소”라며 반찬통을 내밀었다. 지난 번 할아버지께 전한 반찬그릇이었다. 학생들은 인사와 함께 새로운 반찬통과 맞바꿨다.이날 학생들이 반찬을 전달한 곳은 6곳. 할머니 없이 쓸쓸하게 지내는 할아버지들이었다.
자원봉사활동에 참여한 김미래(20·여·조선대)씨는 “고등학교 시절 의무봉사시간을 채우려다 우연한 기회에 이곳을 찾게 됐는데 인연이 지금까지 닿게 됐다”며 “새로운 친구들과 선배들을 만나는 것도 좋지만 홀로 사시는 어르신들에게 작은 봉사라도 한다는 것 자체가 뿌듯한 일”이라고 즐거워했다.최지원(17·광주일고)군은 “평소 음식 만들기에 관심이 있었는데 누나의 소개로 이곳을 찾았다”며 “비록 맛은 없더라도 할아버지들이 맛있게 드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광주광역시 서구청년회는 2007년부터 홀로 사는 노인들에게 반찬 봉사를 해왔다. 매달 둘째, 넷째 주 일요일에 봉사활동을 펴다 보니 이날이 96번째 봉사였다.처음에는 서구청년회 회원들이 주로 했지만 최근에는 ‘사회복지 봉사활동 인증관리 시스템(VMS)’을 통해 봉사인증 4시간을 챙겨주는 덕분에 중·고교생과 대학생들에게 입소문이 나 있다.서구청 등 기관·단체의 후원이 없어 봉사활동을 신청하는 학생들이 음식재료비를 내고 있다. 이를 위해 중·고교생은 2000원, 대학생은 5000원씩의 참가비를 받고 있지만 강제사항은 아니다. 그러기에 봉사활동에 동참하며 새로운 친구를 사귀기에는 안성맞춤인 곳이다.손평길 사무국장은 “남녀노소 누구나 봉사활동에 관심이 있다면 참여할 수 있는 곳”이라며 “화려하고 대단한 봉사는 아니지만 이러한 봉사활동이 우리 사회 전역에서 펼쳐지기를 소망한다”고 말했다.박선강 기자 skpark82@<ⓒ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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