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에 여야가 이틀간 중단됐던 추가경정 예산안 심의를 재개하기로 합의했다. 이로써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계수조정소위가 다시 가동됐다. 새누리당이 대기업 감세를 줄이는 방안을 제시하고 민주통합당이 이를 받아들이는 타협이 이루어진 결과다. 이번 추경안으로 인한 재정건전성 악화를 시정할 대책을 먼저 내놓으라고 주장하던 민주당에 새누리당이 심의 보이콧을 풀 명분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어쨌든 경기부양의 시급성을 감안할 때 여야가 추경안 심의를 재개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모쪼록 주말에도 쉬지 말고 심의를 계속하여 이번 임시국회 폐회 예정일인 오는 7일 이전에 본회의 통과까지 마쳐야 할 것이다. 다만 여야가 심의 재개를 위해 주고받은 타협의 내용이 국민의 입장에서 보기에 눈 가리고 아웅 한 것이라는 점은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새누리당이 제시한 대기업 감세 축소 방안은 대기업에 대한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의 기본공제율을 1%포인트 낮춰 '대기업 증세' 효과를 거둔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건 기획재정부가 지난달 3일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고한 올해 업무계획에 포함됐던 것이다. 새누리당은 이미 있던 것을 새로운 것인 양 내놓았고, 민주당은 그것을 새로운 것으로 인정하는 태도로 받아들였다. 국민이 바라는 국회의 예산심의 기능은 그런 게 아니다. 국민이 용납할 수 있는 여야 간 정치적 타협이나 절충도 그런 게 아니다. 민주당이 이번 추경안과 관련해 재정건전성 문제를 제기한 것은 적절했다. 이번 추경안은 총 17조3000억원 가운데 16조5000억원을 국채발행으로 조달하게 돼 있고 그중 12조원은 세입결손을 메우는 데 쓰게 돼 있다. 부실하게 편성된 기존 예산을 땜질하기 위해 정부가 막대한 빚을 내야 하는 것이다. 그러니 야당인 민주당이 정부와 여당에 그 책임을 추궁하고 재정건전성 회복 대책을 요구한 것은 당연했다. 그래 놓고 눈속임이나 다름없는 타협안을 여당과 함께 만들어 국민 앞에 내놓은 셈이다. 처리 시한이 며칠 안 남긴 했지만, 그동안에라도 여야는 이보다는 수준이 높게 추경안을 심의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를 바란다. 재정건전성 회복 대책을 더 보완하고, 세목에서 불요불급하거나 경기부양 효과가 미미한 것은 제외하거나 다른 것으로 바꾸어야 한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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