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를 가족이 부양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청소년이 줄어든 가운데 정작 그 부모인 베이비붐 세대는 자녀 양육과 노부모 부양 부담 때문에 은퇴 준비를 못한다. 또 가정의 기본 구성요건인 결혼을 '안 해도 그만'이라고 여기는 청소년이 늘고 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여러 기관들이 내놓은 보고서에 나타난 우리 사회의 자화상이다. 여성가족부와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해 청소년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부모를 가족이 돌봐야 한다'는 응답은 35.6%로 10년 전인 2002년(67.1%)의 절반 수준으로 낮아졌다. 반면 '가족과 정부ㆍ사회가 함께 돌봐야 한다'는 응답은 50%로 2002년(20.5%)보다 두 배 이상 많아졌다. '부모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는 인식은 10.9%로 별 차이가 없었다. 결혼에 대해선 '해야 한다'는 응답이 54.9%로 2002년(61.2%)보다 줄어든 반면 '해도 되고 안 해도 된다'는 인식은 34.1%에서 39.8%로 높아졌다. 청소년의 부모 부양 및 결혼관이 변했지만 그 부모인 베이비부머(1955~63년생)들은 여전히 부모 부양과 자녀 양육 부담이 함께 지워진 낀 세대다. 서울대 노화ㆍ고령사회연구소 보고서를 보면 성인 자녀의 취업률이 35%에 그쳐 부모에 얹혀산다. 베이비부머의 70.8%는 부모가 생존해 있고, 68%는 노부모에게 경제적 지원을 한다. 손주 양육까지 떠맡은 베이비부머가 넷 중 한 명꼴이다. 젊어선 자녀 교육 때문에, 나이 들어선 부모 부양과 병원 치료비 부담 때문에 정작 자신에게 필요한 노후 준비는 못하는 현실이다. 지금 우리 사회 구성원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다 아프다. 노인들은 준비되지 않은 노후로 인한 빈곤 때문에, 장년층은 자녀 교육 및 결혼과 부모 부양 부담으로 힘들다. 3040세대는 맞벌이에 따른 자녀 양육과 비싼 집값 때문에, 20대 젊은이는 대학을 나와도 취업하기 힘든 현실에 부닥쳐 고민한다. 시험 스트레스와 학교폭력에 시달리는 10대 청소년의 사망 원인 1위가 자살이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박근혜정부가 내세우는 국민행복 시대는커녕 사회 자체가 지속 가능하기 어려워진다. 모든 문제를 국가에 기댈 수는 없다. 가정과 이웃이 서로를 보듬고 배려해야 한다. 가정의 소중함을 새삼 깨닫게 하는 가정의 달, 5월 첫 주말이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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