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특수 실종...상인들 '골든위크만 기다렸는데'
골든위크 첫 날인 27일 저녁 7시. 명동(왼쪽), 인사동 거리에는 엔저와 북한 리스크 등으로 일본인 관광객이 끊겨 썰렁하기만 하다 .<br />
[아시아경제 이광호 기자]"이러다가 거리로 나앉을 판입니다. 마수걸이(첫 매출)라도 하면 다행이지요." 서울 명동 잡화 매장을 운영하는 장모(42)씨는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 장씨는 "보시면 아시겠지만 파리 날린다는 표현이 딱"이라며 "일본 관광객은 물론 일본 상인들도 발길이 뚝 끊겼다"고 토로했다.일본 최대 연휴인 '골든위크(4월27일∼5월6일)' 첫 날 오후. 일본 관광객들로 북적여야 할 명동과 서울 주요 시내가 찬바람만 불었다. 일본의 '엔저(低) 환율 공세'와 북한 '군사 위협'으로 직격타를 입은 것이다. 쇼핑객의 절반 이상이 일본인 관광객이었던 시절은 옛말이 됐다. 한류스타들의 사진을 판매하던 이모(48)씨는 "골든위크 특수를 잔뜩 기대했는데 일본인 관광객이 급격히 줄었다"며 "엔저 현상과 일본의 보수 우익 표퓰리즘으로 한일관계가 냉각됐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요즘에는 중국인 관광객이 외국인 고객의 70%를 차지한다"며 "일본인 관광객이 줄어 월 매출이 50%가량 감소했다"고 하소연했다.바로 옆 환전소도 썰렁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한 환전상은 "엔화 약세가 이어지면서 일본인 관광객이 사라진 후 환전을 하려는 외국인을 찾기 어려울 정도"라며 "명동 일대의 환전소들이 '엔저 쇼크'로 문을 닫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걱정했다.일본인 관광객이 끊이지 않아 '이랏샤이마세(어서오세요)', '야스이데스(쌉니다)', '야스이야스이(싸요 싸)', '가와이(귀엽네요)' 등을 외쳐대던 화장품 밀집 거리의 호객소리도 사라졌다.토니모리, 이니스프리, 뷰티크레딧 등 대부분의 화장품 매장 매출은 지난해에 비해 절반 이상 급감했다. A화장품 매장 직원은 "예전 같으면 일본인 관광객이 몰려들어 통제를 해야 했을 정도였는데, 요즘에는 매장이 눈에 띄게 한산해졌다"며 "그나마 방문하는 고객들도 저렴한 제품을 고른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50% 매출이 줄었다"고 말했다. B화장품 매장 직원 역시 "골든위크를 겨냥해 할인 행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일본인 관광객이 없어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며 "매년 4∼5월이면 일본인 관광객들로 월 매출이 1000만원 이상 올랐는데, 이제는 거리를 활보하는 일본인 관광객을 찾아보기도 힘들다"고 근심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인사동과 남대문시장 등 서울 주요 시내 상권에서도 일본인 관광객이 뚝 끊겼다. 인사동 거리에서 매점을 운영하는 최모(47)씨는 "한달 전부터 일본인 관광객들이 안오기 시작했다. 오늘도 몇 명 다녀가고 감감 무소식"이라며 "최근에는 중국인이나 영어권 관광객이 대부분"이라고 알려줬다. 남대문 지하상가에서 잡화매장을 운영하는 김모(53)씨는 "일본인 관광객에게 가방이 잘 팔리는 곳이라 친구가 가방 가게를 내려고 했었는데, 엔저와 북한 위협까지 겹치면서 일본인 관광객이 끊겨 입점을 미루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올해는 장사가 안돼도 너무 안된다"며 "주변 상가가 하나같이 울상을 짓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한편 대한상공회의소는 계속된 독도영유권 갈등과 엔화 가치 하락에 이어 북한 리스크까지 더해져 올해 골든위크 기간 예상되는 일본인 관광객은 11만4000명으로 지난해 12만8000만명보다 10.9% 줄어들 것으로 관측했다.이광호 기자 kwang@<ⓒ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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