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배경환 기자] "코레일, 드림허브, 서울시, 이제는 아무도 못 믿겠다. 재산 피해도 힘들지만 정신적 피해가 더 크다. 소송을 준비 중이지만 어떤식으로든 정상화되길 기다리고 있다."(주영근 용산 개발동의자대책협의회 위원장)"청산결정, 잘 됐다. 이제 그만 좀 괴롭혔으면 좋겠다. 6년간 겪은 고통 이제는 잊고 싶다. 남은건 재산권 행사를 위해 서울시가 구역지정 해제를 결정하는 일이다."(이복순 용산 개발반대지번총연합회 위원장)
용산역세권개발 사업부지인 철도정비창 부지 전경. 31조원 개발 사업으로 단군이래 최대 사업으로 불렸던 용산개발이 청산 수순을 밟게 되면서 역사상 최대 규모의 소송전으로 비화될 전망이다.
좌초된 용산역세권개발을 놓고 주민간 갈등이 본격화됐다. 한쪽에선 사업 정상화를 바라며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준비 중이고 다른 한쪽에선 용산개발의 종지부를 찍을 구역지정 해제를 요구하고 나섰다. 서로간 비방전도 시작됐다. 소송을 준비하고 있는 찬성주민들을 향해 "앞으로 10년은 더 고생해봐야 정신차린다"는 반대파 사람들과 "서로간 의견취합도 못한채 그냥 반대만 외치고 있다"는 찬성파 사람들의 목소리가 뒤엉키고 있다.◇"주민 기만했다"= 주영근 개발동의자대책협의회 위원장은 사업을 책임져온 코레일에 대해 서운한 감정을 내비쳤다. 지난 6년간 개발에 찬성하던 주민들에게 한 마디 사과없이 한달만에 "정리하겠다" 고 일방적으로 발표한데 따른 것이다. 주 위원장은 "위원회를 통해 먼저 사정을 설명하고 사업을 정리하게된 배경을 털어놓는게 순서였다"며 "이는 2300여가구를 기만한 행동"이라고 말했다.앞서 지난 8일 11개 구역 개발동의자대책협의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용산개발사업 청산 절차가 이어질 경우 그동안 피해에 대한 2300여가구의 집단 소송도 불사하겠다"고 나섰다. "사업이 좌초하면 개발구역에 포함된 서부이촌동 주민의 재산 피해가 자칫 제2의 용산 참사로 이어질 것"이라고 강하게 경고했다. 무료 변론에 나서기로 한 법무법인 한우리에 따르면 이번 소송 규모는 최소 2200억원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소송 내용은 ▲이주비 명목으로 빌린 가구당 약 4000만원의 은행대출금 ▲구역내 상권 황폐화로 인한 상가의 매출감소 ▲개발계획 발표 뒤 상승한 공시지가에 따른 재산세 인상분 ▲새 주거지에 전입신고를 하지 못해 입은 피해에 대한 위자료 등이다. 서울시에 대한 감정도 털어놨다. 무리하게 서부이촌동을 한강르네상스 일환으로 포함시킨 원죄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주 위원장은 "박원순 시장은 취임 후 1년이 넘도록 수수방관하고 있다"며 "사업에 적극성을 보여야한다"고 지적했다.◇"이대로 살겠다"= 이복순 반대총연합회 위원장은 용산개발 좌초에 대해 "당연한 결과"라고 말했다. "6년간 고통을 받았던 것에 억울하긴 하지만 사업이 무산되길 바라며 계속 싸워온 성과"라고 했다. 이 위원장은 이제 '구역지정 해제'에 힘을 쏟겠다고 언급했다. 용산개발에 종지부를 찍는 작업으로 오는 11일에는 서울시를 찾아가 대규모 집회를 열기로 했다. 이 위원장은 "부도가 난 마당에 구역지역 해제도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며 "서울시가 이를 막을 경우 주민들과 검토해 법적 대응도 준비하겠다"고 언급했다. 이 위원장이 끌고 있는 연합회에는 당초 용산개발에 찬성했던 사람들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2012년 8월 보상안이 나온 직후 반대로 돌아섰다. 사업초기인 2008년 제시된 보상안과 2012년의 보상안의 내용이 달라졌다는게 이들의 주장이다.정상화 방안을 마련 중인 협의회측에 대해서는 "다들 개인재산 처분이 필요한 상태로 여기에 거주할 마음이 없는 사람들이다"고 말했다. 이어 "사업 실패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주민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았기 때문이다"며 "주민들이 거짓된 보상안에 속아 무지하게 동의서를 제출한 결과"라고 비난했다.구역지정 해제 후 재산권 행사가 가능해진 이후에는 내부 논의를 거쳐 자체 재건축 등 정비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구역지정 해제만 이뤄진다면 서부이촌동 사람들은 자유를 얻게되는 셈"이라며 "개발을 위한 또다른 방안이 추진된 다면 이제는 5~6년이 아니라 10년 이상의 피해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배경환 기자 khbae@<ⓒ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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