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칸쿤(멕시코)=김근철 특파원]지난 달 13일 교황 프란치스코 1세가 선출됐다. 아메리카 대륙 최초의 교황 배출이었다. 교황의 조국 아르헨티나는 물론 라틴 아메리카 전체가 들썩였다. 당시 뉴욕 타임스(NYT)의 한 기사 제목이 참 의미심장하고 인상적이었다. ‘ 카톨릭도 남미(대륙)를 주목한다’ 였다. 사실 세계의 언론들은 새 교황이 비유럽계에서 나올 가능성을 일찌감치 점쳤다. 최초 흑인 교황설도 있었다. 미국 언론들은 은근히 미국 출신 교황 가능성에 기대를 걸기도 했다. 하지만 콘클라베는 이틀만에 싱겁게(!) 끝났다. 선택은 라틴 아메리카였다. 타임지는 라틴 아메리카의 신자 수는 5억1000만명이며 전체 12억 신자 중 42%를 차지한다고 추산했다. 유럽(2억 8500만명)보다 신자수가 두배 가까이 많다. 최근의 침체와 위기감의 돌파구로 중남미가 낙점을 받은 셈이다. 미국에서도 최근 라티노 혹은 히스패닉계의 파워에 대한 관심이 급속도로 높아지고 있다. 불을 지른 것은 지난해 대통령 선거였다. 공화당 보수파들은 경제가 여전히 바닥을 기고 있는 상황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쉽게 권좌에서 끌어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하지만 참패했다. 라티노 유권자의 표심을 얻지 못한 것이 가장 큰 패착으로 지목됐다. 더 귀중한 결론은 “이들의 마음을 얻지 못하면 향후 대선에서도 승산이 없다”였다. 최근 공화당의 차기 대권주자 0순위는 단연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플로리다)이다. 쿠바 출신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났고, 이제 불과 42세다.그런데도 지난 달 11일 워싱턴포스트는 그를 '공화당의 구원자(savior )'라고 불렀다.루비오가 급부상하고 있는 원동력은 물론 라틴 파워다. 미국내 라틴계 인구는 2004년에 14.2%로 흑인 인구를 제쳤고 최근엔 16.7%(5200만명)로 늘었다. 인구 증가율이 타인종을 압도하면서 자연스럽게 그 영향력은 미국에 곳곳으로 확산되고 있다. 미국 사회의 캐스팅 보트를 중남미계가 쥐고 있다는 말은 결코 허언이 아니다.지난 4일부터 멕시코 칸쿤에서 열린 ' LG 이노페스트 2013'에서도 라틴 파워의 상승세를 실감할 수 있었다. 중남미 전역에서 모인 딜러와 취재진들에게 LG전자는 한국에서도 고가품인 84인치 TV나 매직스페이스 냉장고, 대용량 세탁기를 집중 홍보했다.멕시코에서 오랫동안 가전 제품 딜러망을 구축해온 후아킨 수자 사장은 "가전제품과 자동차에 돈을 쓰는 중산층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며 판매를 낙관했다. LG전자가 올해 중남미 판매를 지난해보다 15%나 높게 잡은 것도 이같은 맥락이다. 물론 라틴 경제는 여전히 약점이 많다. 특히 미국과 유럽에 대한 경제의존도가 높아 최근엔 큰 타격을 받았고 빈부 격차는 여전히 큰 과제다. 그래도 전문가들은 라틴 경제가 세계 금융위기를 비교적 빠르고 안정적으로 빠져나왔다는 평가를 내린다. 재정및 외환시장 안정성, 내수 기반 및 제조업 경쟁력 등이 경제의 버팀목이 됐다는 분석이다. 그만큼 체력이 탄탄해졌다는 의미다. 카를로스 와스모시 파과라이 전 대통령은 지난해 애틀란타에서 열린 한 국제회의에서 "인구 6억, 그리고 수많은 천연자원을 보유하고 있는 남미대륙은 가까운 미래에 세계의 엘도라도가 될 것"이라고 장담하기도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 1세 즉위와 미국의 차세대 지도자 루비오 상원의원 등장, 그리고 멕시코 현지에서 느껴지는 라틴 아메리카의 자신감은 결코 무관치 않아 보였다. 칸쿤(멕시코)=김근철 특파원 kckim100@<ⓒ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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