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단상]음식물쓰레기 폐수도 에너지 자원이다

'조용한 아침의 나라'로 세계인들에 처음 소개됐던 극동의 작은 나라, 대한민국. 대한민국은 한 세기 만에 식민통치, 내전을 극복하고 한강의 기적을 일궈냈으며 최근에는 '정보기술(IT) 강국', '스포츠 강국', '한류열풍의 메카'로 불리며 '역동적인(Dynamic)'이라는 단어가 가장 잘 어울리는 나라로 기상을 떨치고 있다. 그러나 25년간 대한민국을 일컬어온 또 다른 이름이 있다. 바로 '해양오염국'이다. 대한민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가는 물론, 폐기물 해양투기 방지를 위한 런던협약 가입국 중 유일한 육상폐기물 해양투기국이다. 1988년 해양투기제도가 시행된 이래로 지난해까지 총 1억2000만t 이상의 폐기물을 바다에 투기했고 바다 생태계 오염과 주변국과의 환경분쟁 우려에 시달려 왔다.  그런데 2006년 해양 환경에 대한 국제적 관심이 집중되면서 우리 정부도 국제적 기류에 맞춰 지난해부터는 축산폐수, 올해부터는 음식물쓰레기 처리후 폐수(음폐수), 내년부터는 산업폐기물의 해양투기를 법적으로 금지하기로 했다. 해양오염국이라는 오명을 벗을 전기를 맞이하게 된 것이다. 그럼에도 나라 안팎이 쓰레기 때문에 시끄럽다. 2007년 입법예고가 이뤄진 후에도 육상의 쓰레기 처리시설이 충분히 증설되지 않은 데다 쓰레기 배출량 감량 정책도 성과가 미흡해, 하루 평균 1만여t에 이르는 음식물 쓰레기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논란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공공하수처리시설을 확충하고 폐기물매립시설 침출수 처리장을 활용하는 방안을 제안했지만 하수처리시설 부지선정 문제, 주민들의 도입반대농성, 기초자치단체들의 예산부담 등 난제들이 많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쓰레기는 쓸모없는 것이 아니라, 에너지 자원이라는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현재 폐수처리 기술은 단순히 폐수를 처리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폐수처리과정에서 발생하는 바이오가스를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기술까지 개발돼 있다. 대표적인 예가 혐기성소화조다. 혐기성소화조는 산소를 이용한 호기성 방식과 달리 무산소 상태에서 생육하는 '혐기성미생물'을 이용해 폐수를 처리하는 설비다. 이 설비는 전력 사용량과 슬러지 발생량이 적고, 타워형 설비 구축으로 처리장 건설을 위한 부지 면적도 최소화할 수 있어 경제적이다.  또한 혐기성미생물이 폐수의 유기화합물을 분해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바이오가스는 전기나 열원으로 사용할 수 있어 대체에너지로 부상하고 있다. 스웨덴에서는 이 바이오가스를 자동차 연료로 이용하고 있으며, 네덜란드의 경우 혐기성소화방식으로 생산된 바이오가스의 사용을 적극 장려한다.  반면 우리나라는 폐수처리시설이 혐오시설로 여겨져, 주민들이 신규 건립을 극렬히 반대하는 '님비현상'이 발생한다. 그 주요 원인 중 하나가 악취인 만큼 주민들의 반대의견을 극복하기 위해 폐쇄형으로 악취 발생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혐기성소화조를 적극 도입하고, 대국민 인식전환 캠페인을 전개해 나갈 필요성이 있다. 그러나 폐쇄형 설비의 경우, 건설비용이 기존 설비보다 높기 때문에 지자체의 한정된 예산으로는 감당하기 어렵다. 고효율 혐기성소화조 도입에 대한 정부지원이 절실한 이유다. 대한민국은 역동적인 나라다. 새벽은 고요하고 아침은 조용했을지라도 태양이 떠오르면 어제와는 또 다른 오늘을 만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 해양투기금지를 계기로 우리나라의 오늘이, 더 나아가 내일이 더욱 맑고 활기차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이영규 웰크론그룹 회장<ⓒ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