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진희기자
서정민 작가의 한지 작품 중 하나
서정민 작가가 베니스비엔날레에 전시 예정 중인 출품작 부분 모습.
서 작가는 먹으로 쓴 한지 종이들을 압착해 두루말이 형태로 만들고, 측면을 잘라 만든 조각을 작품화면에 붙여 연결한 작업들을 주로 한다. 그의 그림에는 동양화가 가지는 기운생동이 한지를 말고 붙여 이은 조형으로 승화된다. 그는 소재로 쓸 한지를 일산의 서예원에서 주로 구입한다. 한지를 말아서 자르면 남는 글씨부분이 작품 안에 이어져 선을 만들어낸다. 의도적으로 노란, 파란색 등 색이 있는 한지를 이용해 작품의 변주를 더한다. 서 작가가 해외시장에 자신의 작품을 출품한 지는 지난 2007년부터다. 중국 상하이 아트페어부터, 이스탄불(터키), 칼스루에(독일), 런던(영국), 대만, 마이애미(미국), 바젤(스위스) 등 수많은 아트페어에 참가한 경력이 있다. 이러한 활발한 노력들 덕에 현재 그는 스위스 바젤에 위치한 얀코센(Jankosen) 갤러리와 터키 이스탄불 린아트(Linart) 갤러리 전속작가로 계약돼 활동 중이다. 얀코센에서는 유럽과 미국을, 린아트에서는 중동지역 유통망을 맡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서 작가와 계약한 전속화랑은 없다. 베니스비엔날레는 오는 6월 1일부터 11월 24일까지 열린다. 특별전이 열리는 팔라조벰보에서의 전시는 프리뷰가 5월 29~31일까지며 6월 1일 개막된다. 서 작가는 이번 특별전 작품을 위한 작가노트에서 "한국 남쪽 끝자락 작은 강이 흐르는 농촌마을의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다. 내가 사는 곳에는 서당이 있었다"면서 "한지에 쓰여진 미완성의 글씨들이 습작으로 버려지는 반복된 상황들을 늘상 보며 살았다.1970~1980년대 개발열풍이었던 '근대화'라는 변화속에 파괴된 문화와 역사에 대한 이야기를 작품속에 되짚어 보려고 한다"고 적고 있다. 그는 이어 "과거에 대한 것들을 유채재료를 사용했던 초기 작업과정에서도 항상 염두에 두고 있었으며 기억속에 존재하는 차갑지 않은 따뜻하고 은은하며 간결한 우리정서를 표현하기에 적절한 재료를 실험한 결과 현재 작업중인 한지에 주목하게 됐다"며 한지작업를 하게 됐던 계기를 설명했다. 더불어 서 작가의 작품은 단지 작가의 기억뿐만 아니라 우리가 없애고 잃어버린 것들에 대한 기억의 축적이며 저장이고 기록이다. 나아가 동시대 세계의 모든 곳에서 벌어지는 개발과 근대화라는 미명 하의 인간들의 파괴적인 무차별적인 행위에 대한 자성이며 작가로서 보여주는 경고이기도 하다. 팔라조벰보 특별전은 뉴욕에서 2002년 설립된 비영리단체인 글로벌아트페어재단(Global artfair Foundation)에 의해 관리감독을 받는다. 팔라조벰보관은 베니스의 명소로, 산마르코 광장 옆에 카날 그란데와 마주하고 있다.15세기에 베니스의 명문귀족인 벰보 가문에 의해 지어진 팔라조벰보와 한국의 전통 한지가 어떻게 어울릴지 궁금하다.베니스 비엔날레 특별관인 '팔라조 벰보'(Palazzo-Bembo) 건물.
오진희 기자 valere@<ⓒ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