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금융, 외풍과 內患 사이 ①] 새정부 들어 KB금융ㆍ우리금융지주 등 거취 관심
[아시아경제 김대섭 기자] 19일 우리은행 본점에서 만난 한 임원의 얼굴은 어두웠다. 민영화 이슈가 새 정부 들어 다시 떠오르고 있고, 임기가 1년여 남은 이팔성 우리금융 회장의 거취도 자꾸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임원은 "솔직히 일손이 잡히지 않는다. 회장이 언제 바뀔지 모르는 상황에서 업무를 볼 수 있겠냐"고 씁쓸히 웃었다.전일 임시 이사회를 열어 박동창 전략담당 부사장을 해임키로 결정한 KB금융 본사는 폭풍이 지나간 분위기다. 일단은 박 부사장이 단독으로 벌인 일로 간주하고 있지만 앞으로 불거질 파장에 대해서는 아무도 장담하지 못하고 있다. 당장 이날부터 KB금융 감사팀은 박 부사장과 ISS 보고서 간의 관계를 조사한다. 박 부사장은 아직까지는 KB금융에 적을 두고 있지만, 보직은 해임된 상태다.금융권이 '정권발 외풍'에 총체적으로 흔들리고 있다. 대통령선거의 주기인 5년마다 겪는 일이다. 현 정권 탓만 할 수도 없다. 현재의 금융지주사 회장들도 5년전 이명박(MB)정부에 의해 비슷한 방식으로 회장 자리에 올랐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금융위원장 후보자의 발언이 방아쇠를 당겼을 뿐이다. 특히 일부 금융지주사 회장의 거취는 초미의 관심사다.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 등 전 정권에서 누렸던 권력이 큰 순서대로 거론된다. 이들은 금융당국도 어쩔 수 없는 힘을 가졌다는 의미에서 금융계의 '4대 천왕'으로 불리기도 했다.문제는 이로인해 은행권의 업무가 올 스톱된다는 데 있다. 모 금융지주사 간부는 "금융당국의 입만 바라보고 있다. 회사 전체가 뒤숭숭한 분위기다. 숨죽이면서 지켜볼 수밖에 없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또 다른 금융지주사의 임원은 "새로운 업무는 커녕 기존 업무도 모두 중단돼 있는 상태"라며 "서민금융지원, 스마트금융 등의 현안 업무가 새로운 수장에 따라 180도 달라진다"고 밝혔다.금융공기업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신 후보자는 전일 청문회에서 기관장 교체대상으로 '금융권 공기업', '주인이 없어서 정부가 대주주로 들어간 회사' 등으로 꼭 찝어 언급했다. 교체 시기를 묻는 의원의 질문엔 "상반기 중"이라고 언급했다. 정권발 인사 태풍에서 상대적으로 빗겨나가 있는 은행들도 좌불안석이긴 마찬가지다. 금융위장과 금감원장인 신제윤-최수현 라인의 정책에 따라 금융권의 수익성이나 건전성 등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되기 때문이다. 금융권에선 차제에 금융사의 지배구조 문제에 대해서 어떤 식으로든 정리하고 넘어갈 것을 제안한다. 정권이 바뀔때마다 겪는 금융권의 내홍이 금융업의 경쟁력을 크게 갉아먹기 때문이다. 실제 이로인해 발생하는 '보이지 않는 비용'도 막대하다. 정권이 임명할 수 있는 자리와 그렇지 않은 자리를 명확히 하되, 자율적으로 결정할 곳은 시장 논리에 맡기자는 주장이다. 금융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낙하산이라고 다 나쁜 것도 아니고, 내부 승진한다고 다 좋은 것도 아니다"며 "KB금융 이사회 파동의 본질은 결국 금융지주사 지배구조"라고 강조했다.김대섭 기자 joas11@<ⓒ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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