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 경영 보폭은 더욱 넓어질 듯
[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삼성전자가 권오현 부회장 단독 대표 체제에서 윤부근 소비자가전(CE) 담당 사장과 신종균 IT모바일(IM) 담당 사장 2인을 대표이사로 추가 선임하며 3인 복수 대표이사 체제를 열었다. 부품, 가전, 모바일 사업의 경계선을 명확히 하고 단독 대표로서 감수해야 하는 경영상의 리스크도 최소화 할 수 있게 됐다. 무엇보다도 애플처럼 부품에선 협력사가 모바일에선 소송까지 벌이는 경쟁사로 자리잡는 등 문제의 불씨를 사전 차단하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삼성전자가 선택한 복수대표 체제는 공동대표와는 큰 차이가 있다. 통상 복수의 대표이사 체제는 경영상의 의사 결정을 할때 공동 합의 과정을 거친다. 삼성전자가 내 놓은 복수대표는 각자 자신의 영역 만큼만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경영상의 책임도 자신이 책임지고 있는 부문만 부과된다. 눈여겨 볼 것은 이상훈 삼성전자 경영지원실장(사장)이다. 이 사장은 이번 주총을 통해 윤부근, 신종균 사장과 나란히 신규 이사로 선임됐지만 복수대표이사에선 제외됐다. 사업상의 권한과 책임을 3인 복수대표 체제로 나눠 놓은 것과는 달리 경영 전반에 걸친 사항은 이 사장이 DS, 가전, 모바일 할 것 없이 총괄한다. 대표이사는 아니지만 회사 안살림은 이 사장이 모두 책임지는 형태다. 즉, 밖에서 벌이는 사업에서는 각 부문별 책임과 권한을 명확하게 구분짓고 안에서 벌이는 경영은 일원화 해 각자 대표로 인해 불거질 수 있는 부작용을 최소화 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각자 사업 부문에 대해 동일한 권한을 갖는 복수대표 체제지만 선임인 권오현 부회장과 윤부근, 신종균 사장의 권한은 다소 다르다. 권 부회장은 선임 대표이사 역할을 맡아 회사 전체의 법률, 행정상 대표직을 수행한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사실상 이번 복수대표 체제를 통해 삼성전자는 DS, CE, IM으로 3개의 회사로 분리됐다고 보면 된다"면서 "3인의 대표는 각자의 사업적인 영역에선 강력한 권한과 의무를 가지기 때문에 의사결정 구조가 더욱 단순해지고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3인 대표이사+경영지원 체제로 바뀌며 이재용 부회장의 역할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말 사장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했지만 등기 이사 선임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사진에 편입되진 않았지만 이 부회장의 경영상 권한은 계속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은 사장 시절부터 꾸준히 세계 각국 정부 및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CEO)들과 교분을 맺고 있다. 특정 사업 부문이 아닌 삼성전자를 대표하는 얼굴로 급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이 부회장은 반도체 부문에선 권오현 부회장과 함께 중국 수뇌부를 만나 중국내 반도체 공장 투자를 논의하고 TV 사업과 관련해 윤부근 사장과 함께 일본을 방문해 샤프와의 지분 투자를 마무리 지었다. 무선사업과 관련해서도 신종균 사장과 함께 베트남 휴대폰 공장을 돌아보고 추가 투자를 결정짓는 등 사업부문 전체를 아우르며 주요 사업을 진행중이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복수대표 체제를 통해 3인의 대표이사가 각 사업부문을 면밀하게 챙기고 나선 다면 이 부회장은 좀 더 큰 차원에서 회사의 주요 사업을 지원하고 나서며 경영 보폭을 넓히고 있다"면서 "책임경영을 위해 복수대표 체제로 전환한 만큼 이 부회장도 책임 경영에 매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명진규 기자 aeon@<ⓒ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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