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詩] 문창갑의 '달밤'

세발자전거 한 대/달빛 받아 빛나고 있는/그 집 앞 지나다//밤바람이 전해주는/고운 분의 편지 한 통 읽고/버려진 생이 다/버림받은 것이 아니란 걸/뜨겁게, 사무치게, 알게 되었다.//- 우리 아이가 훌쩍 커버렸어요.자전거가 새 주인 기다리고 있으니부디 데려가 주세요!망가진 곳은 아이 아빠가 고쳐놓았어요.벨도 새로 달았고요. /상현엄마가 문창갑의 '달밤'■ 이야기 하나. 어느 시인이 예쁜 비둘기집을 지어놓고 비둘기가 날아들기를 기다렸다. 아무리 기다려도 새들은 오지 않았다. 1년이 지나고 2년이 지나면서 마음이 지쳐 새집을 돌보지 않았다. 바람이 불고 비가 때려 둥지가 더러워지고 남루해진 어느 날, 시인은 문득 날아든 비둘기를 보았다. 가슴이 어찌나 뛰었는지 주체하기도 어려웠다. 이야기 둘. 3층 옥탑방에 허름한 사무실을 낸 작가가 있었다. 우중충한 옥상을 거닐다 담배꽁초 하나를 발견했다. 작가는 생각했다. 2층 미용실에서 일하는 미용사들이 여기 올라와 담배를 피우는구나. 담배꽁초가 있던 자리를 깨끗이 정리하고, 간이의자를 놨다. 작은 재떨이를 놓고, "즐거운 시간 되세요"라고 써놓았다. 일주일이 지났는데도 재떨이엔 꽁초 하나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바닥에 있던 것들마저 사라졌다. 자신의 마음이 전달되지 않은 일이 서운했다. 어느 날 작가의 애연가 친구 하나가 방문해 담배를 피우고는 꽁초 몇 개를 재떨이에 버리고 갔다. 그 뒤 외출했다가 돌아오니 재떨이에 꽁초가 몇 개 늘어있었고 간이의자도 살짝 자리를 움직였다. 작가는 가슴이 쿵쿵거렸다고 한다. 마음은 쉽게 보이지 않지만, 그것이 오가는 희미하고 고운 길이 문득 보일 때가 있다.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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