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한미협정에 묶인 핵연료 재처리

[빈(오스트리아)=아시아경제 김종일 기자]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가 11일로 2주년을 맞았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인류에게 원전이 양날의 칼임을 다시 한 번 일깨웠다. 확률은 매우 낮지만 일단 사고가 발생하면 대재앙이 될 위험이 큰 만큼 안전에 만전을 기해야 함을 주지시켰다. 한국의 원전은 안전 외에 또다른 이슈를 안고 있다.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문제다. 우리나라는 한ㆍ미 원자력협정에 따라 사용 후 핵연료를 재활용하지 못한 채 각 원전 수조에 임시로 보관하고 있다. 각 원전의 수조는 2016년에 고리 원전의 저장량이 포화되는 것을 시작으로 월성 원전은 2018년, 영광 원전은 2019년, 울진 원전은 2021년에 각각 포화상태가 된다는 것이다. 핵연료 처리가 가능해지면 당장 연간 농축우라늄 수입 비용 수억 달러가 절감된다. 재처리까지 하면 우라늄과 방사성폐기물처리장 이용률을 지금보다 수십 배 높일 수 있다. 방폐장 등으로 인해 지역사회가 겪는 사회적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이 협정은 1974년 6월에 체결됐다. 핵심은 8∼11조에 명시된 '핵연료 제조를 위한 우라늄 농축과 사용 후 핵연료의 재처리'에 관한 규정이다. 재처리 과정을 통해 얻어지는 플루토늄이 핵무기 재료가 될 수도 있다는 이유로 재처리를 금지하는 것이다. 하지만 우라늄 농축과 재처리가 핵확산금지조약(NPT)에 위반되는 것은 아니다. 이 문제 해결을 위해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 커트 캠벨 미국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등과 만난 자리에서 핵연료를 재활용하기 위해 한ㆍ미 원자력협정 개정을 요청했다. 하지만 미국 측은 이를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권리를 한국에 허용할 수 없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워낙 민감한 사안인지라, 오스트리아에서 만난 IAEA 관계자들은 이에 대해 하나같이 입을 봉했다. 현행 협정은 2014년 3월 종료된다. 개정 협정은 의회의 비준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올 상반기 안에 타결돼야 한다. 한미원자력협정은 40년 동안 한 번도 고쳐지지 않았다. 전례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일본은 8년간의 노력 끝에 1987년 한차례 개정했다. 그만큼 어렵다는 뜻이다. 하지만 개정이 불가능하지 않다는 것도 보여준다. 주도면밀한 전략을 마련할 시점이다. 김종일 기자 livewin@<ⓒ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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