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사니, 그릴로에 연정 지지여부 결정 촉구'사실상 승리' 오성운동은 내심 2차 총선 희망민주당 내부서는 베르사니 체제에 불만 고조[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정국 혼란에 빠진 이탈리아가 연정 구성에 실패하고 결국 총선을 재실시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총선에서 1위를 차지한 자중지란에 빠진 모습이고 캐스팅보트를 쥔 오성운동은 내심 총선 재실시를 바라고 있기 때문이다. 4일(현지시간) 블룸버그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피에르 루이지 베르사니 민주당 대표는 오성운동의 베페 그릴로 대표에게 새로운 정부 구성을 지지할지 여부를 결정하라고 사실상 최후통첩했다. 베르사니는 3일 국영 RAI TV와의 인터뷰에서 "지금은 그릴로가 무엇을 원하는지 말해야만 하는 시점"이라며 "그렇지 않을 경우 우리 모두는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베르사니는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이끄는 국민자유당과의 대연정이나 마리오 몬티 정부처럼 또 다른 테크노크라트(기술관료) 정부가 다시 등장하는 것에는 반대한다고 밝혔다. 사실상 그릴로가 연정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하면 총선 재실시가 불가피하다는 뜻을 전달한 것이다. 지난달 24~25일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이끄는 좌파 연합은 상원에서 31.6%의 지지율을 얻어 상원을 장악하는데 실패했다. 베르사니가 정책을 계승하겠다고 밝혔던 몬티 총리의 중도연합 지지율은 9.1%에 그쳐 양 측은 연정 구성을 위한 과반 지지를 얻지 못 했다. 결국 좌파연합이 연정을 구성한다면 자유국민당이 이끄는 우파 연합(30.7%)이나 그릴로가 이끄는 오성운동(23.8%)과 힘을 합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베르사니와 자유국민당과는 협력하지 않겠다고 밝힘에 따라 그릴로가 캐스팅 보트를 쥔 상황이다. 하지만 그릴로는 이미 여러 차례 개별 사안별로 협력은 할 수 있지만 기존 정당이 구성하는 어떠한 정부에도 참여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오성운동측은 민주당과 반대로 차라리 테크노크라트 정부에 대해서는 지지를 고려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사실상 지난 총선에서 승리했다는 평을 받고 있는 오성운동은 내심 2차 총선을 바라고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지난 총선 하원 득표율에서는 단일 정당으로 최대 지지율을 확보한만큼 해볼만 하다는 계산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당시 하원 득표율에서는 오성운동이 25.6%로 최대 득표율을 기록했고 민주당과 자유국민당의 지지율은 각각 25.4%, 21.6%에 그쳤다. 민주당은 사회생태자유당 등의 정당과 좌파연합을 구성, 합계 29.6%의 1위 득표율을 차지해 선거법상 하원 의석의 54%를 가져갔다. 그릴로는 연정에 참여할 경우 정치 경험이 없는 오성운동측 의원들이 휘둘릴 수도 있다는 계산도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오성운동과 연정을 추진하고 있는 것에 대해 불만도 제기된다. 오성운동 역시 반유럽연합(EU) 반긴축 노선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민주당 내부에서는 당초 무난한 승리를 예상했던 총선에서 실망스러운 결과가 발표되면서 베르사니 대표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민주당 내에서는 베르사니를 대신해 지난해 베르사니와 당권 경쟁을 펼쳤던 올해 38세의 플로렌스 시장 마테오 렌치를 내세워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조리지오 나폴리타노 이탈리아 대통령은 2차 총선을 피하고 싶다는 입장이다. 그는 자신의 임기가 5월15일 끝나기 때문에 헌법상으로 자신이 국회를 해산할 수도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탈리아 의회는 나폴리타노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기 전에 새 대통령을 뽑아야 하지만 이론적으로 총선은 빨라야 6월 초에나 가능한 상황이다. 연정 구성을 위한 줄다리기 협상이 장기화될 경우 가을이나 돼야 총선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이탈리아는 이달 15일부터 정부 구성을 위한 협상을 시작한다. 오성운동측은 4일 상·하원 원내대표를 선임하고 당 내 의원들 회의를 개최하는 등 오는 15일 연정 구성 논의에 대비한 전략에 대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탈리아 유권자의 25%는 혼란을 해결할 방안으로 2차 총선을 선호하고 있으며 또 절반 가량은 향후 6개월 안에 총선이 실시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지난 총선에서 워낙 두드러진 지지율을 확보한 정당이 없었기 때문에 2차 총선이 실시된다고 해서 정부가 구성될 것이라고 확신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총선에 앞서 선거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박병희 기자 nut@<ⓒ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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