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로호 발사 한달째 '도전은 계속된다'

▲ 전남 고흥군 외나로도에 위치한 나로우주센터 발사대.

[나로우주센터(전남 고흥)=아시아경제 장인서 기자] 2013년 1월30일 오후 4시, '나로호(KSLV-I)' 3차발사 성공으로 대한민국 전체가 흥분으로 들썩였던 순간이다. 그로부터 한 달이 흐른 지금 나로우주센터는 여전히 분주했다. 한국형 발사체 개발을 위한 연구진들의 질주엔 가속도가 붙었다.나로호 발사 한달째를 맞아 찾아간 전남 고흥군 외나로도 나로우주센터는 겉보기엔 무척 평온한 모습이었다. 낮은 산등성이를 따라 이어지는 구불구불한 도로들을 한참을 거치고 나서야 나로우주센터가 모습을 드러냈다. 맑은 하늘 아래 뻗은 발사대 탑들은 위용스런 아우라를 뿜어냈다. 두 차례의 연기 끝에 찾아온 성공에 숙연한 기운마저 감돌았다.길이 33m, 직경 29m, 무게 140t에 달하는 나로호를 세우기 위한 이렉터(Erector)와 거대한 규모를 자랑하는 발사패드, 군데군데 검게 그을리고 패인 바닥의 흔적들만이 당시의 긴박했던 상황을 짐작케 했다. 발사체 엔진에서 나온 3500도의 불꽃 열기를 빼내기 위해 발사대 주변에는 17m 깊이의 화로가 깊이 파여 있었다. 이곳에선 발사 당시 초당 900L의 냉각수가 뿜어져 나왔다. 이날 현장에 함께 한 나로우주센터의 이철형 체계관리팀장은 "1, 2차 발사 때에 비해 굉장히 깔끔하게 성공한 것"이라며 "2차 발사 때는 바닥에 발라놓은 시멘트는 물론 주변의 철조망까지 다 날아갈 정도로 여파가 컸다"고 설명했다. 두 번 연속 실패하다 보니 발사체 점검항목도 배로 늘어났고, 발사대 주변정리도 더 철저하게 해야 했다.

▲ 화기로 인해 검게 그을리고 패인 흔적이 발사대 주변 곳곳에 남아 있다.

에피소드는 또 있다. 영하 186도에 달하는 저온산화 액체연료 탓에 발사체 표면이 얼음으로 뒤덮였고, 이 때문에 발사 순간 찍힌 사진에 '나로'라는 이름이 보이지 않게 된 것. 결국 언론에 공개된 발사사진에는 '포토샵' 기술을 활용할 수밖에 없었다. 대한민국 최초 우주발사체임을 강조하기 위해서였다.이 팀장은 "나로호의 불꽃 색깔에 대해 열심히 설명한 것도 추억"이라고 말했다. 센터를 찾은 학생들로부터 "북한 로켓의 불꽃은 빨간데 왜 나로호는 하얗냐"는 질문이 쏟아졌다. 이는 연료 차이 때문으로, 나로호에 쓰신 액체연료는 항공기 연료와 유사한 '케로신'으로 불꽃색이 하얗다. 북한은 하이드라진이라는 연료를 쓴다.이 연구원은 "요즘이 더 바쁘다"고 말한다. 나로과학위성이 보내온 미가공 데이터(raw data)를 분석하는 일을 비롯해 독자적 한국형 발사체 개발사업을 본격적으로 진행하느라 할일이 산더미 같기 때문이다.그는 "1.5t급 실용위성을 지구저궤도에 올릴 수 있는 발사체를 국내 독자기술로 개발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며 "액체엔진 개발에 걸리는 기간까지 고려하면 이제 겨우 첫걸음을 뗀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항공우주연구원이 2021년까지 개발을 목표로 하는 한국형 발사체의 공식 이름은 'KSLV-Ⅱ'이다. 박근혜 정부는 이를 2년 앞당겨 2019년까지 발사체를 개발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1.5t급 실용위성을 700㎞ 전후인 태양동기궤도에 올려야 하는 한국형 발사체는 170t급 액체엔진을 필요로 한다.

▲ 나로우주센터 발사대는 '한국형 발사체'를 개발하는 시험장으로 쓰일 예정이다.

이 연구원은 "한국형 발사체는 추력 75t급 액체엔진을 4개 연결해 1단 엔진을 구성할 예정"이라며 "태양계 행성을 탐사할 수준은 아니지만 달 탐사라는 우주개발 계획의 큰 밑바탕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세계는 지금 우주전쟁으로 돌입했다. 한국형 발사체 개발에 나로우주센터는 물론 한국의 미래가 걸려 있다"고 덧붙였다.나로호가 2002년 8월 개발 계획을 세운 지 10여년 만에 발사에 성공함으로써 한국은 세계에서 11번째로 '스페이스 클럽(Space Club, 자국에서 인공위성 및 우주선을 발사한 나라들의 모임)'에 가입하게 됐다. 정상적으로 궤도에 진입한 나로과학위성은 앞으로 1년간 하루 14회 지구 주위를 돌면서 태양 방사선량 등 우주환경을 관측한다. 장인서 기자 en1302@<ⓒ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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