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짝 인사' 감동 주려다 '허수아비' 내각 우려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박근혜 18대 대통령의 내각ㆍ청와대 인선을 마무리한 가운데, '깜짝 인사'로 발탁된 일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논란이 거세다. '감동'을 노리고 의외의 인물을 골랐지만, 과연 직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겠냐는 의심을 사고 있다.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내정자가 대표적 사례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신성장동력 산업 육성ㆍ방송통신 진흥ㆍ원자력안전ㆍ일자리 창출ㆍ과학기술 진흥 등 박 당선인의 '창조 경제' 공약을 실현할 핵심 부서로 꼽힌다. 이에 따라 박 당선인은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에 정책적 식견ㆍ비전 제시 능력이 있는 중량감 있는 인물을 앉힐 것으로 예상됐다.하지만 박 당선인은 국내인들에게 생소한 김 내정자를 골랐다. 김 내정자는 일단 '실리콘 벨리에서 가장 성공한 한인'이라는 점에서 '포장'은 그럴듯하다. 박 당선인은 김 내정자가 미래창조과학부에 창의ㆍ혁신ㆍ도전 정신이이라는 실리콘 밸리의 DNA를 도입할 것으로 기대하고 인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반발도 만만치 않다. 김 내정자는 발표되자 마자 국적 논란에 휘말렸다. 그는 지난 14일에야 국적을 회복해 이중 국적 상태다. 장관 내정 사실을 통보받고서야 뒤늦게 국적 회복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시민권을 포기한다고 하더라도 시간이 걸리는 사안이라 당분한 이중국적자 신세다. "국가적으로 중요한 사항을 다루는 공무원에 이중 국적자를 임명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관련 법령에 어긋나는 인물이라는 논란이 일고 있다. 김 내정자는 특히 975년 미국으로 이민가 미 해군으로 7년간 복무하는 등 사실상 '미국인'으로 30여년간 살아온 사람이다. IT 산업 전문가이긴 하지만, 국내 IT 산업의 현실과 과제, 개선점 등을 알지 못하는 데다가 한국 특유의 관료 사회 문화에는 문외한이다. 한 IT업계 관계자는 "미래창조과학부는 신개념인 부처간 업무 통합을 통해 시너지를 얻기 위해 만든 거대 부서라고 알고 있는데, 국내 사정에 밝지 못한 미국의 IT기업 CEO가 뭘 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관료들에게 농락당해 뺑뺑이만 돌다가 실패한 과거 전문가 출신 장관들의 전례를 밟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 내정자에 대한 현장 반응도 냉랭하다. 윤 장관 내정자는 한 세미나에서 박 당선인을 만나 눈에 든 것이 발탁 배경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를 중시한 박 당선인이 수첩에 적어 놓았다가 영입한 케이스다. 그는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본부장 출신의 전문가다.하지만 해양수산업계에서 윤 내정자를 보는 시선은 싸늘하다. 공직 경험이 거의 없고 중량감이 없어 관료들을 휘어잡을 수 있겠냐는 시각부터 '부산' 출신이라는 점도 문제되고 있다. 인천의 한 관련 업계 관계자는 "해양ㆍ항만 정책을 놓고 부산과 인천ㆍ광양 등 지역간 의견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부산 사람을 해양수산부 장관에 앉혀 놓았으니 다른 지역 사람들은 다 소외감을 느낄 것"이라며 "부산에 대한 지원이 강화돼 항만 물동량이 줄어들게 될까봐 걱정이 태산"이라고 말했다.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 내정자도 비슷한 평가를 받고 있다. '합리적 보수' 성향의 인물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방 내정자의 파트너격인 노동계에선 "뭐하던 사람이냐"는 반응이다. 고용보험ㆍ연금 전문가로 노사관계에는 사실상 비전문가인 까닭이다. 노동계 한 전문가는 "박 당선인이 요즘 현안이 되고 있는 쌍용차ㆍ한진중공업 사태 등 노사 관계를 풀어갈 적임자가 아니라 자신의 복지 정책을 실현하기 위한 전문가를 고른 것 같다"며 "앞으로 5년간 정부의 노동정책이 참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한 노동전문지 관계자도 "교수 출신들이 노동부를 맡았다가 현장을 몰라 이리 저리 해매고 관료들의 견제에 힘을 잃었던 과거 정권들의 길을 답습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내정자는 경제 관료 출신으로 깜짝 발탁됐지만, 장ㆍ차관 경력이 없는 등 중량감이 현저히 떨어져 10여개의 경제 관련 부처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할 수 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밖에 농촌경제연구원장 출신 이동필 농림축산부 장관 내정자, 연세대 교수 출신인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 내정자,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출신 류길재 통일부 장관 내정자 등 깜짝 발탁 인사들에 대해서도 비슷한 평가가 주를 이룬다. 향후 5년간 박근혜 당선인이 청와대에서 수석들의 보좌를 받으면서 국정 운영을 주도해 나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김봉수 기자 bskim@<ⓒ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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