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도청 1층 장애인 카페, 도청서 가장 인기 많은 곳…교육청·경찰청 입주 땐 2·3호점도 열 예정
충남도청 1층에 자리한 희망카페 직원들. 왼쪽부터 윤현정씨, 이정희(회계)씨, 이은희 점장, 윤일구씨, 바리스타 배중섭씨.
[아시아경제 이영철 기자] “일을 시작하면서 새 삶을 찾은 것 같아요. ‘희망’이란 단어의 의미가 새롭게 느껴져요.”충남 내포신도시 충남도청에 들어서면 감미로운 원두커피향이 코끝을 간지럽힌다.아침을 깨우는 커피향 뒤로 환한 미소와 웃음소리가 들려온다. 충남도청사 1층 민원실 옆에 자리한 ‘희망카페’ 모습이다. ‘희망카페’는 신청사내에 가장 인기를 끄는 곳으로 장애인들이 만든 원두커피와 쿠키, 빵 등을 팔고 있다. 95.79㎡의 작은 공간이지만 충남도내 장애인들이 자활을 꿈꾸며 만든 곳이다.점장을 맡은 이은희(43)씨를 합쳐 모두 8명이 일하고 있다. 지체장애, 지적장애, 시각장애를 가졌지만 행복한 일터다.“다친 뒤 다시 일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 못했어요. 모든 게 너무 고맙습니다.”커피바리스타를 맡고 있는 배중섭(37·지체장애 2급)씨 이야기다. 배 씨는 2005년 교통사고를 당한 뒤 한쪽 팔을 못쓴다. 그 뒤로 ‘삶’이 그로부터 멀리 달아났다. ‘포기’ ‘장애’ ‘좌절’ 등 어두운 그림자들만 주변을 맴돌았다.그런 그에게 희망의 빛을 던져준 게 ‘커피바리스타’다. 홍성장애인복지관 도움으로 혜전대에서 바리스타과정을 마쳤다. 지난해엔 자격증을 땄다. 그리고 희망카페에 취직했다.“이젠 두려움은 없어요. 이곳은 저에게 제2의 삶을 살게 해준 소중한 곳이죠.” 그는 연신 밀려드는 주문에도 환희 웃으며 커피를 내렸다.하루 주문량은 300여 잔. 문을 연지 2주일 밖에 안 돼 매출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아메리카노 1500원, 카라멜 마키야또는 2500원을 받는다. 음료 외에도 방부제가 들어가지 않은 쿠키와 롤케익도 손님들이 많이 찾고 있다. 원두와 제과류 등은 모두 도내 장애인보호작업장에서 만든 것들이다.
'희망카페' 직원들이 손님 주문에 맞춰 열심히 일하고 있다.
이은희 점장은 학창시절 미대를 입학, 그림과 사랑에 빠졌지만 교통사고로 두 다리를 잃었다. 이후 사회복지사로 거듭나 새 삶을 살던 그는 사회복지단체 추천으로 이곳에서 ‘행복한 일꾼’이 됐다.이 점장은 “언론의 주목을 받아 솔직히 부담도 가지만 개인적으로 실패할 권리를 갖고 도전한 과정이라 생각한다”며 “실패가 편안한 ‘행복한 일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관공서 안에 자리한 카페는 대전시에서 시작됐다. 대전엔 10곳 가까이가 문을 열었다. 충남에선 도청사가 처음이다. 모두 사회적기업에서 운영하지만 이곳은 사회새내기들도 일을 한다.직원 중 윤일구(19·지적장애 3급)씨와 유현정(여·19·지적장애 3급)씨가 새내기다. 학교졸업 뒤 첫 직장이 희망카페다. 가장 신나고 활기에 차 있다. 윤일구씨는 첫 월급을 받으면 고생하신 어머니께 모두 드리겠다며 들떠 있다. 유현정씨는 지난해 치른 바리스타시험에서 떨어졌다. 재시험을 준비 중이다. “최고의 맛을 내는 바리스타가 될 거예요.” 그녀는 “장애는 약간 불편할 뿐이지 우리에게 희망을 앗아갈 수 없다”며 당찬 모습을 보였다.
이은희 '희망카페' 점장
희망카페에선 기능미화(구두닦기)사업도 벌이고 있다. 수선점은 충남도청 본관 지하1층에 있다. 정성남(63·시각장애 6급)씨와 김광호(30·지적장애 3급)씨가 운영한다. 한 달에 1만2000원을 내면 일주일에 두 번씩 구두를 닦아준다. 1회엔 2500원이다. 하이힐 뒷굽 등도 고칠 수 있다.김광호씨는 취업 말고도 축복이 한 가지 더 있다. 장애인복지관에서 만난 미래의 신부 이미나씨와 오는 5월 화촉을 밝힌다. 그래서 싱글벙글이다.“결혼에 앞서 (가장이) 안정된 직장을 잡게 돼 마음이 놓인다”며 김씨 어머니가 더 좋아한다.충남도는 지난해 공모를 통해 희망카페운영사업자로 장애인봉사단체인 (사)한빛회를 선정했다. 또 충남도교육청과 경찰청 이전을 앞두고 협력을 통해 희망카페 2, 3호점을 열 예정이다.이영철 기자 panpanyz@<ⓒ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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