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저 폭탄에..' 한국 '전·차' 시총, 일본에 밀렸다

LG전자, 소니·파나소닉에 앞자리 내주고 4위로글로벌 2위였던 현대·기아차도 4위로 뒷걸음질
[아시아경제 김유리 기자]엔저 폭탄에 한국과 일본의 '전·차(전기전자·자동차)' 맞수기업들의 시가총액이 천당과 지옥을 오가고 있다. 엔·달러 환율이 약 3년 만에 93엔을 돌파하는 등 엔화약세가 이어지면서 LG전자의 시가총액은 소니·파나소닉의 시총에 밀렸고, 현대·기아차 역시 일본 자동차 업체에게 글로벌 시총 순위 앞자리를 내주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엔저 현상이 지속될 경우 환율효과의 실적 반영이 본격화되면서 추가적인 투자심리 위축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4일 기준 한·일 주요 IT업체들의 시총 순위는 삼성전자(1941억달러), 파나소닉(183억달러), 소니(159억달러), LG전자(106억달러) 순으로, LG전자가 4위로 밀렸다. 지난해 11월 중순(15일 기준)만 해도 시총 순위는 삼성전자(1800억달러), LG전자(122억달러), 파나소닉(120억달러), 소니(108억달러) 순이었다. 이 기간 삼성전자의 시총 증가율은 7.8%에 그쳤고 LG전자는 오히려 12.8% 감소했다. 반면 파나소닉과 소니의 시총은 각각 52.2%, 47.1% 급증한 결과다. 바닥을 모르고 추락하는 실적과 국제 신용평가사들의 신용등급 강등 쇼크 등 겹악재로 LG전자에게 앞자리를 내줬던 파나소닉과 소니가, 지난해 하반기 기조적으로 이어진 엔화 약세에 힘입어 실적 및 투자심리 개선에 성공하면서 순위가 역전된 것이다. 파나소닉의 지난해 4·4분기 순이익은 610억엔(6억5900만달러)으로 시장 예상치(170억엔 손실)를 훌쩍 웃돌았다. 7일 실적 발표를 앞둔 소니의 실적 역시 그간 이어진 구조조정 및 해외실적 개선에 힘입어 시장 기대치를 만족시킬 것으로 기대됐다. 소니와 파나소닉 외에도 샤프, 후지쓰 등 일본 10개 전자 기업 주가는 올 들어 지난 4일까지 평균 19.7% 오르는 등 선전하고 있다. 국내 자동차 업종 역시 엔화 약세의 타격을 피해갈 수 없었다. 지난해 한 때 세계 완성차 업체 시총 '톱2'까지 올라갔던 현대·기아차의 시총은 지난 4일 기준 601억달러로 4위를 기록 중이다. 현대·기아차는 세계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지난해 5∼6월 폴크스바겐을 제치고 세계 완성차 업체 시총 2위에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환율 악재에 따른 주가 급락으로 올 들어 일본 업체 혼다에 3위마저 내줬다. 4일 기준 혼다의 시총은 686억달러 수준이다.엔화 약세에 따른 한·일 '전·차' 업종의 주가 차별화는 여전히 높은 양국 제조업간 경합 관계에서 비롯된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한·일 제조업 및 업종별 경쟁강도와 원·엔 환율 추이를 보면, 올 초부터 엔화가치 하락 영향이 본격적으로 반영되고 있다"며 "환율 영향과 관련해 올해 1분기 한·일 제조업 생산추이 등을 눈여겨 봐야 한다"고 진단했다.김유리 기자 yr61@<ⓒ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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