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혈병 등 논란 대책 세워라' 투자기업에 쓴소리
[아시아경제 서소정 기자]세계 3대 공적연금인 네덜란드 ABP 자금을 운용하는 '큰 손' APG(All Pensions Group)가 최근까지 삼성전자에 지속적인 항의편지를 보낸 것으로 확인돼 주목된다. 사회적 책임 차원에서 직원 사망에 대한 개선책을 주문한 것으로 향후 우리나라 국민연금도 이같은 목소리를 키울 가능성이 높아질 전망이다.3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APG는 지난해 수차례에 걸쳐 삼성전자 측에 메일을 보내 반도체 공장 노동자 급성 백혈병 사망 등 직업병 논란에 대한 과실을 인정하고 책임있는 행동을 보여주라고 촉구했다. 주요 내용은 직업병 파동에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하고 있는 삼성전자의 행보는 '환경(Environment)', '사회(Society)', '지배구조(Governance)' 등 APG 투자원칙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문제해결에 조속히 나서지 않을 경우 주주가치 훼손의 우려가 제기된다며 행동변화에 적극 나서줄 것도 요청했다. 2008년 설립된 APG는 450조원을 굴리는 운용사로 강력한 의결권 행사는 물론 사회적 책임과 주주 이익에 반하는 경영활동에는 주저없이 문제제기에 나서는 투자원칙을 고수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보유 자산의 3분의 1을 주식에 투자하는 점을 감안할 때 APG가 세계 자본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막강할 수밖에 없다. 한 예로 APG는 SK텔레콤의 하이닉스 인수 시 주주 이익에 반할 우려가 있다며 반대표를 행사한 바 있다. 해외에서는 투자기업의 주주가치가 훼손될 우려가 제기되면 기관투자자들과 공동으로 강력한 의결권을 행사하기도 한다. 그러나 삼성 측은 이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APG는 몇차례에 걸쳐 사회적 논란이 된 직업병 논란과 산업재해 인정에 관해 삼성전자에 변화를 촉구했지만 삼성 측으로부터 답변을 듣지 못했다. 최근 삼성전자의 불산 누출 사고 대처 소홀마저 불거지면서 APG가 또 다른 항의메일을 보내거나 투자비중을 줄일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아울러 삼성전자를 사회책임투자(SRI) 펀드 상위종목으로 담고 있는 글로벌 운용사를 비롯해 최근 SRI펀드 투자확대에 나서고 있는 국민연금도 삼성전자에 대한 투자비중을 줄이는 적극적인 행보에 나설 수 있어 그 여파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SRI펀드를 운용하고 있는 한 펀드매니저는 "SRI 펀드는 성격상 기업의 사회적 책임, 지속가능성을 기준으로 투자대상을 선정하는데 상당수 펀드가 삼성전자를 포트폴리오에 담고 있다"며 "하지만 삼성전자의 백혈병 사태 책임 공방이 몇해째 이어져온 데다 최근 불산 유출 등 사회적 책임에 반하는 행보가 이어지면서 투자비중을 줄이거나 의결권을 강화해 영향력을 행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서소정 기자 ssj@<ⓒ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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