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를 놓고 청와대와 박근혜 당선인 측의 책임 떠넘기기가 볼수록 가관이다. 지난 24일 국회 인사청문회 보고서 채택 무산 후 이 후보자의 인준은 사실상 물 건너간 상황이지만, 이 후보자의 거취에 대해선 서로 일주일 넘게 "우리 소관이 아니다"라며 침묵을 지키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21일 이강국 전 헌법재판소장이 퇴임한 이후 10일째 이어지고 있는 헌재소장의 공백이 장기화될 전망이다.청와대는 최근 잇따른 언론 보도를 통해 박 당선인 측에게 사실상 이 후보자의 거취에 대한 책임을 떠넘겼다. 법적인 지명권은 이 대통령에게 있었지만, 이 후보자의 경우 사실상 박 당선인 측이 지명한 만큼 거취에 대한 결단도 박 당선인 측이 내려야 할 사안이라는 것이다. 익명의 청와대 관계자는 30일 국내 한 언론에 "이명박 대통령이 이 후보자를 지명하는 모양새를 취했지만,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과 충분히 상의한 인선"이라며 "청와대에서 왈가왈부할 문제가 아니라 인수위나 여당의 판단에 달렸다"고 말했다. 일부에서 일고 있는 이 대통령의 지명 철회 여론에 분명히 선을 긋는 한편 이미 청와대의 손을 떠난 문제라는 것이다. 청와대는 특히 최근 한 종편 채널을 통해 "이 대통령이 아니라 박 당선인 측이 이 후보자를 낙점했다"는 사실을 흘리는 등 자신들에게 책임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복수 후보자를 추천해 박 당선인에게 넘기면서 1순위로 다른 후보를 추천했는데, 박 당선인 측이 이를 거부하고 흠이 많은 이 후보자를 지명하면서 문제가 커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작 박 당선인 측은 이 후보자 문제에 대해 침묵하면서 공식 입장을 전혀 내놓지 않고 있다. 박 당선인 측은 간접적으로 "이 후보자에 대한 인사권은 현 청와대가 갖고 있지 않으냐"면서 "우리로서는 할 말이 없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을 뿐이다. 또 다른 주체인 새누리당도 국회의장 직권 상정이라는 수단을 사실상 포기한 채 청와대와 박 당선인 측의 눈치만 살피고 있다. 이에 따라 헌법 기관인 헌재소장 공백의 장기화에 책임이 있는 주체인 이 대통령, 박 당선인, 새누리당 모두가 이 후보자의 거취에 대해 '나 몰라라' 하고 있는 데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특히 이 대통령, 박 당선인 측의 책임 떠넘기기로 인해 중요한 헌법 소원에 대한 처리가 미뤄지고 있는 셈이어서 헌재 안팎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이에 대해 민주당 김진욱 부대변인은 성명을 내 "청와대는 '국회가 해결할 일'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청와대와 협의 했다던 박근혜 당선인 측은 '이 후보자의 인사권과 지명철회권은 모두 청와대 소관 아니냐'고 핑퐁게임을 하는 사이 이 후보자는 어디에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천덕꾸러기로 전락했다"며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할 것이 아니라, 누군가 나서서 이번 사태를 정리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예의"라고 주장했다. 김 부대변인은 이어 이 후보자에게도 "칩거로 시간을 벌 것이 아니라, 빨리 본인의 거취를 결정해야 한다"며 "국민의 눈높이와 다른 삶을 살아온 자신의 결점을 겸허히 받아 들여야지, 설령 권력의 힘에 기댄 구명운동이 성공해 헌재소장으로 인준된다 하더라도 권위 잃은 헌법재판소를 지키게 될 뿐"이라고 충고했다. 김봉수 기자 bskim@<ⓒ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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