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색개발 단계에 있는 한국형 전투기(KFX) 보라매의 두 가지 형상. C100(사진 위)과 C200.
[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김대중 정부 때부터 검토해온 한국형 전투기 사업(보라매 사업, KF-X)을 두고 국방 관련 양대 연구기관인 국방과학연구소(ADD)와 한국국방연구원(KIDA)이 또다시 충돌했다. ADD은 중간성능의 전투기를 자체 개발해야 비용을 줄이고 기술을 확보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KIDA는 기술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자체 개발은 많은 비용과 리스크를 수반한다고 반박하고 있다.국회 국방위원장인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이 2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주최한 'KF-X 어떻게 추진할 것인가'라는 주제의 토론회에서 ADD와 KIDA 등은 KF-X 사업의 경제성과 타당성을 놓고 상반된 견해를 내놓았다.KF-X 사업은 공군이 장기간 운영해온 낡은 전투기(F-4, F-5)를 대체하는 F-16급의 새 전투기 100여 대를 국내 개발로 확보하는 사업이다. '하이급(고성능)' 전투기는 차기전투기(F-X) 사업으로 국외에서 구매하더라도 '미들급(중간성능)' 전투기는 국내에서 개발하겠다는 구상에 따른 것이다.지난 2010년 국내 개발 방식으로 진행키로 했으나 여러 기관에서 공식ㆍ비공식 타당성 조사를 하면서 국내 개발 또는 국외 구매 방식을 놓고 의견 대립이 빚어져 왔다. 탐색개발을 주도한 ADD는 KF-16 이상의 미들급 전투기는 국내에서 개발하는 것이 국외 직구매보다 경제적이라는 이유로 KF-X 사업의 적극 추진을 주장하고 있다.주제발표자인 ADD 이대열 항공체계개발 단장은 "지난 18개월간 551억원을 투입해 공군과 인도네시아 주도로 KF-X 기종을 미국형과 유럽형 등 두 가지 형상으로 만들었다"면서 "전투기에 들어가는 전체 432개 기술 중 48개 기술이 부족한 것으로 평가됐지만 국내에서 연구개발 능력을 보유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주장했다.이 단장은 "한국형 전투기는 라팔이나 슈퍼호넷(F/A-18E) 등 해외 전투기에 비해 획득 단가가 낮고 시간당 운용유지비가 낮아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다"면서 "총수명주기비용을 비교할 때 신규형상 연구개발이 개조개발보다 경제적"이라고 강조했다.ADD는 한국형 전투기의 총사업비를 개발비 6조원, 획득비(양산단가) 8조원, 운영유지비(30년 기준) 9조원 등 총 23조원으로 제시했다. 이 단장은 "양산 단가가 60억~90억달러면 208~676대의 수출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이 연구소는 한국형 전투기의 설계상 특징으로 제한적 스텔스 성능과 10개의 무장 장착부분, 쌍발 터보팬 엔진, 다이아몬드 혹은 델타 형상 날개, 램프형 공기 흡입구 등을 제안했다.공군도 직구매 항공기보다는 국내 개발 항공기가 작전운영개념 변화에 따라 개조 및 개발이 쉽고 신속한 군수지원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특히 항공기 운영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한국형 전투기 개발을 통해 항공산업을 활성화할 수 있다는 이유로 KF-X 사업을 지지하고 있다.송택환 공군본부 준장은 토론회에서 "더는 논쟁을 중단하고 국내 개발로 당장 추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반면 KIDA는 KF-X 사업이 개발비용이 많고 기술적인 한계, 선진항공업체의 참여 기피 등으로 사업 타당성이 부족하다며 반대 의견을 내놓았다.주제발표자인 KIDA의 이주형 박사는 "보라매(한국형 전투기) 체계개발 비용은 가정 사항과 개발 범위에 따라 다르나 10조원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국내 개발 방안이 해외구매 대비 2배 이상의 고비용이 소요된다"고 주장했다.이 연구원의 노장갑 박사도 "기술적 측면이나 경험도 없는 상황에서 과거 경험을 보면 위험성이 아주 크다"면서 "잘못되면 정부 신뢰도가 엄청나게 추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국내 개발 초음속 훈련기인 T-50의 개발센터장을 역임한 전영훈 골든이글공학연구소장도 "ADD의 한국형 전투기 개발사업은 충분한 국산화 부품과 핵심기술 없이 의욕이 앞선 사업"이라며 반대 견해를 밝혔다.토론회를 주관한 유승민 의원은 "KF-X 사업을 국외 구매 또는 국내 개발할지는 박근혜 정부에서 해야 한다"면서 "당선인에게 어떻게 보고를 해서 어떤 결정을 내리도록 할지 등이 올해 안에 모두 결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양낙규 기자 if@<ⓒ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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