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원 부패 소탕전, 눈에 불켰다

임직원 '청렴사직서' 제출… 경영투명화 총력

3월부터 본사가 부품조달 전담개별구매폐지·수의계약 최소화고위 경영진 사내·외 공개모집도

품질 검증서 위조 등 부품 납품비리로 직원과 업자 등 19명이 무더기로 검찰에 적발된 영광 원전 본부의 모습(자료 사진).

[아시아경제 김종일 기자] 연이은 사건사고로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는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쇄신의 칼을 뽑아들었다.  한수원은 구조적인 납품비리를 원천 차단하기 위해 구매업무 기능을 본사로 통합시켰으며 품질조직을 본사 직속으로 운영해 감시권한을 강화하기로 했다. 또 구매자재 및 품질관리 업무프로세스 경영(BPM) 시스템을 구축해 업무처리 과정과 결과를 한 눈에 파악할 수 있게 할 예정이다.  또 모든 간부급 직원들에게는 한 번이라도 비리 문제가 불거지면 해임까지 할 수 있는 '청렴사직서'를 받아 '비리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실시한다. 특히 이번 사건이 직원들의 청렴의식 결여에서 비롯됐다는 판단에 따라 전 직원에 대한 사내외 청렴 전문교육을 주기적으로 실시하기로 했다. 인사혁신과 조직개편도 이뤄진다. 한수원은 원전 업무의 투명성과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고위경영진 사내외 공개모집을 단행했다. 외부수혈을 통해 내부 고름을 짜내겠다는 강한 의지다. ◆발전소 품질관리, 한수원이 직접 챙긴다= 한수원은 구매 관련 비리를 방지하기 위해 3월부터 구매 업무를 본사로 일원화 한다. 지역주민들의 원전에 대한 감독권도 확대된다. 주무부처인 지식경제부의 의지는 더욱 강하다. 이같은 내용의 '원전산업 종합 혁신방안'을 최근 발표했다.  혁신 방안에 따르면 기존 발전소별로 진행된 구매 업무를 본사 전담 조직이 맡는다. 1000여개가 넘는 납품회사와 검수, 구매관리업무를 모두 본사 내 전담조직이 종합관리하고, 발전소별 부품을 별도로 구매할 수 없도록 개별구매 기능을 폐지한다. 수의계약도 최소화하고 어쩔 수 없이 진행되는 수의계약에 대해서도 철저한 모니터링을 통해 비위행위를 근절할 방침이다.  품질관리에 대한 철저한 감시도 강화한다. 앞으로 한수원은 발전소의 설비와 부품을 구매할 경우 품질관련 서류를 한수원이 시험기관으로부터 직접 수령해야 한다. 예외적으로 납품사가 제출한 서류는 구매 전에 위조여부를 전수조사해야 한다.  한수원은 특히 업무처리 과정과 결과를 한 눈에 파악하고 부서간 정보 공유를 통해 투명한 업무처리를 위해 구매자재 및 품질관리 업무프로세스 경영(BPM) 시스템을 3월까지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구매자재 및 품질관리에 BPM 시스템을 시범적으로 써본 다음 재무와 회계ㆍ시운전ㆍ방사선환경관리 등 16개 업무 전반에 적용하기로 했다.  또 원전 고장의 정확한 원인분석, 재발방지 대책, 고장원전 정비, 타 원전 정비사항 반영 등 고장 처리 절차를 일목요연하게 체계화하기로 했다. 특히 원전의 안전성 확보를 위해 국제표준 원전안전 통합경영시스템(QHSSE)을 도입해 원전운영의 신뢰성을 높이기로 했다.  ◆'비리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실시= 지난해 원전을 둘러싼 부정과 비리는 한수원 임직원들의 묵인 없이는 불가능했다는 지적이 많다. 이에 한수원은 각종 비리를 원천적으로 방지하기 위한 고강도 종합대책을 마련했다.  먼저 한수원 내부 비리를 뿌리 뽑기 위해 '비리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도'를 실시해 처벌 기준을 강화하기로 했다. 모든 간부급 직원들에게 한 번이라도 비리 문제가 불거지면 해임까지 할 수 있는 '청렴사직서'를 받은 것이다.  납품비리의 사전 차단을 위해 한수원 및 협력사가 각각 윤리행동강령을 제정해 위반 시 강력한 제재를 취하고 순환보직제를 실시해 토착비리 발생가능성을 차단키로 했다. 비리 발생 가능성을 근본적으로 차단하는 예방단계, 전방위 비리적발 시스템을 구축하는 발전단계, 비리 재발을 방지하는 대응단계 등 단계별 실행방안도 마련했다.  또 구매 프로세스 전반에 대해 수의계약 요건을 강화하고, 본사 일괄발주를 늘렸다. 주요 수의계약물품 전시회를 상시적으로 열어 기자재 공급자를 확대해 나감으로써 수의계약 대상을 줄였다. 청렴계약 위반 업체에 대해선 10년간 재등록을 금지하는 방안을 규범화했다.  ◆외부수혈로 내부 고름 짜낸다= 한수원은 내부 직원으로 구성된 태스크포스와 외부 용역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한수원의 모든 문제가 인사제도에서 비롯됐다는 판단을 내렸다. 김균섭 사장은 결단을 내렸다. 인사혁신과 조직개편이라는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한수원은 이에 지난해 9월 근무기강 확립과 조직 쇄신을 위해 본사 처장급 직위의 3분의 2 이상을 바꾸는 대대적인 인사 혁신을 단행했다. 부장급을 본사 처장 직위로 임명하는 등 젊고 혁신적인 인물을 전진 배치했다.  하지만 이같은 조치에도 연이은 사건사고가 발생하자 한수원은 업무 투명성과 객관성 확보를 위해 고위경영진 사내외 공개모집을 단행했다. 최근 원자력본부장 공모(2명 모집)에 29명이 지원, 14.5대1의 경쟁률을 보였다. 구매ㆍ품질분야에도 각각 7명, 해외사업 분야에는 5명 등 총 19명이 지원서를 냈다.  성과 평가제도도 대대적으로 고쳤다. 과거 연공서열 중심의 인사를 혁파하는 대신 목표관리(MBO) 성과평가 제도를 도입했다. 외부인사가 참여하는 개방형 승진 심사제도 곧 실시할 예정이다. 안정적인 운영전략 수립을 위해 발전운영실을 신설하고, 정비전략실과 설비개선실을 확대했다. 또 본사와 지역본부 간 권한과 책임을 일치시키는 '컨트롤 타워'를 구축해 업무수요가 떨어지는 기능은 통폐합하고 핵심기능 위주로 바꿨다. 김종일 기자 livewin@<ⓒ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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