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등록금도 문제지만 '살 집'도 문제다'

기숙사 수용율 10%대에 불과..학교 앞 자취, 원룸 등도 가격부담 심해

[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서울 신촌의 한 대학에 다니고 있는 이영준(24·가명)씨는 친구와 함께 대학 근처에서 자취를 하고 있다. 이 씨가 살고 있는 방 한 칸의 한 달 월세는 55만원, 보증금은 2000만원이다. 친구와 정확하게 절반으로 나눠 매달 27만5000원을 부담한다. 두 명이 살기에 비좁지만 방세를 아끼기 위해서는 달리 선택 사항이 없다. 30만원이 안되는 돈으로는 지하에 있는 방이나 고시원에 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이 씨는 "기숙사는 경쟁률도 세고, 지방 중에서도 멀리서 온 학생들 위주기 때문에 들어가기 어렵다"며 "방세를 포함해서 교통비, 밥값, 통신비 등 각종 생활비를 다 합치면 한 달에 100만원은 든다"고 말했다.비싼 등록금과 취업난에 시달리는 대학생들이 '주거난'까지 더해 삼중고를 겪고 있다. 특히 최근의 '전세 고공행진'이 대학가까지 덮쳐 대학생들이 주로 거주하는 원룸, 하숙, 고시원, 고시텔 등의 가격까지 동반 상승했다. 취업난에 대학가에 남아있는 취업준비생 및 졸업생에다가 값싼 집을 찾아 대학가를 찾는 직장인들도 가세해 대학가 집값 상승을 부추겼다. 가장 큰 문제는 대학생들이 저렴하게 이용할 대학 기숙사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1학년에 재학 중인 장현명 씨는 "대학생 주거권과 관련해서 가장 중요한 것이 기숙사 문제"라며 "연세대는 세 개 동이 있는데, 한 동은 간호대 전용 기숙사기 때문에 나머지 기숙사를 2만명이 나눠 쓰는 실정이다. 실질적인 기숙사 수용률이 낮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가 기숙사의 실질 수용률을 조사하고, 그 하한선을 법제화해 강제하거나, 대학평가에 반영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현재 전국 각 대학의 기숙사 수용률은 평균 18.3%로, 서울은 이보다 낮은 15%에 불과하다. 서울 거주 지방학생의 경우 약 14만명 중 2만여명만 기숙사 이용이 가능한 셈이다. 학생들 사이에서 '기숙사 당첨이 곧 로또'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나마 대학직영기숙사가 아닌 민자기숙사는 기숙사비도 월 40~50만원대로 비싼 수준이다. 기숙사에 입성하지 못한 학생들은 원룸, 하숙, 자취방 등으로 내몰린다. 지난해 서울YMCA 조사에 따르면 수도권에서 자취 및 하숙을 하는 대학생의 52%가 주택법이 정한 최소 주거면적 기준(14㎡) 이하의 좁은 공간에서 살고 있다고 답했다. 고시원에 사는 학생의 96%, 하숙생의 72%가 '쪽방'에서 사는 것으로 집계됐다.이에 대학생들도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지난 해에는 서울 시내 10여개 대학의 학생들이 연합해 '대학생 주거권 네트워크'를 결성하고, 주거권 보장을 위해 대학생 임대주택 및 공립기숙사 확충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또 다른 청년 주거운동단체 '민달팽이 유니온'은 주거문제 해결을 위한 대안으로 '청년 주택협동조합'을 주장하고 있다. 껍데기 집이 없는 달팽이인 '민달팽이'가 꼭 자신들의 처지와 닮았다고 해서 '민달팽이 유니온'이라고 이름 붙였다. 연세대 총학에서는 아예 '주거정보조사단'을 꾸려 신촌 지역의 방 정보를 모아 학생들에게 공개하고, 고려대 총학도 '안암골 택리지'를 통해 대학 주변의 정보를 알려주고 있다.21일 신촌의 한 호프집에서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과 만난 간담회 자리에서도 대학생들의 불만은 쏟아졌다. 연세대 3학년에 재학 중인 이한솔 씨는 "LH에서 전세임대주택으로 소득이 낮은 대학생들에게 7000만원 전세금을 지원해주고 있는데, 이를 악용해 이 일대 일반 전세 물량까지 모두 7000만원대로 가격이 올라버려 학생들의 피해가 상당하다"고 말했다. 명지대 4학년생 김미선 씨는 "대학생 전세주택은 신청자가 많아 아침부터 몇 백명이 줄을 서야 하고, 신청 과정도 까다롭고 어려운 말이 많다"고 지적했다. 고명우 서강대 총학생회장은 "대학 기숙사가 어떻게 운영되고, 수익과 지출에 대한 정보가 제대로 공개되지 않고 있다"며 "기숙사 비용 측정과 관련해 등록금심의위원회와 같은 모델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에 이주호 장관은 "홍제동 연합기숙사의 경우, 대학에서 5만원을 보조해 최대한으로 비용을 낮출 수 있도록 할 것"이며 "기숙사비를 학교 공시에 반영하는 것도 검토해보겠다"고 답했다.현재 정부에서도 뒤늦게나마 기숙사 확충에 나선 상태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서 제공하는 대학생 전세임대주택, 서울시의 공공기숙사 등이 대표적이다. 또 교과부와 국토부가 나서서 은평구 여러 대학 학생들이 공동 입주할 수 있는 대학생 연합기숙사도 서울 홍제동에 선보인다. 이 기숙사는 2014년 3월 1학기부터 운영되며, 500명 정도 수용할 수 있다. 고경모 교과부 기획조정실장은 "서울 내에서 철도부지 등 쓸만한 땅을 계속해서 물색하고 있다. 가까운 시일 내에 한국형 연합기숙사모델이 좋은 모델로 정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조민서 기자 summe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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