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신청서만 있으면 가입..본인확인 절차 너무 허술해
[아시아경제 심나영 기자, 김보경 기자] 알뜰폰 사업자인 에버그린모바일과 GS리테일이 시행하는 휴대폰 개통 서비스의 본인인증 절차가 허술해 '대포폰' 등 범죄에 악용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에버그린모바일과 GS리테일은 지난달 29일부터 GS25 인천국제공항내 매장 2곳에서 휴대폰에 끼우기만 하면 개통되는 선불요금제형 유심칩을 팔고 있다. 판매 방식은 '온라인 셀프서비스'로, 이용자가 매장 안에 있는 태블릿PC를 통해 직접 가입신청서와 여권을 촬영한 뒤 에버그린모바일로 전송해주기만 하면 유심칩을 매장에서 받아 쓸 수 있다. 문제는 이런 방식이 기존 이동통신사에서 온라인으로 유심칩을 구입할 때 거쳐야하는 절차보다 훨씬 간소하다는 것이다. 이통사에서는 외국인이 가입하는 경우 외국인등록번호를 입력해 실명인증과 한국에서 발급받은 범용 공인인증서나 신용카드로 본인인증 절차를 모두 거쳐야한다. 내국인이 가입할 때도 공인인증서로 반드시 본인인증을 해야한다. 업계 관계자는 "GS편의점에서 파는 유심칩은 내·외국인 구별 없이 여권과 사진만 있으면 얼마든지 개통할 수 있어 타인의 여권으로 명의를 도용해 휴대폰을 여러 대 만들 수 있다"며 "문제가 일어나면 자칫 알뜰폰 업체 전체가 신뢰를 잃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GS리테일 관계자는 "판매 직원이 여권 속 인물과 가입자를 대조해 개통업무를 진행하기 때문에 명의도용 우려는 없다"고 해명하지만 통신사 인력이 아닌 매장내 점주나 아르바이트생이 가입자 본인확인을 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GS리테일은 앞으로 공항 외에도 서울 시내 주요 호텔 근처의 편의점에서 선불유심칩을 판매할 계획이라 누구든 손쉽게 유심칩을 구할 수 있다는 점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현재는 휴대폰 개통 시 법률에 따라 본인확인 절차를 엄격하게 정해놓고 있다"면서 "향후 알뜰폰 업체들의 경쟁이 확대되면서 본인인증 절차가 허술해지는 등의 부정행위가 일어나지 않도록 사전 제재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에버그린모바일 관계자는 "태블릿PC를 이용한 선불유심칩 개통은 단기 체류 외국인과 유학생들을 대상으로 GS25 직영점에 한해서만 엄격히 진행할 방침"이라며 "매장 직원들에 대한 교육도 철저히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명의도용 등의 범죄를 방지하기 위한 사전 규제는 물론 차후 문제가 발생하면 이통사 차원에서 책임을 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심나영 기자 sny@김보경 기자 bkly477@<ⓒ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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